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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밟혔다" 전문가들 일치된 견해…법정서 통했다

등록 2021.05.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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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 정인이 양모에 무기징역 선고

입증 어렵다던 살인 혐의…유죄로 인정돼

법의학자·부검의 증언, 정황 증거 큰 역할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손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2021.05.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정인이'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손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2021.05.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16개월 여아 '정인이' 입양모 장모씨의 살인 혐의를 1심 법원이 인정함에 따라 이런 판결이 나온 근거에 관심이 쏠린다.

증인도 없고 피해자도 사망한 사건에서 재판부가 살인죄를 인정한 것인데, 이같은 판단에는 법의학자와 부검의 등 전문가들의 증언과 정황 증거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주위적 공소사실 살인, 예비적 공소사실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전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당초 장씨를 아동학대치사로 기소했다가 지난 1월13일 첫 공판기일에서 주위적 공소사실을 살인으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증인도 없고 피해자도 사망한데다, 살인의 '고의성'도 입증해야 해 살인 혐의는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에 검찰은 공판 과정 내내 법의학자와 부검의 등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살인 고의성 부각에 주력했다. 공판에는 정인이를 부검했던 19년 경력의 부검의 A씨와 유창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교수,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 석좌교수 등이 차례로 증인석에 앉았다.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정인이'의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5.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정인이'의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5.14. [email protected]

A씨는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의 복부 손상에 대해 "(관련 논문들에는) 집에서 이런 치명적 복부손상 자체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돼 있다"며 "정인이처럼 췌장이 절단되고 장간막도 몇 군데 찢어질 정도의 손상은 더욱 생기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정면으로 척추를 보는 방향에서 직각 방향으로 외력이 작용해야 정인이와 같은 신체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복부에 2회 이상 강한 외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장씨가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았을 가능성을 밝힌 것이다.

또 유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발로 밟는 경우가 합당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고, "정인이는 너무 많이 다쳤다. 내동댕이칠 때 흔히 생기는 멍이 있다"며 "조금 더 사망의 가능성을 인식하지 않았나라는 개인적인 의학적 소견이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장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마지막 증인으로 나섰던 이 교수는 "정인이는 대장과 소장이 파열되지 않고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만 발생한 것으로 보아 2차례 이상 발로 밟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증언은 실제 재판부 선고에서도 언급됐다.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정인이'의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5.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정인이'의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1.05.14. [email protected]

1심 재판부는 전날 선고 과정에서 "피해자의 경우 대장이나 소장이 파열되지 않은 채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발생한 것에 비춰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당일 피해자의 복부를 적어도 2회 이상 밟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 설명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장간막 파열은 주먹으로 가격하는 경우 발생이 어렵고, 발로 밟는 경우 발생한다고 한다'거나 '췌장 손상이 있는 경우 고의적 둔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한다' 등 전문가들이 증인석에서 설명한 내용들도 살인죄 적용의 근거로 인용됐다.

재판부는 장씨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실시된 실험 결과를 살인죄 적용의 근거로 언급하기도 했다. 장씨 측이 정인이 사망 당일인 지난해 10월13일, 정인이를 안고 흔들다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으로 떨어뜨렸다는 주장에 대해 실험으로 반박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인이) 사망 당시와 유사한 크기인 86㎝, 9.05㎏의 인형을 피고인의 겨드랑이 높이 정도인 150㎝에서 떨어뜨리는 실험을 재연한 결과 5회 모두 다리 부위가 먼저 닿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장씨 아래층에 살던 주민이 정인이 사망 당일 들었던 4~5회 정도의 큰 소리와 진동도, 살인죄 적용의 정황 증거로 언급됐다.

재판부는 "아래층 주민이 피고인이 방문한 (지난해 10월13일) 오전 9시45분 피해자의 장간막이 파열돼 출혈이 발생했다면 10시38분께에는 저혈량 쇼크로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하는 식이었다.

결국 직접 증거는 없지만 관련 분야 전문가 증언과 정황 증거들이 장씨의 살인 고의성에 무게를 더한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장씨와 함께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남편 B씨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B씨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고 있어, 재판부는 별다른 언급 없이 "자백에 신빙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만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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