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내가 책임져" 구급차 막은 택시…'살인' 불송치 할듯(종합)

등록 2021.04.21 16:05:1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유족, 작년 7월 살인·살인미수 등으로 고소

고인 죽음·병원 지연도착 인과관계 등 검토

상급기관 내부논의…보강수사 가능성 있어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접촉사고를 이유로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가운데)가 지난해 7월24일 오전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24.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접촉사고를 이유로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가운데)가 지난해 7월24일 오전 특수폭행, 업무방해 등 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24.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지난해 서울 강동구에서 환자가 탄 구급차를 상대로 고의접촉 사고를 내고 가지 못하도록 막은 혐의를 받은 택시기사 사건에 대해 경찰이 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이 사건은 병원에 도착한 환자가 결국 사망, 이같은 사연이 유족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지며 대중적 공분이 일어난 바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택시기사 최모씨의 살인 혐의 불송치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리고 서울경찰청 등 상급기관과 최종 논의 중인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다만 상급기관과의 조율 결과에 따라 보강수사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사건 당시 택시기사였던 최씨를 살인·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특수폭행 치사·치상, 일반교통방해 치사·치상, 응급의료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지난해 7월 고소했다.

경찰은 같은해 9월 대한의사협회에 피해자 의무기록 사본 등 감정을 의뢰했고, 이송 중이던 환자의 죽음과 최씨의 고의사고 간 인과관계를 면밀히 살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왔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구급차를 막아선 최씨 행위의 살해 고의성 입증에 어려움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 감정결과서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살인 혐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경찰서)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지만 현재 윗선과 최종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연이 올라오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달라'는 게시물에 한달 새 73만여명이 동의했고,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최씨는 지난해 6월8일 오후 3시12분께 서울 강동구 한 도로에서 1차로로 끼어드는 사설 구급차의 왼쪽 뒤편을 고의로 들이받고 구급차가 가지 못하도록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는 당시 환자 박모(사망 당시 79세)씨가 타고 있던 구급차를 사고 처리 등을 이유로 막았고, 이로 인해 이동이 10분 이상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양해를 구하는 구급차 운전기사에게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박씨는 결국 병원에서 5시간 만에 사망했고, 유족은 박씨 사망과 이송 지연과의 관련성을 주장해왔다.

최씨는 앞서 지난 3월 2심에서 사기·보험사기방지특별법·업무방해·공갈미수·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1년10개월을 선고 받았고, 최씨 측과 검찰 모두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으면서 확정됐다.

검찰 역시 상고를 하지 않은 것은, 대법원 상고는 '양형부당'으로는 할 수 없는데 최씨가 받는 혐의들이 1·2심에서 전부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최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2015년부터 5년간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피해를 가장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전세버스, 회사택시, 사설 구급차 등에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교통사고 충격이 가벼운 수준임에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은 것처럼 상대방을 속여 4회에 걸쳐 4개의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합의금 및 치료금 명목으로 합계 1719만420원을 챙긴 혐의도 있었다.

한편 최씨는 현재까지도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 변호인은 "현재까지 사과 등 연락해온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오히려 민사소송에서는 본인이 고의적으로 사고냈다는 사실도 부인하고 있어서 유족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