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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데뷔 20주년' 김길려 음악감독 "공연이 더 간절해졌어요"

등록 2021.04.15 13:17:15수정 2021.04.15 14: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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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뮤지컬단 '지붕위의 바이올린' 참여

[서울=뉴시스] 김길려 음악감독. 2021.04.13. (사진 =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길려 음악감독. 2021.04.13. (사진 =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0년 동안 일을 쉰 적이 없어요. 작년에 처음으로 스케줄이 붕 떠서 당황스러웠죠."

김길려 음악감독은 올해 뮤지컬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이 기념작으로 오는 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음악감독이다. 김 감독은 작년 말 '작은 아씨들'로 이 뮤지컬단과 인연을 맺고, 현재 상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감독은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더 간절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지금도 암울하지만, 버티면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어요."

196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국내에선 서울시뮤지컬단의 주요 레퍼토리인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코로나19 시대에도 울림을 준다. 1905년 러시아 혁명 초기, 작은 유태인 마을에 사는 '테비에'가 주인공이다. 그의 가정은 가난·핍박의 역경에도 전통을 지키면서 새 시대를 아우른다.

김 감독은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전통과 새로운 세대 갈등의 포용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어떻게 포용하고 양보하고 단합을 해야하는지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봤다.

신구세대가 뭉쳐 60년 전통을 지켜온 서울시뮤지컬단의 역사와도 맞물린다. 이 단체의 모태는 1961년 창단한 국내 최초의 뮤지컬 단체 '예그린악단'이다. 김 감독은 "뮤지컬단은 전통과 뿌리를 지켜온 선생님들과 신인단원이 버무려져서 하모니를 내는데, 그런 점이 '지붕위의 바이올린'과 맞닿는다"고 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11개의 토니상을 휩쓰는 등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선라이즈, 선셋' 같은 넘버도 유명하다. 다만 한편에서는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최신 뮤지컬과 달리 "너무 예스럽지 않겠냐"고 걱정한다.

김 감독은 "고전의 힘을 세련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18인조 오케스트라에 맞게 악기를 재구성을 했어요. 러시아 지역적인 색깔을 살리되, 현대적이고 극적인 활발함을 표현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루트, 피콜로,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만돌린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김 감독은 주로 교회에서 음악을 익혔다. 경희대 음대 작곡과에 입학했고,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1년 만에 귀국했다. 

2001년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 오디션에서 반주를 맡았다. 당시 뮤지컬에 대해 잘 몰랐던 김 감독이었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클래식 기반이라 무리가 없었다. 이후 음악 조감독으로 이 뮤지컬에 합류를 했다. "기가 막히게 피아노를 잘 치는 반주자"가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았고 뮤지컬은 김 감독의 새로운 터전이 됐다.

[서울=뉴시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박성훈(테비예), 양준모(테비예), 유 미(골데), KoN(피들러), 권명현(골데)(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1.03.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박성훈(테비예), 양준모(테비예), 유 미(골데), KoN(피들러), 권명현(골데)(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1.03.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키스 미 케이트' '미스 사이공' 등의 반주에 참여한 김 감독은 2011년 '맘마미아!'를 통해 음악감독으로 데뷔했다. '명성황후' '러브레터' '팬레터' '판'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대극장과 소극장을 오가며 장르를 불문하고 활약해왔다.

최근 몇년 동안은 창작뮤지컬 음악계 대모로 자리매김했다. 경력 초반에 대형 라이선스물을 주로 작업한 김 감독은 "작품이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과정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겪으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고 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저 역시 드라마, 텍스트, 연기도 공부해야 하죠."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쉰 김 감독의 올해 스케줄을 빠듯하다. 국립정동극장 '판', 서울예술단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이 예정됐다.
 
뮤지컬업계 중간 세대인 김 감독은 "앞으로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지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코로나19로) 이미 세상이 바뀌었고,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시스템이 변해가는 상황에서 본질을 유지하면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가 숙제다.

"전 음악이 지금도 좋아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죠. 그 간절함이 통하려면, 음악 외에 관심 받는 분야들도 공부를 해야 해요. 우선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 주는 메시지를 저 역시 받아들여서 희망을 먼저 찾고 싶습니다."

한편, 서울시뮤지컬단과 신스웨이브가 공동제작하는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지혜롭고 유쾌한 아버지 테비예 역은 박성훈·양준모,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테비예의 아내 '골데' 역은 권명현·유미가 연기한다. 5월16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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