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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터뷰]심수진 "조두순 사건으로 관심 높아졌는데 성범죄 예방 교육 아쉬웠죠"

등록 2021.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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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세 눈높이 맞춘 '용감한 호루 친구들' 펴내

'호루라기'로 착안한 '호루' 캐릭터 그림 동화

어른 위주 수칙 많아 아이들 스스로 알게 제작

"아이들 마음 먼저 생각"...'보물섬 독도네 시리즈'등 출간

[서울=뉴시스]심수진 아동문학 작가. (사진 = 본인 제공) 2021.02.05.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심수진 아동문학 작가. (사진 =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아직 성범죄의 개념을 알지 못하는 유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아동 성범죄 예방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이번 작업의 중요한 과제였어요."

아동문학 작가 심수진은 최근 4~7세 유아의 눈높이에서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 그림동화 '용감한 호루 친구들'을 펴냈다.

서면으로 만난 심 작가는 "유아 눈높이로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캐릭터를 활용했다"며 "어려운 주제도 쉽게 이해하는 어린이들의 특성에 맞춰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신호용 도구 호루라기를 '용감한 소리'를 상징하는 '호루' 캐릭터로 만들어봤다. 또 아동 성범죄자는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겉으로 평범해 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얼굴 모양, 친절한 표정의 가면을 가지고 있는 가면악당 캐릭터로 설정했다"

동화 내용뿐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아이들이 직접 성범죄 예방을 위해 취해야 할 행동들을 학습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부록에는 가면악당이 나타나는 다양한 사례와 대응 요령이 소개됐다. 특히 앱을 사용해 동화 속 호루처럼 용감한 소리를 내려면 어느 정도 크기로 소리 질러야 하는지도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아동 성범죄 예방에 있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심 작가는 "많은 책들이 아동 성범죄가 발생한 이후의 상황을 다루고, 피해 사실을 최대한 빨리 어른들에게 알릴 것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중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아동 성범죄 예방 수칙은 아이들보다는 어른 위주의 접근이 많았다. 또 아동 성범죄가 전혀 낯선 이가 아닌 평소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간과된 듯했다.

심 작가는 "아동 성범죄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아들에게 아동 성범죄자(가면악당)의 존재를 알려주는데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의 기획은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시작됐다. 2008년 조두순 사건으로 아동 성범죄에 관심이 높아지고 예방 교육 등 안전장치 마련이 보다 개선되어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심 작가는 "관련 기관은 많은데 정확히 어느 기관이 해당 기관인지, 자료를 얻거나 도움을 받으려면 어느 곳에 문의해야 하는지 등 필요한 정보를 얻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작업 과정에서 필요한 관련 기관의 자문이나 내용 감수 면에서도 실질적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용감한 호루 친구들'. (사진 = 연두세상 제공) 2021.02.05.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용감한 호루 친구들'. (사진 = 연두세상 제공) [email protected]

"아동문학은 어른 시각 아닌 어린이 마음으로 접근할때 전달 메시지 달라져"

심 작가는 인기 유아 애니메이션 '용감한 소방차 레이'의 원작 동화 '레이의 소방서 시리즈', 아이들이 독도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한 '보물섬 독도네' 시리즈도 내놓은 바 있다.

일반 문학과 달리 아동문학을 창작하는데 있어 보다 신경써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매 순간 어린이의 마음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심 작가는 "어린이의 눈높이로 보았을 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어렵고, 또 궁금할까를 많이 생각한다"며 "같은 주제도 어른의 시각이 아닌 어린이의 마음으로 접근할 때는 전달 메시지가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기획단계에서 관련 자료들을 보면서 이 많은 내용 중에서 어린이 스스로 알고 실천할 내용은 무엇인가를 정하고, 그 부분을 쉽고 재미있게, 또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아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실천한다는 건 매우 한정적이다. 때문에 제가 하는 작업은 가족이 함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어른들의 역할을 마련하고 어린이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즐겁게 도전할 수 있게 계기를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심 작가는 '보물섬 독도네 시리즈'를 예로 들었다.

그는 "어른의 시각에서는 '독도는 우리 땅'이지만 유아들에게는 개념을 알 수 없는 구호에 불과할 수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성급히 알려주기보다는 독도가 어떤 섬인지, 그곳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등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즐겁게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심 작가는 아동문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존재라는 것'과 '이 세상은 우리가 서로를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

그는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어린이들이 더 따뜻하게 공감을 받고 안전하게 보호를 받는데 도움이 되는 작업을 해나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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