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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의혹' 깐깐하게 따진 인권위…"단순주장 불인정"

등록 2021.01.26 14:00:15수정 2021.01.26 14: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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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면 조사, 자료 분석, 감정 등 진행

"박원순 사망 특성 고려…사실 엄격 판단"

주변 진술, 물증 등 토대로 '성희롱' 결론

"보완 증거 없으면 사실 인정 배제했다"

방조·유출 의혹 등 논란 지점 제한적 판단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해 7월1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모습. 2020.07.11.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지난해 7월1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모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희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은 상당 수준 신뢰성을 인정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어권이 보장된 수사와 재판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단순 주장 외 보조 증거가 없는 경우 사실 인정을 배제할 정도로 엄격히 내려진 결론이기 때문이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의혹 직권조사는 현장 조사, 전직 비서 면담과 참고인 조사, 자료 분석, 디지털포렌식 감정 등을 통해 진행됐다. 진술과 증거 조사를 통해 나름 객관적 실체 규명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먼저 서울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에 대한 방문 조사를 진행하고 전직 비서에 대한 면담조사는 2회 진행됐다고 한다. 서울시 전·현직 직원과 지인 등 51명에 대한 진술도 받았다.

서울시, 경찰, 검찰, 청와대, 여성가족부에서 제출한 자료 분석도 추진됐고, 전직 비서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감정을 통해 물적 증거에 대한 검토도 했다는 게 인권위 설명이다.

판단 과정에서는 방어권 당사자인 박 전 시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상당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사망으로 인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성을 감안해 사실 여부는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했다.

인권위 결론은 '박 전 시장 성희롱은 있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업무·고용 등 관계에서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 관련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성희롱으로 본다.

인권위는 사실 관계 판단에 관해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증거자료, 박 전 시장 행위가 발생했을 당시 이를 들었다거나 메시지를 봤다는 참고인 진술, 전직 비서 진술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를 토대로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인 전 비서 A씨가 제기한 주장을 전부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주장 외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인정된 사실의 경우 A씨 주장 이외에 이를 믿을 만한 진술 또는 물적 증거가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권위는 "일반적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 관계를 좀 더 엄격하게 인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25일 서울시장위력성폭행사건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2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25일 서울시장위력성폭행사건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1.25. [email protected]

반면 논란 또는 쟁점이 될 수 있는 다수 지점에 대한 결론은 비교적 제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도 평가된다. 성희롱 이상 행위 유무,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 묵인·방조, 피소사실 유출 의혹 판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권위는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가 아닌 공적 영역에서의 업무 관련성, 성적 언동 여부가 관건"이라며 "인정사실만으로도 성희롱 판단은 충분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묵인·방조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성인지 감수성을 지적했다. 전직 비서 전보 요청 배경에 성희롱이 있었다고 인지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소사실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조사 한계를 주장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관계기관 자료와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입수하지 못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이같은 인권위 판단이 나오면서 박 전 시장 관련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이라는 분위기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한편 인권위 발표 이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 표명을 했다. 남 의원은 피소 관련 유출 의혹으로 고발됐고 사건은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맡고 있다.

반면 성추행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던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피조사자(박 전 시장)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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