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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성희 감독 "'가상 정거장', 기술 통해 공공예술 정의 질문"

등록 2021.03.04 13:34:18수정 2021.03.04 18: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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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일 행화탕에서 프로젝트 펼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사업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정거장’의 김성희 예술감독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행화탕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04.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정거장’의 김성희 예술감독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행화탕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동시대 기술은 우리 삶을 변화로 몰아가고 있어요. 그걸 놀라움·볼거리로 바라볼 게 아니라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예술적·비평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오는 5~21일 서울 아현동 복합문화예술공간 행화탕에서 펼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 정거장(Virtual Station)'을 펼치는 김성희 예술감독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테크놀로지 매체를 활용하지만, 인위적인 결합을 추구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근원적 성찰이 없이 기술과 테크놀로지를 붙이면 어색함이 발생한다"면서 "오늘의 이야기는 오늘의 그릇에 담되 확실한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윌리엄 포사이스, 로메오 카스텔루치 등 세계 공연예술계 거목들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을 역임, 다원예술을 한국에 안착시킨 공연기획자로 통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국제현대무용제(MODAFE)의 기반을 닦는데 기여했다. 전위적이며 실험적인 공연의 장이었던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Bo:m)'으로 분기점을 만들었다.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정거장’의 김성희 예술감독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행화탕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04.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정거장’의 김성희 예술감독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행화탕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3.04. [email protected]


이번 '가상 정거장'은 현재 가장 논쟁적인 기술을 통해 공공예술을 논한다.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운 작품보다, 관객에게 생각을 요하는 작품들이 배치됐다.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에 가상의 극장을 짓고 그 속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김지선 작가의 '슬픔의 집'(5~6일), 구글 스트리트뷰로 촬영한 거리를 물감으로 페인팅한 티파니 리 작가의 VR 작품 'VR 리퀴드 파노라마'(5~7일·12~14일·19~21일),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마스 멜레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연극을 이끌어가는 리미니 프로토콜의 '언캐니 밸리'(13~14일) 등을 선보인다.

또 인공지능이 다섯 명의 채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상의 사건을 두고 재판을 여는 헬렌 노울즈 '수퍼댓헌터봇의 재판'(12~14일),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를 비트는 더블럭키 프로덕션의 연극 '헝클어진 데이터들의 정원'(20일)도 마련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바이벌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 속에서 진행되는 '에란겔: 다크 투어'(20~21일)도 눈길을 끈다.

김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히 중요한 건 공공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예술에서 공공성하면, 오락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거워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예술은 대면하기 불편한 것에 대해, 말하기 거북스러운 것에 대해 그럼에도 이야기를 해야 하죠. 공공의 오락성과 많은 참여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공공예술의 영역'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죠.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예술의 역할인데, 지금까지 공공과 예술이 만나는 영역에서는 그 역할이 빠져 있었거든요."
[서울=뉴시스] 리미니 프로토콜. 2021.03.04. (사진 = Gabriela Neeb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리미니 프로토콜. 2021.03.04. (사진 = Gabriela Neeb 제공) [email protected]

해외 작품들은 내한이 예정됐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이번엔 스트리밍한다. 대신 온라인 상영이 끝난 뒤 화상으로 창작자와 관객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김 감독은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은 아니에요. 다양한 기술에 대해서 흥미로운 방식의 관점을 제공하죠. 뾰족하거나, 중요한 질문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리미니 프로토콜의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예로 들었다. 리미니 프로토콜은 독일의 진보적인 다큐멘터리 연극집단이다. 과거 한국에서 광주시민 100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100% 광주'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언캐니 밸리'는 '불쾌한 골짜기 현상'으로 번역되는 로봇공학 이론을 제목으로 붙였다.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관련된 이론이다. 독일 작가 토마스 멜레와 똑 닮은 로봇이 진짜와 가짜, 현실과 재현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묘한 체험이 형성된다.

김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 '가상의 정거장'을 통해 '가상의 극장'이나 '가상의 공간'을 만들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상에 들어가는 이유는 관객이 가상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예술은 대중에게 말을 걸어야 하니, 게임 속으로도 들어가는 거예요. 우리 작품들이 '거울상'이 돼 현실에 있는 극장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정거장’의 김성희 예술감독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행화탕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04.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민석 기자 = 공공예술 프로젝트 ‘가상정거장’의 김성희 예술감독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행화탕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3.04. [email protected]

1958년에 지어졌던 대중목욕탕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행화탕에서 이번 프로젝트가 펼쳐진다는 것도 그래서 의미가 있다. 김 감독은 "폐허였던 곳과 가상을 다루는 작품들이 맺을 리드미컬한 관계도 기대된다"고 했다.

김 감독의 실험과 도전은 이어진다. 작년 10월 선보였던 다원 예술 축제 '옵신 페스티벌'을 올해 가을에 확장해서 선보인다.

이번 '가상 정거장'에도 참여하고, 기존 가부장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퍼포먼스를 시도 중인 김나희 작가 등의 작품 등이 포진한다. 아직은 어리둥절하지만, 공공의 영역에서 언제가는 논쟁해야 할 작품들이다.

김 감독은 "다양한 작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와 장을 마련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따지는 시대에 예술은 잉여를 생산해서 자본주의 허상을 전복시키는 일을 해야 해요. 쓸모 없는 잉여의 아름다움을 확인하는 순간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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