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빽 없는 연기 잘하는 사람들 자괴감 들겠다"

등록 2021.05.07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연예인·셀럽 자녀 출연 '엄빠 찬스' 논란

[서울=뉴시스]아빠! 어디가?(사진=화면 캡처)2021.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아빠! 어디가?(사진=화면 캡처)2021.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연예인 자녀의 TV 출연은 '스타주니어쇼 붕어빵'(2009~2015), '아빠! 어디가?'(2013~2015)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전에도 연예인 자녀가 TV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단발성에 그쳤을 뿐, 연예인 자녀들이 고정 출연진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 시절 시청자들은 스타의 자녀를 볼 수 있다는 신선함과 아이들의 순수함에 매료됐고, 이들 프로그램은 흔히 말하는 대박을 쳤다.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MC 그리)은 '붕어빵'을 통해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아빠! 어디가?'의 경우 당시 출연하던 민국이와 민율이(김성주의 자녀들), 후(윤민수 자녀), 지아와 지욱이(송종국의 자녀) 등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비연예인인 이 아이들은 2013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특별상'까지 받는다. 

[서울=뉴시스]'업글인간'에 출연한 김무성과 고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업글인간'에 출연한 김무성과 고윤(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프로그램들의 성공으로 연예인 자녀들의 TV 출연이 잦아졌다. 하지만 어딘지 그 모양새는 좀 달라졌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들이 특별한 의도를 갖지 않고 프로그램에 출연해 순수함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면, 최근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 자녀들은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무명 연예인'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크다.

최근 방송된 tvN의 '업글인간'에는 당 대표 출신의 유력 정치인 김무성이 아들인 배우 고윤과 함께 출연했다. 또 뮤지컬 스타인 최정원은 딸 가수 유하와 함께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딸을 각인시켰다.

해당 프로그램의 게시판에는 "금수저 배우 딸내미, 금수저 정치인 아들은 대체 왜 내보내는 거냐. 서민 나부랭이들은 이런 거 보고 박탈감 느껴 보라고?", "금수저들만 나오네", "고윤 방송이용하려는 게 뻔히 보여", "빽 없는 연기 잘하는 사람들 자괴감 들겠다", "연기자로 잘될 기미가 안보이니까 그냥 김무성 아들인 거 까시네요" 등 부정적인 여론이 주를 이뤘다.

스타가 연예인이 되고 싶은 자신의 자녀와 함께 브라운관에 함께 얼굴을 내밀거나 언급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김흥국은 '아빠본색'(채널 A)에 아이돌 지망생인 딸 김주현을 데리고 동반 출연했다. '유자식 상팔자'(JTBC)에 나왔던 이경실 아들 손보승, 박남정 딸 박시은은 이후 연기자의 길에 발을 들여 놓았다. '아빠를 부탁해'(SBS)에서는 조재현·강석우·이경규가 배우 지망생 딸을 데리고 나왔다.

황신혜는 모델 딸과 함께 꾸준히 예능에 얼굴을 비치고 있다. 배우 이유비는 견미리의 배우로서의 커리어보다 견미리의 딸로 먼저 유명해졌다. 차화연은 '해피투게더'(KBS)에 출연해 딸이 배우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엄마는 외계인'에 출연한 황신혜와 그의 딸 이진이(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5.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엄마는 외계인'에 출연한 황신혜와 그의 딸 이진이(사진=방송화면 캡처)2021.05.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MC그리처럼 자연스럽게 방송에 나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연예인의 길을 걷는 것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딘지 의도가 뻔히 보이는 연예인 자녀들의 출연에 시청자들은 눈쌀이 찌푸려진다는 반응이다.

시청자 이모(31)씨는 "안 그래도 좁은 연예계 시장에서 부모 특권을 이용한 특혜라고 생각한다. 누구는 TV 한 번 노출되려고 피땀 흘리는데…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모(33)씨는 "공정성을 저해하는 방송 출연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망생들에게 박탈감을 안겨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현재 연예인 자녀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빠! 어디가?'의 인기에 중국은 이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는데 이 프로그램의 인기로 육아 예능이 계속해 생겨나자, 중국 내에서 연예인이 부를 세습한다는 비판 여론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사회주의 국가로서 중국의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지만, 이러한 조치의 배경은 우리에게 생각해 볼 지점을 던져준다.

배우 하정우는 연기로 인정받은 후에야 자신이 배우 김용건의 자식임을 밝혔다. 배우 정경호는 아버지가 '무자식 상팔자', '부모님 전상서', '목용탕집 남자들' 등을 연출한 거장 PD인 정을영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단역부터 시작해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방송사와 제작진 입장에서는 연예인 자녀의 출연이 시청자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고 그만큼 이슈가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섭외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곧 시청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혹은 해당 스타나 소속사와의 관계에 따른 출연일 수도 있다.

2021년 현재 국민 대부분이 IPTV·종합유선방송(케이블TV 등) 등에 가입해 TV를 시청한다. 이는 곧 지상파뿐만 아니라 모든 TV 채널이 공공재적 특성을 지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파가 아닌 방송사들에게까지 공익성 추구를 요구하는 것은 과할 수 있겠지만, 사회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는게 방송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