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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소된 英 그렌펠 타워…장애 주민들 “탈출 방법 몰랐다” 진술

등록 2021.04.21 11: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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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72명의 생명을 앗아간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1주년을 맞아 14일 새벽(현지시간) 런던 서부 그렌펠 타워 외벽이 초록빛 조명으로 물들어 있다. 2018.6.14

【런던=AP/뉴시스】72명의 생명을 앗아간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1주년을 맞아 14일 새벽(현지시간) 런던 서부 그렌펠 타워 외벽이 초록빛 조명으로 물들어 있다. 2018.6.14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영국 런던 서부 래티머 로드에 있는 24층 짜리 아파트 그렌펠 타워가 전소된 건 지난 2017년 6월 14일, 그곳에 살고 있던 장애인들은 "평상 시 탈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2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당시 그렌펠 타워에 살고 있던 장애인들은 “아무도 비상 시 24층 짜리 건물을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과 유족 변호사들은 2017년 6월 발생한 화재를 ‘장애인에 대한 획기적인 차별 사건’이라고 규정해왔다. 이 사고로 7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신체·정신적으로 취약한 성인의 41%가 포함됐다.

그렌펠 타워는 1973년에 준공된 정부 소유의 고층 임대 아파트다. 매우 노후한 건물로 2016년까지 리모델링을 거쳤으나, 이후로도 스프링쿨러는 설치되지 않았다.

더욱 문제가 된 건 대다수의 주민들이 저소득층과 이민자들로 사회 취약계층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렌펠 타워가 위치한 지역은 영국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지만, 이 주변은 영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하위권에 드는 지역 중 하나다.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주민들은 "부자들이 많이 사는 노팅힐의 아파트였더라면 이렇게까지 됐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장애를 가진 주민들은 2단계 조사의 일환으로, 어떻게 건물이 관리되고 있었는지 진술했다. 비상시에 대피로가 없었던 점, 승강기가 고장 났을 때 집에 가기 위해 고군분투 했어야 한 점 등에 이야기했다.

주민 엠마 오코너는 2012년 그렌펠 타워 20층으로 이사했을 때, 장애가 있어 걸을 때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세입자 관리 단체에서는 화재가 났을 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 지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코너는 계단을 내려오는 데 30분이 걸렸고, 승강기가 고장나면 수리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지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관리 단체는 우리의 불평에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에게 무례하다고 말했다"라며 "이들이 우리 삶의 값을 매길 수 있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3층에 살던 마부베흐 자말바탄도 화재 안전에 대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밤, 그는 걸을 수 없어 한 걸음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가야만 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린 뒤 목발을 사용하는 마허 쿠데어 역시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살던 9층에서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탈출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계단뿐이었고, 그가 이사 왔을 때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그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히삼 추케어는 "어머니는 허리가 좋지 않아 지팡이를 사용했다"라며 "개인적인 대피 계획은 전혀 세워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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