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연예인 관찰도 지겹더라...방송가 '직업 예능' 시대

등록 2021.04.20 14:08:48수정 2021.04.20 14:28:1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유퀴즈→아무튼출근→잡동산 인기

작위적이지 않고 공정성 확보 관건

[서울=뉴시스]'아무튼 출근!' 포스터(사진=MBC 제공)2021.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아무튼 출근!' 포스터(사진=MBC 제공)2021.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시사교양 프로그램 KBS '체험 삶의 현장'은 '직업 예능'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993년부터 2012년까지 20년간 방송되며 시청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이후 연예인들이 다른 직종의 삶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tvN '오늘부터 출근'(2014), KBS2 '투명인간'(2015), ' JTBC '해볼라고'(2019), 채널A '비행기 타고 가요'(2019)는 모두 '체험 삶의 현장'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 했고, 결국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지 못 했다.

 하지만 '직업 예능'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MBC '아무튼 출근!'(아무튼출근)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이 호응을 받고 있다. 또 강호동을 MC로 내세운 채널S의 '잡동산'도 인기를 타고 있다.

'직업 예능' 흥행 요인?…'연예인 체험' 버리고 '비연예인 삶 엿보기'로

[서울=뉴시스]지난 2월3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밸런싱 아티스트 변남석씨. 그는 이날 방송에서 단순히 '돌 쌓는 사람'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나기까지의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그는 두바이 왕세자로부터 초청을 받은 계기로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가 됐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 2월3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밸런싱 아티스트 변남석씨. 그는 이날 방송에서 단순히 '돌 쌓는 사람'에서 '아티스트'로 거듭나기까지의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그는 두바이 왕세자로부터 초청을 받은 계기로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가 됐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직업 예능과는 다르다. 연예인들의 체험에서 벗어나 일반인과 진짜 직장인의 출연을 통해 평범한 삶을 비춘다.

'아무튼 출근'을 연출한 정다히 PD는 "요즘 시청자분들은 연예인들이 짜고 치는 듯한 겉핥기식 체험에 (재미를 못 느낀다.) 이제는 시청자의 수준이 높아져서 금세 (가미된 연출을) 눈치챈다. 이는 기존 직업 예능의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저 조차도 '나 혼자 산다',  '진짜사나이' 등 연예인 관찰프로그램을 거쳤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을 관찰하는 게 지겨움이 살짝 생기더라. 실제 직업인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유 퀴즈'와 '아무튼 출근'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 이외에 대중에게 익숙치 않은 직업의 세계까지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퀴즈' 게스트들은 아주 오랫동안 천착해서 일을 한 경우도 있고, 특별한 계기에 (다른 직업을 찾아) 삶을 반전한 분들도 있다. (이는) 직업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한테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한 직업관에 대한 발상의 전환 계기를 줄 수 있다. 직업에 대해 전형적으로 가진 생각과 관념을 바꿀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양-예능 간 균형과 섭외 과정, 최대 난제이자 지속성·지향점과 직결   

[서울=뉴시스]'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심현민 공항철도 기관사. 시청자들은 그의 방송분에 대해 새로운 직업세계를 알게 돼 흥미롭고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래 사진은 한 누리꾼이 이 방송을 통해 기관사와 관련해 한 포털사이트에 질문한 내용이다.(사진=방송화면, 누리집 캡처)2021.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심현민 공항철도 기관사. 시청자들은 그의 방송분에 대해 새로운 직업세계를 알게 돼 흥미롭고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래 사진은 한 누리꾼이 이 방송을 통해 기관사와 관련해 한 포털사이트에 질문한 내용이다.(사진=방송화면, 누리집 캡처)2021.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의 범주에서 직업을 다루는 만큼 시청자들이 봐야 할 이유와 재미를 줘야 한다는 점은 제작진이 가지는 최대 난제다. 이는 동시에 프로그램의 지속성과도 연결된다. 제작진이 예능적 연출을 더할수록, 프로그램의 제작의도와 달리 흘러가며 시청자의 반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다히 PD는 "시청자들에게 '저 사람을 TV에서 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만족을 줘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지금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아무튼 출근'의 경우 현재로서는 '직업관'이 투철한 사람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형성을 벗어난 직장인의 모습도 보여주며 시청자의 흥미 요소를 더하고, 생각할 지점도 던져주겠다는 계획도 하고 있다. 

정 PD는 "직업관이 뚜렷한 분들을 섭외한다. 무조건 자기만의 가치관이 있어야 하더라. 그런분들은 엄청나게 직업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또 "오늘(20일) 같은 경우는 '신(新)직장인'이라는 콘셉트로, '아웃라이어' 캐릭터가 나온다. (카드회사 대리 이동수씨는) 남자 직원인데 승진을 마다하고, 육아휴직을 간다. '안식월 제도'가 생기자마자 1호로 쓰고, 사장님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IT엔지니어 천인우씨. 천인우는 tvN의 '하트시그널' 시리즈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인지도를 얻은 바 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IT엔지니어 천인우씨. 천인우는 tvN의 '하트시그널' 시리즈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인지도를 얻은 바 있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정다히 PD는 전화 인터뷰에서 섭외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는데, 이는 '직업 예능'의 화두인 공익성과도 연관되는 만큼 프로그램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전문가들은 '섭외' 부분이 프로그램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 PD는 "TV에 출연해서 기꺼이 자기 얘기를 해야 하는데 일반인이다 보니 (섭외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 방송계 관계자는 "'하트시그널' 출연진이 나온 건 화제성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일반인이 예능에서 웃긴 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경우 비연예인을 통해) 들을 만한 얘기, 볼 만하고 신기한 그림들을 그려야 한다. 화제성 있을 만한 '연반인'('반연예인'이라는 뜻으로, 연예인 만큼 유명한 비연예인을 가리킴) 데려오고, 잘생기고 예쁜 출연자를 뽑는 게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미디어가 스펙터클한 시대다. 아무래도 잔잔하게만 가서는 시청률과 수익성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교 스멜(냄새·느낌)과 예능에서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들 사이에서 니시(niche·틈새) 포인트를 잡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수익성 확보가 관건일 것 같다. PPL(방송에 자연스럽게 삽입되는 간접광고)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좇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길이 험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봉 교수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익성을 위해 '섭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유 퀴즈'는 아쉬운 점은 성공한 사람만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실패한 사람을 부르면 어떨까.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너무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만 보여 주면, 시청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유퀴즈'의 본래 제작의도처럼 평범한 사람도 나왔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있는 사람, 우리 옆집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하는 부분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채널S에서 지난 8일 첫 방송된된 '잡동산'. 특정 직업 전문가가 출연해 아이들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들은 두 직업을 체험하고 두 직업 중 더 끌리는 직업을 최종 선택한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채널S에서 지난 8일 첫 방송된된 '잡동산'. 특정 직업 전문가가 출연해 아이들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들은 두 직업을 체험하고 두 직업 중 더 끌리는 직업을 최종 선택한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4.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어쩌다출근'에 대해서는 출연진의 섭외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출연자를 찾을 때 재미적 요소를 고려할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출연자를 찾을 것이다. (이에 치중하다 보면) 공정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섭외 부분이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참여로 신청자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방송에서 다루는 직업이 기업의 홍보 협찬을 받는 경우, 작위적인 연출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자연스럽게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