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이지원 감독 "요즘 아이들 알고 싶어 초등학교 다시 갔죠"

등록 2021.04.29 18:02:58수정 2021.04.29 18:34: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이들은 즐겁다' 장편 데뷔작…5월5일 개봉

[서울=뉴시스]'아이들은 즐겁다' 이지원 감독. (사진 = CJ ENM 제공) 2021.04.2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아이들은 즐겁다' 이지원 감독. (사진 =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 아는 지인을 통해 초등학교에 다시 갔어요. 일주일 정도. 교실 맨뒷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시작부터 끝까지 같이 들었습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성인 남성이 초등학교에 다시 갔다. 요즘 어린이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오는 5월5일 개봉하는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의 이지원 감독 이야기다.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이 감독은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은 숨기고 서울에서 수업하는 거 보러온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다"며 "매스컴에서 요즘 아이들 어떻다저떻다 하는 걸 들어서 진짜 그런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저도 일부만 본 것이겠지만 제가 느낀 아이들은 제가 어릴 때와 다르지 않았다. 똑같이 교실과 복도에서 장난치고, 웃고 떠들고 흙장난도 하고. 그냥 아이들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아이들은 즐겁다'는 아픈 엄마와 바쁜 아빠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홉살 다이(이경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이가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친구들과 전 재산을 털어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풀어냈다.

이야기의 중심인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주가 되는 영화다. 그만큼 어린이들이 느끼는 것을 그대로 화면에 담을 수 있도록 이끌어내야 했을 터. 하지만 성인이 아닌 어린이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즐겁다'에는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연기 커뮤니케이터'라는 새로운 역할이 있다.

이 감독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영화 '우리집'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을 만나서 자문했었다. 아무래도 어린이 배우 등장 영화 경험이 많으시다 보니"라며 어린이 배우들을 케어하고 감독과의 연결고리가 되는 사람을 두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감독 역시 커뮤니케이터를 두기로 했는데, 실제로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의 연기까지 이끌어주는 역할도 맡겼다. 연기 커뮤니케이터를 맡은 신지이 배우는 오디션 단계부터 사전준비작업, 촬영 현장에서, 어린이 배우들의 곁을 지켰다.

이 감독은 어린이 배우들이 미리 시나리오를 보고 인물을 분석하거나, 감정을 미리 연습해오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꾸미지 않은 진짜 모습, 진짜 감정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친해져야 하는 어린이 배우들끼리 친해질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고, 특정 장면에 담겨야 하는 감정선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미리 연습해보도록 했다.

이 감독은 "촬영 전에 3개월 동안 진행했다. 아이들이 실제로 친해져야 했고, 시나리오를 전달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이 전반적인 영화에 감정을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감정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현장에서 그 감정을 다시 잘 복기시키더라. 연습한 건 약간 다른 상황이었더라도 감정의 결이 유사해서 쉽게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아이들은 즐겁다' 이지원 감독. (사진 = CJ ENM 제공) 2021.04.29.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아이들은 즐겁다' 이지원 감독. (사진 = CJ ENM 제공) [email protected]


이 감독은 '아이들은 즐겁다'를 연출하게 된 사연도 전했다.

그는 원래 작업하던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했다. 어린이 배우가 아닌 성인 배우를 중심으로 하는 장르 영화였다. 그러던 중 '허5파6' 작가의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의 영화화 제안을 받았다.

이 감독은 "원작 자체가 너무 좋았다. 너무 좋은 이야기이고,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끌림이 엄청 강하게 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항상 추구하던, 제가 좋아하는 영화, 그런 것들과 닮아 있었다. 또 제가 이전 단편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테마들, '어른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에 관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즐겁다'에도 그런 주제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도 단순히 아이들의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안에서 제가 추구하는 그런 세계들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원작일 것 같았다. 그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단편 영화 '푸른 사막', '여름밤'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특히 여름밤으로 제37회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대상,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제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최우수작품상 등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호평받았다.

첫 장편을 내놓은 이 감독은 "대학에서부터 영화를 전공했다 보니, 사실 20대 때부터 꿈꿔왔던 것이라 영화감독이 돼 내 영화를 찍고, 개봉하는 꿈을 이뤘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뿌듯함, 그리고 행복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영화 제목처럼 사실은 즐거워야 하는 존재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는 어른들로 인해 발생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고 '나는 내 주변의 어떤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이 돼야 할까'라는 걸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