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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화두 던진 변희수…결국 못 이룬 '여군의 꿈'

등록 2021.03.03 22: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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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청주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성 정체성' 관련 목소리 낸 첫 군인

소송 등 재입대 노력…물거품으로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2.kh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고(故) 변희수(23) 전 하사가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도중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외부에 알린 첫 군인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변 전 하사의 행보는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 우리 사회에 수많은 과제를 남겼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날 오후 5시49분께 자신의 충북 청주 상당구 소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군이 자신을 전역시켰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군인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며 목소리를 낸 것은 변 전 하사가 처음이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끝까지, 육군에 돌아갈 그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저 하나로 성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복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면 괜찮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공개석상에 섰다)"고 했다.

직업군인을 오랫동안 꿈꿔왔다는 변 전 하사는 기갑병과 전차승무 특기로 임관 후 군 복무를 이어가다 2019년 겨울, 소속 부대의 승인 아래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육군은 변 전 하사가 기자회견을 연 날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통해 "군 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전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변 전 하사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는 육군에 '전역 심사기일 연기'를 요청했으나 군은 예정대로 전역심사위원회를 연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화두를 던졌고, 성 소수자의 인권 등에 관한 과제도 남겼다.

청주지법은 변 전 하사의 성별정정신청을 받아들여 법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변 전 하사가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게 된 과정과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했던 점, 그 소망을 이룬 뒤에도 꾸준히 치료와 군 생활을 병행한 점, 여군으로서 계속 복무하기를 희망한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변 전 하사가 민간인 신분이 된 지난해 1월23일, 논란이 된 전역 기준 등이 담긴 '군인사법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했다.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22.khkim@newsis.com

[서울=뉴시스]김근현 기자 =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지난해 1월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육군의 전역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기존 시행규칙 제53조(전역 등의 기준)는 3항으로 구성돼있었는데, 4항을 신설한 것이다. 4항에는 심신장애 판정을 받더라도 변 전 하사처럼 전차 조종수로서 실력이 뛰어난 경우 군 내부 절차를 거쳐 계속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변 전 하사 측은 육군의 전역 조치 결정에 반발해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군본부 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는 변 전 하사의 전역 처분 취소 신청에 대한 심의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변 전 하사 측은 20여개 시민단체, 공동변호인단 등과 힘을 모아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 강제 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인권위도 지난해 12월 전원위원회를 통해 '변 전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은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 조치'라며 이를 취소할 것을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도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유엔 측도 지난해 9월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변 전 하사 측의 이 같은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변 전 하사의 시신 상태로 볼 때 숨진 지 수일이 지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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