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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교수' 대학가 몸살…"이러다 이니셜 Z도 나올판"

등록 2021.05.16 13: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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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교수, 실명 밝히고 성폭행 피해 폭로

서울대 가해 교수 "곧 강단 복귀할 것" 언급

전문가 "사회적 지위가 개인적 영역에 영향"

"가해자 엄중 처벌과 구성원간 연대도 중요"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교 측이 이를 묵인하고 방조하며 심지어 은폐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의 권력 관계가 사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대학의 소극적인 대처와 약한 처벌이 반복적인 성폭력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6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11일 자신의 실명을 밝힌 영남대의 한 교수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이 교수는 "여자로서 세상에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죽기보다 수치스러운 일이지만, 용기를 내 실명을 밝히고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 사실을 제보했지만 학교는 덮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얼마 전까지 부총장이었던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밝히고 분리조치를 호소했지만 그는 시끄럽게 하려면 나가라고 했다"며 "오히려 저를 내쫓으려고 보직도 없애고 회의에 부르지 않는 등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은 거창하게 성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뭔가 하는 척만 할 뿐이고 가해 교수는 학생들과의 분리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며 "여자 교수가 피해를 입어도 이 정도인데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어떻게 하나"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대학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교수뿐 아니라 학생을 상대로도 끊임없이 발생했다.

서울대 음악대학 A교수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에 걸쳐 대학원생 제자를 상대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성희롱·성추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러나 최근 A교수는 강단에 곧 복귀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인 공동행동 관계자는 "지난해 음대 교수의 가해 사실이 공론화됐을 때 자신은 스크래치만 나지만 피해자는 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발언했다"며 "최근 대학원생에게 자기가 곧 복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대 음대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는 서울대 내에서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들의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알파벳이 26개인데, 이제 20개 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스승님들이 끊임없이 알파벳으로 불리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지난해 7월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7.28.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대학교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 학생들이 지난해 7월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반복되는 교수 권력형 성폭력·갑질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7.28. [email protected]

범죄 혐의가 불거진 당사자는 대외적으로 흔히 A교수, B교수 등 알파벳을 이용한 익명으로 표현되는데, 알파벳이 이미 6개나 사용될 정도로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교수가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대학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회적 지위가 개인적인 영역에까지 미치는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진희 성폭력 전문 국선변호사는 "단지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며 "대학 교수, 직장 상사, 도지사 등 종속적인 관계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장생활에서의 지위가 개인적인 영역까지 미치는 것"이라며 "사생활에 있어서도 상대를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소극적인 자세와 약한 처벌이 성폭력 사건을 계속해서 양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김재련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개별 사건을 명확히 해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위력 관계에서 힘을 갖지 못한 학생이 학교를 떠나다 보니 학습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과 반성만큼 구성원들의 연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데, 공감해주고 힘든 상황에서 지지하고 연대해주면 피해자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데 큰 힘이 된다"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일상 생활로 돌아오는 사례들이 쌓이면 사회가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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