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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벌어 퇴사하고파"…2030 코인열풍 확산

등록 2021.04.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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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10명 중 6명, 코인투자

거래량 30대 최다, 60대 2배 넘어

소득으로 집도 못사…투자에 몰두

직장생활 회의감…퇴사 꿈꾸며 투자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미국과 한국에서 특별단속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암호화폐 서적이 진열돼 있다. 2021.04.20.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미국과 한국에서 특별단속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암호화폐 서적이 진열돼 있다. 2021.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코인으로 돈벌어서 퇴사하고 싶어요. 요즘엔 좋은직장 다니는 사람보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보다, 코인으로 대박 수익낸 게 더 부러울 정도에요."

직장 생활 8년차인 김모씨(35세)는 22일 뉴시스에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올들어 총 2000만원 규모로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코인 광풍이 꺾이면서 투자액을 크게 잃었지만 이른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속어)'한 끝에 올들어 손실액을 전부 회복했다. 그러고도 1000만원 이상 더 벌었다.

 김씨는 "며칠 전 정부의 규제 소식에 시세가 급락해서 우울했지만 이미 차익을 거둔 게 있는데다 손실을 회복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절망적이진 않았다"며 "역시 조금 지켜보니 다시 반등하더라. 오히려 이 김에 투자액을 늘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씨를 포함한 2030세대의 코인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 바람을 타고 주식으로 수익을 올렸던 이들이 올초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자 하나둘 가상화폐로 넘어오는 분위기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미국과 한국에서 특별단속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20일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2021.04.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미국과 한국에서 특별단속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락한 20일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직원이 암호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2021.04.20. [email protected]


실제로 2030세대 10명 중 6명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신규 실명계좌를 만든 이용자수는 총 249만5289명이다. 이중 20대가 81만6039명(32.70%), 30대가 76만8775명(30.80%)으로 전체의 63.51%를 차지했다.

거래량도 30대가 가장 많았다. 코인원에 따르면 지난 1~2월 일평균 거래량의 39.0%가 30대로 집게됐다. 두번째로 많은 60대(17.8%)의 2배 규모다.

청년들이 코인에 몰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직장생활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어서다. 최근 저금리가 계속되자 근로소득을 차곡차곡 모아 굴리는 것만으로는 자산을 불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한은행이 발간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34세 미혼자들은 본인의 소득 수준을 평균 이하이며 저축도 못하는 상황으로 인식했다. 10년 후 소득은 2배 늘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몇년 2030세대들은 내 집 마련에 몰두하며 부동산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 같은 부동산 '막차행렬'에 올라타지 못한 청년들은 '빚투(빚내서 투자)'도 불사하며 주식에 투자했다.

게다가 가상화폐 시세 급등세와 맞물려 코인투자 열풍이 짙어지고 있다. 주식에서 번 돈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식이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수익이 근로소득보다 훨씬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기혼자 역시 10년 뒤 임금은 약 40% 상승하고 자산은 2배 늘기를 희망하지만 현재의 30대와 40대는 별 차이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연령대별 일평균 거래량(자료제공 = 코인원)

연령대별 일평균 거래량(자료제공 = 코인원)


게다가 평생직장 개념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37세 직장인 주모씨는 "직장생활을 아무리 해도 월급은 쥐꼬리 만큼 오르지 않나. 우리 부모세대처럼 열심히 회사만 다녀서는 월급을 아끼고 모아도 집 한채 사기가 불가능하다. 육아도 힘들다"며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고 갑자기 회사가 문닫을 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대가 됐다. 시대는 변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평생 직장의 노예가 될 것만 같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일부 직장인의 투자 성공담이 전해지면서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 커뮤니티에 삼성전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백억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 사실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2030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직장 여성 정모(32)씨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지나가니 동기들이 줄줄이 퇴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안이 없어 계속 다니고 있지만 회사생활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계속든다"며 "퇴사를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자금이 필요하지 않나. 지금은 주식투자도 조금 늦은 것 같고 현재로선 코인이 최선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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