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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박다홍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등록 2021.04.06 07:00:00수정 2021.04.06 13: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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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

방송인 박수홍과 반려묘 '다홍' (사진=박수홍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방송인 박수홍과 반려묘 '다홍' (사진=박수홍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인기 개그맨 출신 방송인 박수홍씨가 지난 수십 년간 모은 100억원대 재산을 친형이 횡령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누군가에게 100만원을 떼었다고 해도 속상할 일인데 만일 그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해 금액'을 떠나 '가해자' 탓에 속이 뒤집어지고, 세상을 살아갈 맘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박씨에게 위로가 돼주는 것이 바로 '반려묘'다.

3월27일 MBN 예능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에 출연한 박씨는 반려묘와의 반려 생활을 소개했다.

박수홍은 지난해 8월 한 낚시터에 갔다 아기 길냥이를 만났다. 그는 평소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예뻐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을 쫓아오는 고양이를 외면하지 못했다.

고양이가 아파 보여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자신이 키울 수 없어 치료 후 다른 곳에 입양을 보냈는데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특히 그가 TV에 나오면 알아보고 달려가 TV를 긁을 정도였다. 결국 고양이를 집에 데려온 그는 '박다홍'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동거를 시작했다.
 
요즘 박씨는 다홍이에게 큰 위로를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제가 태어나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사람이 이래서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인생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잠을 못 자고 있으면 다홍이가 침대로 와서 제가 잘 때까지 눈을 깜빡깜빡해 준다"고 전했다.
 
방송인 박수홍과 반려묘 '다홍' (사진=박수홍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방송인 박수홍과 반려묘 '다홍' (사진=박수홍 인스타그램) *재판매 및 DB 금지



박씨는 다홍이를 향한 애정을 듬뿍 담아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함께 출연 중이다. 어느 날 한 시청자가 "박수홍씨가 다홍이를 구조한 줄 알죠? 다홍이가 박수홍씨를 구조한 거예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울컥한 박수홍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신세가 돼버린 박씨에게 하나뿐인 위로이자 마지막 희망이 된 다홍이 사연은 반려동물이 반려인에게 어떤 존재이고, 무슨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그 존재가 반려견이 아닌 반려묘라는 데 주목할 만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고양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재수 없다" "복수를 한다" 등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고양이가 수백, 수천 년 동안 반려동물로 사랑받아온 외국과 180도 달랐다.

1980년대 일간지에는 '고양이가 눈을 할퀴어 어린이가 실명됐다'는 사실이 대서특필돼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고착화했다. 비슷한 시기 보신탕용으로 사육되던 도사견에게 물려 어린이가 죽는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났으나 오히려 당시 여론은 고양이에 대해 더 부정적이었다. 뿌리 깊은 '고양이 혐오'가 이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들어 '페르시안' '친칠라' 등 외국산 장모 반려묘가 하나둘 수입되며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서서히 고양이도 반려동물(당시에는 애완동물)로 떠올랐다. 2000년대 들어 '러시안 블루'를 필두로 한 단모 반려묘까지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경기 침체 여파로 유기동물이 급증하면서 길냥이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돕기에 나섰다.

물론 급증하는 유기묘에 대해 불안해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2010년대 국내에 불기 시작한 '동물권' 보호 움직임 속에서 길냥이는 퇴치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책임감을 느끼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여기에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고양이에게 우호적인 젊은 세대와 반려견을 키우기 부담스러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반려묘가 인기를 끌며 2010년대 중반 이후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애묘인들은 다홍이를 '개냥이'(개와 같은 성격을 가진 고양이)를 넘어 '냥또'(고양이 로또)라 일컬으며 박씨를 부러워하고 있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목줄을 메고 산책하는 고양이' '옷 잘 입는 고양이' '샤워할 때 순응하는 고양이' 등 세상 모든 애묘인이 만나고 싶어 하나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묘연'(猫緣)을 보여준 데 따라서다.

다홍이는 외국산 고급 품종도, 펫숍에서 고가에 입양한 것도 아닌 구출된 길냥이다. 그것도 불행의 상징으로 예로부터 터부시되던 '검은 고양이'다.

 '은혜 갚은 박다홍'이 우리나라에서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모두 없애고, 길냥이 입양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수의사이기 이전에 길에서 구출한 반려묘(갸릉이·암컷)와 10년 넘게 살고 있는 '집사'로서 간절히 바란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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