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부동산 시장 안정화, 지금이 고비다

등록 2021.05.21 10:42:1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주택공급 '민간 러브콜' 나선 정부

LH사태 후 공급신호 안 먹히자 변화

집값 다시 상승 조짐…벼랑 끝 기회

단기 공급방안·부동산 이슈도 살펴야

[기자수첩]부동산 시장 안정화, 지금이 고비다


[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최근 '공공' 주도 주택공급을 고수하던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민간'의 역할을 언급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동안 집값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4년 간 25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급등하자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의 2·4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4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공주도 주택공급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이런 와중에 4·7재보선에서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을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자 시장에서는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는 LH 투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공공주도 공급대책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의 한결같은 '공급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민간 주도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불안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4·7 재보선 이후 상승폭이 점차 확대되더니 이번 주에는 2·4 공급대책 발표 시점인 2월 1주차 주간상승률(0.1%) 수준까지 올라왔다.

정부는 최근의 집값 불안은 수요와 공급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4·7재보선 이후 수요와 공급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의 주택 공급 기능을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2·4대책과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하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확실한 방향과 믿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행보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노 장관은 지난 18일 취임 후 첫 정책간담회에서 "향후 공공주도 공급사업 뿐 아니라 민간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도 제도 개선사항을 제시할 경우 적극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전날 정의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수요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주택이 필요한데 어떤 부분은 민간이 들어와서 일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주도 공급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공급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형성되지 않자 결국 주택공급의 주체로 민간과 공공, 두 축을 모두 내세우는 '투 트랙' 전략을 세운 것이다.

부동산과 경제 정책을 다루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주택 공급에 있어서의 민간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데에는 더 이상의 집값 상승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사실상 이번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도 있다.

시장에 확실한 공급 시그널을 줘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좋다. 다만 주택의 공급까지는 최소 2~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 주택공급 방안도 속도감 있게 시행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과 대출 규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7재보선에서 참패한 후 부동산 정책 수정에 나섰지만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비롯해 양도소득세 완화,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규제 완화 등이 중구난방 식으로 터져 나왔지만 아직 무엇 하나 확정된 게 없다.

노형욱 장관은 전날 "지금의 상황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으로 돌아서느냐, 아니면 다시 과열로 가느냐하는 터닝포인트에 서 있다"고 말했다.

노 장관의 말에 100% 공감한다. 정부가 계획한 주택공급이 차질 없이 이뤄져 지금의 이 시기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길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