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법대로]공사장 교통통제하던 근로자 사망…누가 배상?

등록 2021.02.27 11: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공사현장서 차량 유도 신호수 역할

전방주시 게을리한 차에 치여 사망

차주 보험사와 고용 업체에 손배소

법원 "공동해 총 3억여원 배상하라"

[법대로]공사장 교통통제하던 근로자 사망…누가 배상?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공사 현장에서 교통 통제를 하던 일용직 근로자가 차에 치여 사망했을 경우 누가 배상 책임을 지게 될까. 법원은 운전자의 보험회사는 물론 안전교육을 소홀히 한 건설업체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물류창고 부지조성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던 일용직 근로자 A씨는 지난 2019년 2월22일 오전 8시40분께 울산 울주군의 편도 2차로 도로에서 공사현장 진입로 공사를 위해 차량을 1차로로 유도하는 일을 했다.

해당 도로는 터널 인근 내리막길로 평소 출퇴근 시 과속 차량이 많았다. 이에 건설업체는 당일 아침 "차들이 속도를 많이 내니 서행할 수 있도록 조심해서 수신호를 하라"는 취지의 교육을 했다.

또 당시 교통 통제를 위해 2차로와 갓길 사이에 안전드럼통을 설치했고, 공사현장에서 몇십 미터 전방에 서행 입간판을 설치해놨다.

하지만 당시 건설업체는 A씨의 안전을 위한 보호장구 착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실제 A씨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 갓길을 벗어나 수신호하지 말라는 등의 주의사항 지시 역시 건설업체는 하지 않았다.

결국 2차로를 따라 불상의 속력으로 진행하던 B씨가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과실로 통제 수신호를 하고 있던 A씨를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A씨는 숨을 거뒀다.

이 사고와 관련해 B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치사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건설업체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벌금 300만원의 판결을 받았다.

A씨의 아들 2명과 모친은 B씨가 가입한 보험회사와 교통 통제 업무를 지시한 건설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15단독 장지혜 판사는 A씨의 아들 2명과 모친이 보험회사와 건설업체를 상대로 낸 총 3억8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우선 장 판사는 "이 사건 사고는 직접적·일차적으로 B씨가 전방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로 발생했음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B씨 차량의 보험회사는 망인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험회사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건설업체는 신호수 역할을 하는 A씨에 대한 안전교육에 소홀했고, 보호 및 운전자의 공사현장 조기 인식을 위한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과실이 B씨가 일으킨 이 사건 사고 발생 및 손해 확대에 기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B씨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 따라서 건설업체는 보험회사와 공동해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건설업체 책임도 인정했다.

또 "건설업체가 터널 출구 부근에 '공사중' 표지판과 교통안내도를 설치하고, A씨에게 차로변화 구간에 위치해 신호수 역할을 하게 했다면 B씨가 A씨 위치를 더 일찍 파악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A씨로서도 스스로 안전을 도모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한 채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갓길이 아닌 도로 중간에 서있었다"며 "A씨의 과실 역시 사고 발생 및 확대에 기여했다"고 피고들의 책임 범위를 80%로 제한했다.

이를 종합해 장 판사는 보험회사와 건설업체가 공동해 A씨의 아들 2명에게 각 1억4500여만원을 지급하고, A씨의 모친에게는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