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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의역 막말' 변창흠 임명 유감

등록 2021.01.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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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취임 전후 한결같이 '산재 대책' 강조

변창흠 '걔만 신경 썼으면' 발언, 국정철학 배치

당사자들 심정 헤아려 더 진정성 있는 태도 필요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2016년 6월1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를 두고 '지상(地上)의 세월호'라고 표현했다. 그는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라"라고 했다.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감독기관의 부실한 감독,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 등으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 사건이라는 의미다.

2018년 12월17일 문 대통령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고(故) 김용군씨 사건에 대해 "원가 절감을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 의무까지 바깥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재발방지대책을 주문했다.

꼭 1년 후인 2019년 12월17일 국무회의에서도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며 산재 예방을 재차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 전이나 후나 일관된 메시지다. '사람 중심'이라는 국정철학을 가진 문 대통령의 진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했다. 변 장관은 2016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구의역 사건에 대해 "위탁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막말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는데, 단순한 말실수라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조의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떠넘기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개인은 물론 이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도 배치된다. 그동안 국민 안전, 노동자 안전 정책을 추구해 온 정부에 신뢰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언이 알려진 뒤 변 장관의 태도는 더 실망스러웠다. 변 장관은 발언이 보도된 당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한다.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등의 내용이 담긴 석 줄짜리 입장 자료를 냈다. 이후 인사청문회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사과를 하고, 12월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던 정의당 농성장을 찾아 고 김용균씨 모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를 찾아 사과했다. 그러나 정작 김군 유족을 찾아갔다는 소식은 없었다. 냉대를 받았던 농성장을 다시 찾지도 않았다.

당연히 문 대통령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변 장관의 임명작 수여식 뒤 가진 환담 자리에서 구의역 관련 발언을 두고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고 말했다. 덕담 위주의 자리에서 나온 이례적인 질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주택 공급전문가'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변 장관 임명 강행이 안전 문제를 등한시 하겠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반길 수만은 없다. 변 장관은 임명장을 받으며 "부덕의 소치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안전 문제를 확실히 챙겨서 국민께 보답하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사과까지 피해 당사자들을 향해있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6년 구의역 사고를 비판한 글에서 "무책임과 무반성이 또다시 구의역 사고를 낳았다"고 했다. 변 장관의 이후 발언과 행동을 두고 볼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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