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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그만 무대라도"…유재석의 새해 소망

등록 2021.01.04 15: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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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조그만 무대라도"…유재석의 새해 소망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MBC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진 지 8년 정도 됐습니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건 방송하는 사람들이 받아들여야할 일이지만, 후배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조그만 무대가 생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MBC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국민MC 유재석은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지난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로 큰 사랑을 받으며 대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가 힘들었던 한해를 돌아보며 무엇보다 후배 희극인들을 떠올렸다.

최고의 MC로 꼽히는 그도 지금은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무명 시절이 있었다. 80~90년대 초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유머 1번지'에 단역으로 등장한 모습부터 90년대에 메뚜기 탈을 쓰고 방송하는 모습까지, 종종 방송에 소환되는 그때 그 시절의 유재석이 있었다.

그런 그가 "후배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무대"를 언급한 까닭이 있다. 각 방송사마다 버라이어티, 토크 등 풍성한 예능프로그램들을 자랑하지만, 그 속에 코미디 프로그램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1년간 시청자 곁을 지켜온 KBS '개그콘서트'는 지난해 6월 조용히 막을 내렸다. '개그콘서트'와 세월을 함께 했던 출연진들이 총출동한 무대에서 너나할 것 없이 눈물로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1999년부터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며 각종 유행어를 탄생시킨 '개그콘서트'는 전성기 시절 시청률 30%에 육박했지만, 시청률 3%로 마지막 무대를 마쳤다.

KBS는 '개그콘서트'가 휴식기를 갖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 다시 불을 지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실상 프로그램 폐지로 여겨졌다. 무대가 없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KBS 공채 개그맨들은 적어도 70명가량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송에서 만날 수 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tvN '코미디빅리그' 정도다. 숏폼드라마 형태로 선보인 JTBC '장르만 코미디'도 지난해 11월말 종영했다. '개그콘서트'를 끝으로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 문을 닫게 됐다.

개그계 선배인 이경실과 이성미가 SBS 연예대상에 참석해 한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이유다. 이경실은 "개그맨들이 서야 할 곳이 없는 게 선배로서 가슴 아프다. SBS에서 개그맨들에게 좋은 웃음의 장을 펼쳐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성미도 "후배들 일자리가 없는 게 가장 가슴이 아프다"며 방송사가 먼저 신경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방송 환경과 시대가 달라지면서 생긴 변화일 수 있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여러 콘텐츠를 접할 수 있고,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청자를 만족시키기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어느새 한 자릿수로 떨어진 시청률도 방송사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을 테다.

하지만 콘텐츠의 다양성은 무엇보다 방송사들이 강조해왔던 부분이다. 시청자들의 수요에 맞는 새로운 변화와 시도는 필요하지만, 그 터전이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코미디 계보의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신인 개그맨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그렇게 뻗어나간 희극인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수많은 스타 개그맨들을 배출해온 만큼, 제2의 유재석도 나올 수 있다. "어디선가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을 후배들에게 2021년에는 조그만 무대를 단 하나만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유재석의 소망은 이뤄질 수 있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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