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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오스카 같은 비극이 더 없도록…

등록 2021.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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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

오스카 (사진=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오스카 (사진=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4월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영국 체셔주 체스터에서 한 잉글리시 코커스패니얼종 반려견이 우연히 삼킨 코로나19 마스크로 인해 숨지고 말았다.

'오스카'라는 이름의 이 반려견은 주말에 반려인 엠마 폴과 산책하러 외출했다 돌아욌다. 이후에도 오스카는 집안에서 건강히 잘 뛰어놀았다.

그러나 월요일 오전 오스카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다. 깜짝 놀란 폴은 오스카를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본 뒤 폴은 경악했다. 오스카 배 속에 일회용 마스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삼킨 것이라면 제거하기 쉬웠으나 안타깝게도 마스크 코 밀착용 철심이 오스카 장기를 찌른 상황이었다. 긴급 수술을 했으나 오스카는 패혈증으로 끝내 폴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폴과 가족은 오스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마을 곳곳에 "다 쓴 마스크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호소하는 포스터를 붙였다. 

코로나19 팬더믹이 불러온 또 다른 비극이다.

그러나 사실상 사람이 일으킨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마스크를 함부로 버린 사람은 당연히 잘못했지만, 폴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오스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을 때 주의를 게을리한 것은 물론 오스카가 어렸을 적부터 아무거나 함부로 주워 먹는 일이 없도록 가르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스카는 밖에서 버려진 마스크를 삼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30년 넘게 수의사로 봉직한 필자가 보기에 집안에 마스크가 떨어져 있어도 오스카가 이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집 밖은 말할 것도 없고, 안에도 반려견이 먹어 사고가 발생할 위험 요인이 차고 넘친다. 어린이 장난감이나 고무풍선. 알루미늄 포장지, 닭 뼈. 바늘, 못 등 금속 물질. 각종 액세서리., USB 등등 하나같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다. 심지어 어느 아이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풀어헤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삼켰다가 필자에게 달려오는 일도 있었다.

결국 반려인이 반려견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확실히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다.

어렸을 적부터 "안 돼" "기다려" "먹어" "앉아" 등 '복종 훈련'을 시켰다면 안이든 밖이든 최소한 이물질을 먹으려는 것을 봤을 때라도 이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목줄을 맨 채로 밥을 주면서 바로 먹으려고 할 때 목줄에 연결된 끈을 살짝 잡아당기며 "안 돼"라고 외치고, 바로 "기다려"를 이어서 말한다. 반려견이 조금 기다리면 "먹어"라고 허락한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하면 반려견은 대부분 잘 배운다.
 
반려견에게 반려인이 주는 밥, 간식만 먹게끔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다. 이물질이 아니라 사람이 흘린 과자 조각일지라도 반려견이 함부로 먹는 것을 보면 반드시 쫓아가 입에서 꺼내 못 먹게 해 확실히 안 된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물론 평소에 순한 반려인이더라도 자신이 먹는 것을 반려인이  빼앗으려고 하면 화를 내고 '입질'을 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혹시 물려도 덜 아프도록 반려견이 어렸을 적부터 가르치는 것이 좋다.
오스카 (사진=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오스카 (사진=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필자가 아는 영국인 가족은 반려견이 어렸을 때 케이크, 고기 등에 핫소스를 뿌려놓고 방치해둔다. 우연히 이를 발견한 반려견이 신나게 이를 먹다 결국 매운맛에 고통을 받는다. 이런 것을 각종 사람 음식으로 반복하게 해 반려견이 함부로 먹는 것을 막는다.
 
단독주택 같은 경우에는 일부 도둑이 고기에 독을 넣어서 담장 안으로 던져 반려견을 제거하는 일도 있다. 제대로 교육하면 반려견도, 집도 지킬 수 있다.

함부로 주워 먹는 원인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이물질을 섭취하는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영양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섬유소 부족으로 풀을, 광물질 부족으로 흙을 먹는 식이다. '이식증'도 의심해 볼 만하다. 풀을 먹는 이유 중 하나로 내부 기생충을 꼽을 수도 있다.

일단 먹지 못하게 막은 다음 반려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자. 처방식 사료를 먹여야 하는 경우도 있고, 구충을 해줘야 하기도 한다.

자신의 반려견이 다른 사람이나 반려견을 물지 않더라도 아무거나 주워 먹거나 핥아먹는 습관이 있다면 외출할 때 가벼운 입마개를 해주는 것도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다만 날이 점점 더워지니 호흡이 곤란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스카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오스카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쓴 이 칼럼이 다른 반려견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기도 빌어본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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