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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이식' 수술 신청한지 10년...건수는 '0', 왜?

등록 2021.01.28 12:00:00수정 2021.01.28 14: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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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랑스 이어 중국·캐나다·스페인 등 잇따라

법적 근거 마련·비용 부담 경감·기증자 확보 등 과제

[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AP/뉴시스]2010년 9월14일 미국 최초로 부분 안면 이식수술을 받은 코니 컬프가 클리블랜드의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컬프는 1일 수술 12년만에 57세로 사망했다. 2020.8.2

[클리블랜드(미 오하이오주)=AP/뉴시스]2010년 9월14일 미국 최초로 부분 안면 이식수술을 받은 코니 컬프가 클리블랜드의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컬프는 1일 수술 12년만에 57세로 사망했다. 2020.8.2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2005년 11월 애완견에 얼굴 아랫부분을 물어뜯긴 프랑스인 이사벨 디누아르는 세계 최초로 뇌사한 여성의 얼굴을 기증받아 코와 입 주변 피부를 이식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11년 뒤인 2016년 4월 숨졌다. 이식에 따른 거부 반응으로 입술 일부를 사용할 수 없게 돼 강한 면역억제제를 처방받았는데, 면역력이 떨어져 결국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

2005년 프랑스에서 최초로 안면이식이 시행된 뒤 중국, 캐나다, 터키, 스페인 등에서 부분·전면 안면이식 수술이 잇따랐다. 국내에서 안면이식 수술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서가 보건당국에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 2010년 8월이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 교수는 안면이식 수술을 '신의료기술'로 허가해 달라는 신청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한국에서 안면이식은 한 건도 시행되지 않았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지만,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데다 비용 부담도 크고 얼굴 공여자도 찾기 쉽지 않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다.

이식 거부반응 큰 문제...감염·암 일으킬 수도

안면이식이란 사고나 선천적인 기형으로 얼굴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잃은 사람에게 뇌사자의 코와 입술, 눈 주변 등의 피부를 기증받아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기증자(뇌사자)의 이마부터 턱까지 절개해 피부 아래 혈관, 신경, 근육 등을 함께 분리한 뒤 안면을 이식받을 환자의 혈관, 신경, 근육과 차례로 이어주는 고난도 수술이다. 연결한 신경과 근육이 자리를 잡으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가량이 걸린다.

가장 큰 문제는 이식에 따른 거부 반응이다. 분야별 전문의 20~30명이 투입되고, 최소 24시간 이상 걸리는 매우 복잡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쳐도 환자의 면역 체계가 이식 받은 피부를 거부할 수 있다.

김백규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간이나 신장과 달리 피부는 항원성(이물질로 이식해 거부 반응)이 큰데, 이를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과도하게 쓰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을 일으키거나 암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초로 안면이식을 받은 프랑스인처럼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얼굴, 이식 가능 장기 아냐..."사례 생겨야 법제화 가능"

안면이식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장기이식법)'에 따르면 이식 가능한 장기와 조직은 신장, 간, 폐, 췌장, 심장, 골수, 안구와 췌도, 소장, 위장, 십이지장, 대장, 비장, 손·팔, 발·다리 등 17개다. 하지만 얼굴은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안면이식을 원하는 환자와 수술이 가능한 의사가 있어도 장기이식관리센터를 통해 기증을 받을 수 없다.

김 교수는 "안면이식 법제화는 팔이식처럼 케이스(사례)가 생겨야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총상 환자가 거의 없어 얼굴에 커다란 종양이 있는 신경섬유종 환자가 안면이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2017년 2월 대구 W병원 우상현 원장팀이 사고로 왼팔을 잃은 30대 남성의 팔 이식에 처음 성공한 것을 계기로 장기이식법에 '손·팔'이 이식 대상 장기로 추가됐다.

막대한 수술비 부담…기증자 확보도 과제

법이 개정돼도 넘어야 할 벽은 또 있다. 수술 비용이다. 안면이식 수술비는 간 이식의 약 2배, 신장 이식의 5~6배 가량에 달한다. 김 교수는 "병원마다 다르지만, 간이식 비용이 최소 4000만~50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안면이식 비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최소 1~2억 이상"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경섬유종 환자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면이식은 환자에게 적합한 기증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얼굴은 연령대가 비슷해야 하고, 피부색, 얼굴 구조 등도 유사해야 성공확률이 높아 기증자가 폭넓게 확보돼야 한다. 김 교수는 "의료기술은 준비돼 있지만 법제화, 수술비용, 기증자 등의 문제가 있어 안면이식이 시행되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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