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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이머징 이슈와 보물찾기

등록 2021.02.1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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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미래 변화의 흐름은 여러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중 지속 시간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패러다임(paradigm), 트렌드(trend),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패러다임은 한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견해나 사고의 틀을 의미하며, 트렌드는 일정한 방향과 추세를 가지면서 한 시대의 가치관 또는 행동 양식에 영향을 주는 변화를 의미한다. 반면 이머징 이슈는 방향성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현재는 그 추세나 영향이 미약하지만 향후 트렌드로 전환되어 미래 사회에 큰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이를 탐지하고 전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싱가폴은 총리실 산하 국가안보조정사무국(NSCS)의 RAHS(Risk Assessment and Horizon Scanning)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안전, 의료, 금융 시장, 공공 서비스, 사회갈등 등 다양한 영역의 이머징 이슈를 탐지하여 조기 경보(early warning) 및 관련 대응 방안 마련에 활용하고 있다.

기후 위기, 양극화, 인구감소 등 트렌드를 뛰어넘는 시대 변화는 이미 많은 사회의 관심과 관련 연구를 통해 예측과 대응 방안들이 고민되고 있다. 잘 알려진 이와 같은 이슈는 비교적 '지식'을 활용하여 예측의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변화의 흐름 자체가 급격하게 전환될 가능성이 낮아 대응 방안의 마련에 있어서도 시간을 가지고 여러 대안을 탐색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머징 이슈는 불분명한 변화 방향, 빠른 변화 속도, 합리적 예측의 어려움 등으로 적시에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급적 이머징 이슈들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 영향력을 여러 관점으로 분석하여 선제적으로 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머징 이슈를 찾기 위해 전통적으로는 호라이즌 스캐닝(horizon scanning)이 많이 활용되었다. 즉 문헌, 보고서, 각종 통계 자료 등 가용할 수 있는 관련 매체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획득하고, 전문가 분석, 인터뷰 및 워크숍 등을 통해 이머징 정보를 도출하는 것이었다. 초기부터 관련 분야 전문가가 개입되어 매우 효율적으로 이머징 이슈를 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 의존성이 높은 이러한 방법은 디지털화로 인한 정보의 축적 속도와 양이 급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대량의 자료 검색과 분석에 한계를 드러내거나 전문가의 편향성(bias)으로 인해 다학제적, 다분야 관점의 파생 이슈 식별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등 사고의 확장성 측면에서 여러 단점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량의 데이터 속에서 이머징 이슈가 갖는 패턴을 찾아내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관련 연구들에서는 새로움 또는 참신함(novelty), 빠른 성장(growth), 파급효과 또는 영향력(impact) 등 나름의 정의를 바탕으로 그러한 패턴을 갖는 이머징 이슈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래 신기술 탐색을 목적으로 이러한 방법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이는 논문, 특허, 보고서 등 정제되어있는 문헌 데이터의 축적이 다른 분야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과학기술 분야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계량서지학적(bibliometrics) 문헌 데이터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포탈, 트위터 등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여 특정 패턴을 발견하여 이머징 이슈를 찾으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과학기술 분야의 이슈를 넘어 사회과학 분야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이머징 이슈 탐색을 위한 노력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회과학 분야는 분석에 적합한 수준의 규모 있는 양질의 정형, 비정형 데이터 획득이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어렵다. 또한 사회과학 이슈는 당시의 시류(時流) 또는 사회적 환경에 따라 일정한 흐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전형적(unconventional) 유형을 보일 수 있어, 데이터 속에서 발견된 특정 패턴의 유효성을 검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미래를 형성하는 요인은 과학기술, 사회과학의 구분을 두지 않고 매우 복합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인구문제, 양극화, 삶의 질, 기후·환경 위기, 신기술, 에너지 등 이미 잘 알려진 미래의 이슈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다학제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며 부지불식간에 변화를 거듭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사회과학 이슈를 포함한 포괄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머징 이슈를 검출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량의 데이터 속에서 이머징 패턴을 탐색하는 알고리즘 개발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참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즉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머징 특성에 부합하는 패턴을 찾아내는 것은 빠른 속도의 알고리즘이 대신하도록 하여 데이터 탐색 과정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을 아껴야 한다.

이렇게 일차적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도출된 이슈를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여 최종적인 평가와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면 보다 빠르고 실효성이 높은 이머징 이슈 검출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머징 이슈를 연구하는 이유는 현재는 작은 징후(weak signal)이지만, 향후 중요해질 수 있는 이슈를 우리 사회에 지속적으로 공급하여 필요한 논의와 대응 방안 마련을 미리 시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에 있다.

앞서 예로 들은 싱가폴의 경우 2년 주기로 'Foresight Conference'를 통해 조기 발견된 미래의 위험 징후와 그 영향력에 대한 분석 결과를 시민사회와 공유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렇게 발견된 작은 징후들의 대부분은 결과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영향을 주고 사라질(fad)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대량의 데이터 속에서 앞으로 실제 영향력이 있을 만한 이슈를 찾아내려는 시도는 '보물찾기'와 같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과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의 미래 대응과 적응 수준은 분명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전통적인 방법을 벗어나 새로운 도구와 수단을 활용한 다양한 이머징 이슈 탐색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그 활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여러 형태로 개방하여 사회 각 분야에서 이머징 이슈의 탐색, 분석, 공유가 활성화되도록 한다면 우리의 미래 대응 역량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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