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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헤엄귀순에 새삼스러운 의문…살인 어민 왜 송환했을까

등록 2021.02.28 09:00:00수정 2021.03.08 09: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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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월남한 북한 어민 2명 강제송환

정부, 살인범이고 귀순의사 진정성 없다 판단

정부 제시한 판단 근거에 위헌·위법 소지 多

전문가, 강제송환 여부 정할 특별법 제정 요구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8일 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됐다. 사진은 8일 오후 북측 선박이 인계되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2019.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8일 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됐다. 사진은 8일 오후 북측 선박이 인계되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2019.11.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지난 16일 북한 남성 1명이 동해를 헤엄쳐 우리 측으로 귀순했다. 잠수장비를 갖춘 이 남성은 6시간 동안 겨울 바다를 수영한 뒤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침투했다. 이 남성은 귀순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정보당국 보호 아래 귀순 절차를 밟고 있다.

반면 1년3개월여 전인 2019년 11월에는 정반대 상황이 전개됐다. 우리 측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측으로 강제송환됐다. 이는 한국 정부 수립 후 북한 주민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최초의 사례였다.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2019년 10월이었다. 17t 규모 오징어잡이 동력 목선에 선장 포함 북한 주민 19명이 승선했다. 어선은 함경북도 김책항을 출항해 동해 북쪽 수역에서 조업했다. 그러던 중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선원 3명이 공모해 선장과 동료 선원 등 모두 15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이들 3명은 오징어를 팔아 자강도로 도피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책항으로 돌아갔지만 하선한 1명이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 그러자 나머지 2명은 어선을 타고 달아났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까지 남하했다.

10월31일부터 동해 NLL을 넘나든 어선은 11월2일 삼척 인근에서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 붙잡힌 2명은 11월2~3일 정부 합동정보조사 기간 동안 서면으로 귀순 의사를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귀순 동기, 도피 행적,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북송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북한인권단체총연합 탈북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귀순 탈북자 강제추방 규탄'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11.12.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북한인권단체총연합 탈북자들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귀순 탈북자 강제추방 규탄' 기자회견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11.12.  [email protected]

정부는 11월5일 북한 측에 인원 추방과 선박 인계 입장을 통지했고 이튿날 북한 당국이 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 2명은 11월7일 오후 3시10분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됐다. 해당 목선도 11월8일 오후 북측에 인계됐다.

이 사건은 우리 정부에 의한 강제송환 첫 사례라는 점에서 국내 거주 북한이탈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정부는 강제송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해당 북한 주민 2명이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만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상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북한이탈주민법 제9조 제1항을 근거로 들었지만 이는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정경두 (오른쪽)국방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청와대 관계자 핸드폰으로 알려진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 판문점으로 송환 관련 내용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9.11.07.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정경두 (오른쪽)국방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청와대 관계자 핸드폰으로 알려진 삼척으로 내려왔던 북한주민 판문점으로 송환 관련 내용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9.11.07. [email protected]

9조 1항은 북한주민을 일단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아들인 후 보호·정착지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다. 실제 비보호대상으로 결정된 북한이탈주민은 270여명이고 그 중 9명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 혐의로 비보호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보호대상이라고 해서 추방이나 강제송환은 그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주민 2명이 나포 후 일관되게 그리고 서면으로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그 의사가 진정성이 없어 강제송환했다는 논리 역시 근거가 부족하다.

그간 우리 정부는 설사 간첩으로 발각되더라도 추후 심경의 변화가 생기는 등 귀순 의사를 표시하면 그 의사를 존중해왔다. 또 일부 탈북 주민의 탈출 동기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로부터의 도피라고 하더라도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관행이었다.

정부가 강제송환의 근거로 제시한 ‘무죄 판결 가능성’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이들 2명이 살인범이 맞지만 증거가 부족해 무죄 판결을 받을 우려가 있어 국민안전보호를 위해 송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 헌법 27조가 규정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 무죄추정의 원칙 등 형사사법 원칙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북한 주민 대한민국 국민 인정 및 수용 체계도. 2021.02.18. (표=조정현 교수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북한 주민 대한민국 국민 인정 및 수용 체계도. 2021.02.18. (표=조정현 교수 논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살인 혐의가 있었다면 국내에서 조사 후 기소해 재판을 받게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주장처럼 증거가 부족해 실제로 이들이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규정한 우리 형사법 이념의 결론으로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정부 관계자는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 강제퇴거 조항을 준용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발언 역시 오류가 있다. 출입국관리법 60조에 따르면 강제퇴거 대상자는 강제퇴거명령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행정소송법상 행정소송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해당 북한 주민 2명은 출입국관리법상 이의신청과 행정소송 기회를 박탈당했다.

