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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진보-보수 모두함께…달라진 5·18 '우리들의 오월'

등록 2021.05.18 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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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주년 주제 '우리들의 오월' 국민통합 정신 담아

보수정당 국회의원 2명 처음 추모제 초청 눈길

여·야 정치권도 광주 총결집…광주정신 담아내

"5·18 정신 4·19와 함께 나란히 헌법전문 수록돼야"

DJ 美 망명연설 공개 "광주의 恨 화해·용서로"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추모제에 참석한 국민의힘 (사진 왼쪽부터)성일종·정운천 의원이 유족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1.05.17.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추모제에 참석한 국민의힘 (사진 왼쪽부터)성일종·정운천 의원이 유족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1.05.17.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구길용 기자 = 41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이 달라졌다. 지역과 세대, 진영을 뛰어넘어 국민 모두가 하나 되는 '우리들의 5·18'로,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보수정당 국회의원이 처음으로 5·18추모제에 초청되고 여야 정치권이 하나되어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을 기렸다.

41주기에 맞춰 공개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연설 속 '광주의 한은 복수가 아닌, 민주회복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화해와 용서의 정신이 되살아나 미래로 승화되는 형국이다.

5월 광주의 정신이 시대를 넘어 국민대통합을 이끌어내고,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이나 진상규명 등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계 인사와 희생자 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 기념식의 주제는 '우리들의 오월'이다. 41년 전 광주의 오월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오월임을 알리고 5·18정신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통해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김부겸 총리는 이날 기념사를 통해 "오월 정신을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계승해 나가자"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한 오월 광주의 정신은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너무나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미를 담아 5월 광주에서는 뜻깊은 일들이 이어졌다.

5월유족회가 사상 처음으로 보수정당 국회의원 2명을 5·18추모제에 공식 초청해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국민의힘 정운천·성일종 의원은 지난 17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추모제에 참석해 유족회 회원들과 포옹하고 희생자들이 잠든 묘역에 깊이 참배했다.

성일종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인데, 이렇게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5·18유가족과 광주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5월 광주의 정신이 국민 통합이라고 하는 큰 정신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운천 의원도 "오늘로써 40년 두꺼운 벽을 넘은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야 정치권도 광주로 집결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이낙연·정세균 등 대권주자를 비롯해 당 지도부,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까지 총출동했다.

야권의 움직임도 사뭇 달라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소속 국회의원들을 이끌고 광주를 방문해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지난 7일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광주를 찾은 데 이어 10여일 만에 재방문이다. 그 사이 초선의원들도 대거 광주를 방문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8월 5·18묘역에서 무릎사과를 한 이후 지속적으로 펼쳐 온 호남동행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몇해 전까지 보수정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5·18 폄훼 망언이 이어지고 5·18민주화운동 3법 개정에 발목을 잡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제는 여야를 뛰어넘어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 정신을 담아 국민대통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때맞춰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 연설 내용도 주목받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차 미국 망명중이던 1983년 3월5일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 연설을 통해 "민중의 한은 원한이 아니라서 복수로서 풀리지 않고 그 소망의 성취로서만 풀린다"며 광주의 한은 가해자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민주주의 회복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해와 용서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지금의 시대정신과 맞물려 있다.

이제 광주시민들의 시선은 5월정신의 헌법전문 수록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재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진상규명조사위는 발포 책임자와 헬기사격, 희생자 암매장 등 미완의 핵심과제에 대한 폭넓은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해와 용서, 국민통합도 올곧은 진상규명의 바탕 위에서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5월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과 관련해서는 야당에서도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헌법전문 수록이 그동안 야당의 발목잡기로 무산됐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5·18정신의 헌정사적 의미와 헌법적 가치 규범화를 위해 헌법전문 수록 등 3개 세부사업을 공약으로 추진해 왔지만 지난 2018년 3월 대통령 개헌안이 야당의 반대로 자동폐기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날 방송인터뷰에서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과 관련해 "당의 정강정책에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다음 개헌 논의가 이뤄지면 토론이 될 것이다"며 "(저는)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가 될지 지금 당장 가늠하긴 어렵지만 헌법을 개정할 때 우리가 계승할 자랑스러운 역사 유산으로 4·19 옆에 5·18이 나란히 놓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쓰기도 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통해 "5·18을 계승하고 미래의 자산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여야를 초월해 5월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초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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