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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홍보·글쓰기, 결국 인간 이야기…선한 영향력 전하고파"

등록 2021.05.12 16:06:54수정 2021.05.12 19: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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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홍보→신인 '극작가'로 데뷔

단막극 '구멍'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공연

[서울=뉴시스] 극작가 김지선. 2021.05.12. (사진 = 서울연극협회·황호규·최용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극작가 김지선. 2021.05.12. (사진 = 서울연극협회·황호규·최용석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극작가 김지선(37)은 공연계 '부캐'로 유명하다. 국립정동극장 홍보담당이면서 극작가로 낮과 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제41회 서울연극제'가 진행한 '단막 희곡 공모'에서 '구멍'으로 당선, '신인 극작가'가 됐다. 또 그 해 말 벽산문화재단 '벽산희곡상 공모전'에서 장막 '호모 플라스티쿠스'가 뽑혀 극작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제 '글을 써도 된다'는 면허증을 받은 느낌입니다"

김지선 홍보담당에 극작가라는 영예를 안겨준 '구멍'은 무대로 올려졌다. '제42회 서울연극제' 단막 스테이지의 하나로 12~16일 서울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공연한다.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인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김승철 대표가 연출로 나섰다.

"작품을 제대로 올린 경험도 없는 제 작품에 대해 연출님이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김 작가는 "김승철 연출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회사 면접보다 더 힘들어서 진땀을 뺐다"고 했다." 작품을 제 입으로 설명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연출님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짚어주셨어요."

단막극 '구멍'은 어느 날 갑작스러운 땅꺼짐 사고로, 아내·아이를 잃은 남성의 이야기다. 작가가 TV에서 본 자동차 급발진으로 가족을 잃은 남성의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고, 2019년 그녀가 공포를 느끼던 땅꺼짐을 소재로 삼았다. 한 일간지 신춘문예 최종까지 올라갔던 희곡이었는데 아이를 출산한 후 상당 부분이 수정됐다.

플라스틱과 환경을 통해 근원적인 존재를 톺아보는 '호모 플라스티쿠스' 역시 올해 말 연극으로 옮겨진다. '스테디 레인' 등의 김한내 연출이 함께 한다. 

김 작가는 사회적인 현상에서 소재를 주로 찾는다고 했다. 한예종 연극원에 재학 중이던 2008년 친구들과 독립예술인 자격으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선보였던, 연극 '브리튼을 구출해라'는 쓰레기가 소재였다.
[서울=뉴시스] 극작가 김지선. 2021.05.12. (사진 = 서울연극협회·황호규·최용석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극작가 김지선. 2021.05.12. (사진 = 서울연극협회·황호규·최용석 제공) [email protected]

작가는 한예종에서 극작이 아닌 비평을 공부했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동경이 커졌다. 2009년 학교를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면서 '글쓰기 꿈'은 멀어졌다. 극단, 티켓 매니지먼트사, 충무아트홀, 안양문화재단 등에 몸 담았고 2014년 국립정동극장에 입사했다.

변곡점이 생긴 건 2016년이었다. 당시 서울연극센터가 신진 극작가 발굴을 위해 마련한 웹진 연극in의 '10분 희곡'에 김 작가의 '무덤'이 게재됐다. 배우 김명기가 그 글을 우연히 읽고, 칭찬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당시 두 사람은 연인 사이었고, 2017년 결혼해 지금은 부부다.

고선웅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공작소 마방진 1기 단원으로 현재 국립극단 시즌단원인 김명기는 항상 김 작가에게 "글을 꼭 써야 하는 사람"이라며 응원했다. "배우니까 얼마나 많은 희곡을 읽어겠어요. 그런 사람이 '구멍'에 대해 칭찬해줬을 때 얼마나 힘이 됐는지 몰라요."

김희철 대표를 비롯한 국립정동극장 직원들도 큰 힘이다. 김 대표는 "'글쓰기는 지선 씨의 또 다른 재능 중 하나이고, 우리 극장의 자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글쓰기 못지 않게 본업을 좋아한다. "창작자들의 생각과 고민을 옆에서 계속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홍보일의 가장 큰 보람이다. "결국 '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제 안에 축적이 됐어요. 또 글쓰기 자체가 직업이 아닌, 좋아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부캐 같은 작가가 진짜 자신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글쓰기는 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저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죠. 앞으로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 수 있게, 글을 통한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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