아울러 이들 2명은 애초부터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 46조가 규정한 강제퇴거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헌법 제3조 일명 영토조항에 의거해 북한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해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아들였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전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2021.02.1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전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남측 해변. 2021.02.17. [email protected]

이는 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대법원은 1996년 북한 공민증을 소지한 채 중국을 거쳐 입국한 북한 주민 이영순씨가 법무부 서울외국인보호소의 강제퇴거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요지의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의 근거 중 하나는 헌법상 영토조항이었다.

전문가들은 해당 주민 2명을 북으로 강제 송환한 것은 위법 행위였다고 평가하며 정부의 사과와 후속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송인호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북한 주민 강제송환 사건에 관한 법적 고찰’ 논문에서 "아무런 사법심사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고 북한이탈주민의 귀순 의사에 대해 정부가 독단적으로 진정성 여부를 판단해 이를 거절할 가능성이 드러났다는 점 때문에 향후 북한 주민들의 탈북 의지를 꺾고, 국내 북한이탈주민 사이에 불안감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정부 당국자로서는 살인 범죄자를 남한 내 입국시켜 재판을 받게 하거나 범죄인 인도법에 준해 법원의 인도 허가 여부 심사를 받게 하는 등의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고 신속하게 돌려보내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법치주의 원칙을 소홀히 하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이 비법치주의적 행정의 피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시범견학단이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둘러보고 있다. 2020.11.04. photo@newsis.com

[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 시범견학단이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둘러보고 있다. 2020.11.04. [email protected]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월경 북한이탈주민의 법적 지위와 탈북어민 강제송환에 대한 국제인권법적 검토' 논문에서 "이번 북한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통치하는 영토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을 그 자유의사에 반해 추방한 최초의 (공개된) 사건"이라며 "국내법·국제법의 다양한 조항·절차를 위반하며 급하게 정무적으로 결정된 사안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조 교수는 그러면서 "이는 고문 방지협약 등 우리가 당사국인 각종 국제인권조약의 구체적 내용과도 충돌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잘못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다 정확하고 정치한 법적 분석·정책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변호인 조력권 등 관련 권리·절차 보장이 더욱 보강된 관련 특별 입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주민 송환 법제 개선에 관한 연구- 특별법 제정 방안 및 내용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향후 재발할 수 있는 북한 주민 송환이 명시적인 법적 근거를 갖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 송환에 관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며 "특별법으로서 가칭 북한 주민 송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경우 주요 내용으로는 법의 목적, 정의, 송환 사유, 송환 결정, 이의제기 등 송환 결정 대상자의 절차적 권리, 송환 방법 등이 규정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이어 "향후 재발 가능한 북한 주민 추방·송환 문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 집행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제3자 또는 국제기구가 참여함으로써 송환 대상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아울러 송환 결정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유엔 자유권 규약 제13조가 보장하고 있는 절차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자유권 규약(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3조는 '합법적으로 이 규약의 당사국의 영역 내에 있는 외국인은, 법률에 따라 이루어진 결정에 의하여서만 그 영역으로부터 추방될 수 있으며, 또한 국가안보상 불가피하게 달리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의 추방에 반대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고 또한 권한 있는 당국 또는 동 당국에 의하여 특별히 지명된 자에 의하여 자기의 사안이 심사되는 것이 인정되며, 또한 이를 위하여 그 당국 또는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이 그를 대리하는 것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탈북민 강제송환이 반복되면 이는 북한 주민의 탈북을 막는 심리적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헤엄 귀순한 북한 남성이 정부 합동조사 과정에서 밝힌 내용은 북한 내에서 탈북 시 강제송환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귀순자의 행적이 의심스럽다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질의에 "현재까지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귀순자가) 군 초소에 들어가서 귀순하면 북으로 돌려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며 "민가로 가려고 했다고 한다"고 귀순자 발언을 전했다.

이에 하태경 의원은 "몇 달 전에 군에 신고했는데 탈북한 사람들 돌려보냈다. 북한 내부에서는 한국에 탈북자가 가도 돌려보낸다는 허위선전을 한다"며 "실제로 정부가 돌려보내니까 더더욱 허위선전의 미끼가 돼서 우리 군을 의심하는 것이다. 탈북하고 싶어도 의심 때문에 못 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귀순자의 이 발언으로 인한 파장은 이어졌다. 육군 장성 출신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지난 24일 "강제 북송된 이들은 처형된 것으로 보도됐다. 문재인 정부가, 자유를 찾아 귀순해 온 헌법상 엄연한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법률적 책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이들을 사지로 내몬 것"이라며 "국군이 '나를 붙잡아 북한으로 되돌려보낼 저승사자' 같은 공포의 대상이 됐으니 귀순자가 군 검문소를 발견하면 황급히 은신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또 하나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군의 참담한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탈북민 인권을 강조해온 미국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로버트 킹(Robert King) 전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4일 미국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그가 북송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한국 내 탈북자들과 한국으로 탈북을 생각하는 북한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김정은과 그 정권은 아마도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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