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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잘못 설치한 쥐약에 돼지 집단폐사…누구 책임?

등록 2021.03.13 05:01:00수정 2021.03.13 06: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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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농장서 쥐약 먹은 돼지 62마리 폐사

법원 "쥐약 설치 업무상 주의 않은 잘못"

"농장주인도 관리상 주의 다하지 않았다"

폐사로 인한 손해액 2400만원 배상 판결

[법대로]잘못 설치한 쥐약에 돼지 집단폐사…누구 책임?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양돈 농장에 설치한 쥐약을 먹고 돼지들이 집단 폐사했을 경우 쥐약 설치업체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쥐약을 먹은 돼지들의 집단 폐사로 인한 손해를 농약판매회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양돈업자 A씨는 2017년 1월께 쥐를 박멸하기 위해 농약판매회사인 B사에 의뢰해 쥐약을 양돈 농장에 설치했다. 그런데 양돈 농장의 돼지 62마리가 쥐약을 섭취하고 집단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A씨는 "B사가 돼지들이 섭취할 수 없는 곳에 쥐약을 설치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머리를 내밀면 쥐약을 섭취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해 쥐약을 먹은 돼지들이 폐사하거나 성장이 지연되는 등 피해를 발생하게 했다"고 소송을 냈다.

A씨는 폐사한 돼지 62마리의 손해액 3050만여원에 성장이 지연돼 지출한 사료비 및 분뇨처리비 7090만여원을 더해 약 1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20단독 신종화 판사는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신 판사는 "의뢰를 받은 B사가 돈사 바닥으로부터 1m 정도 높이에 쥐약을 설치했고, 성체돼지 62마리가 쥐약을 섭취해 소화기 출혈을 일으키고 설사를 한 후 폐사에 이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쥐약에 따른 집단 폐사를 인정했다.

이어 "쥐약을 섭취한 것으로 짐작되는 성체 돼지들만 폐사한 사정과 쥐약의 독성에 관한 사회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성체 돼지의 쥐약 섭취와 폐사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사는 성체 돼지들이 쥐약을 섭취할 수도 있는 바닥으로부터 1m가량 높이의 장소에 쥐약 시료를 설치하는 등 쥐약 설치나 취급 과정에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신 판사는 폐사한 성체 돼지 62마리의 평균 무게가 118㎏이고, 당시 돼지 도체의 가격이 ㎏당 4582원인 점 등을 고려해 폐사로 인한 손해액이 2300여만원이며, 치료제 구입비용이 748만원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비타민 등 약품 투약으로 성체 돼지의 소화기 출혈이나 설사가 눈에 띄게 치유된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성장 지연 등으로 인한 출하 감소에 따른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신 판사는 "A씨로서도 쥐약이 독성 물질로써 가축 등에 유해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섭취 흔적을 발견한 즉시 쥐약을 제거하는 등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며 A씨의 과실도 20% 있다고 봤다.

아울러 "A씨에게 쥐약 섭취로 인한 재산상 손해 이외에 특별히 배상받아야 할 정신적 손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자료 청구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아 B사가 A씨에게 총 24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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