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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차량용 반도체 뭐길래…품귀에 車공장가동 중단까지

등록 2021.01.26 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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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TSMC 전경. (사진=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

[서울=뉴시스]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TSMC 전경. (사진=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Lt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의 최대화두는 단연 '차량용 반도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생기며 다임러와 폭스바겐, 토요타, 닛산, 혼다, 포드, FCA 등이 잇달아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전기파워트레인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다. 차량의 고급화와 자율주행 고도화 등으로 빠른 속도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PC·스마트폰용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업체들이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줄였고, 하반기 들어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며 수급 차질이 심각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아우디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차량 생산이 지연되면서 직원 1만명을 단기 휴직조치했다.

폭스바겐은 중국과 북미, 유럽의 생산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독일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골프모델의 생산을 중단했다. 토요타는 미국 텍사스주 공장에서 툰드라 픽업 생산을 줄이기로 했고, 닛산은 이달 주력 차종인 노트 생산량을 5000대 줄였다.

현대·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의 경우 현재까지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내수 수요가 폭발하면서 원활한 반도체 수급 흐름을 유지했고, 와이어링하네스 부품부족사태 등으로 얻은 교훈으로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에서 부품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만 품귀현상이 장기화하고, 가격이 오르면 현대·기아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는 향후 6개월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세계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에 지불하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용이 인상됐다는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서며 완성차업체들은 품귀와 가격인상 등 두 가지 악재를 맞닥트렸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2위인 네덜란드 NXP와 4위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10~2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완성차업계에 전달했다. 3위 일본 르네사스사도 고객사에 제품 가격 인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시장 1위인 독일 인피니언 역시 조만간 인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수요 변화,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시장, 미중 무역갈등 등을 차량용 반도체 품귀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통상 3~4개월 전에 발주를 넣는데 지난해 상반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소비절벽이 발생하며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보수적 재고 확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위축됐던 자동차 수요가 폭발하면서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자동차업체들이 뒤늦게 자동차용 반도체를 발주했지만, 반도체업체들은 수요가 줄어든 자동차 반도체 대신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등으로 호황을 맞은 노트북·핸드폰 등 IT기기용 제품에 생산력을 집중한 후였다.

최근 차량이 고급화되고 자율주행 기능이 고도화되며 차량에 들어가는 인포테인먼트, 텔레메틱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전기파워트레인용 반도체의 숫자가 급증한 것도 품귀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단행한 중국 기업 제재 역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꼬이게 한 원인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세계 차량용 반도체의 주요 생산 축이던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고, 이에 따라 반도체업체들은 파운드리업체를 긴급히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세계적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며 자동차산업 비중이 높은 미국·일본·독일정부 등은 SMIC의 거래선을 대부분 흡수한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 TSMC가 있는 대만에 'SOS'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인피니언, 르네사스 등은 자동차용 반도체 위탁생산을 대부분 TSMC에 의존하고 있다.

TSMC 측은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자동차 관련 기업과 긴밀한 협력 수요에 부응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크게 늘리기는 쉬지 않다는 분석이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범용 메모리인 D램, 낸드플래시와 달리 주문 제작에 가까운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오류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검증과 안정성 테스트 기간도 길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화, 자율주행 고도화 등으로 자동차가 '움직이는 IT기기'가 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 박에 없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불안이 이어지고 연쇄적 가격 상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면 자동차 생산 원가는 약 0.18% 올라가게 된다"며 "이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을 1%대 감소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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