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립극장, 환골탈태…거대한 돌계단 없애고 1221석으로 변신(종합)

등록 2021.05.18 18:58:53수정 2021.05.18 19:00:3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안호상 전 극장장→김호철 극장장 마무리

3년7개월 간 리모델링...9월 공식 재개관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외관.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외관.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해오름극장이 3년7개월 간의 리모델링 사업을 완료했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18일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자연음향 공연과 다양한 연출방식의 수용이 가능해져 보다 현대적이고 수준 높은 공연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된 내부시설을 공개했다.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사업은 안호상 전 극장장 시절이던 2017년 10월부터 진행했다. 극장 핵심 공간인 무대·객석·로비의 전면 개보수는 1973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총 사업비는 658억 원이 투입됐다. 안 전 극장장이 기반을 닦고, 김 극장장을 비롯 극장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등을 설득해 2019년 12월 186억원을 증액했다.

국립극장의 해오름극장 개·보수는 공연업계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1950년 창립한 국립극장은 1973년 10월 현재 위치로 이전해 남산 시대를 맞이했다. 남산 개관 당시에 약 1322㎡ 넓이의 무대와 3개 층 1494석의 객석, 당시엔 최첨단 시설인 회전무대, 수동식 장치 봉 등을 갖췄다.

하지만 당시 공연장 건축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일본 가부키 전용극장의 설계를 그대로 모방했다. 그래서 세로 폭 대비 가로 폭이 넓어 가부키가 아닌 다른 공연을 올리는데 무리가 따랐다.

또 시설 노후로 다양한 현대 공연 기법의 구현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상태였다. 관람환경 또한 낙후됐다는 평을 받아왔다. 지난 2004년 한차례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나, 공연장 로비 및 객석 등의 인테리어 보수에 그쳤다.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무대 및 객석.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무대 및 객석.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이번에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환골탈태했다. 공연장은 기존 1563석 규모에서 1221석의 중대형 규모로 변화했다. 단순히 객석 수를 늘리는 것을 지양하고, 관람 집중도를 높였다.

국립극장은 "기존 해오름극장 무대는 폭이 최대 22.4m로 너무 넓은 데다 느슨한 객석 배치와 완만한 객석 경사도로 관람객 시야 확보가 어렵고 집중이 떨어지는 구조였다"면서 "이에 따라 무대 폭은 최대 17m로 줄이고, 객석 경사도는 높여 관객 집중도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외관에서부터 달라졌다. 문화광장에서 해오름극장 로비로 이어졌던 거대한 돌계단을 없앴다.

열린 공간으로서 개방성과 접근성을 높였다. 또한 코로나19로 촉발된 감염병 일상화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무인 발권 시스템, 자동 검표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내부에 에스컬레이터도 설치, 노약자·장애인 등의 동선 등도 배려했다.

무대 기계장치는 현대식으로 재탄생했다. 기존에 수동 혼합형으로 운영했던 23개 상부 장치 봉을 통합 자동 운영되는 78개 장치 봉으로 변경해 구체적인 무대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대 바닥은 사용 빈도가 낮았던 대형 회전무대가 사라지고 오케스트라 연주단 등으로 전환이 용이한 14m×4m 크기의 승강무대 4개로 변화했다. 원형 회전무대는 직경 10m와 13m 두 가지 크기의 조립식 형태로 제작, 필요할 때 중앙 승강무대를 하강한 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무대 및 객석.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무대 및 객석.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특히 건축음향에 중점을 두고 리모델링한 점이 도드라진다. 기존에는 1.35초로 고정됐던 해오름극장 건축음향 잔향 시간(연주 후 소리가 실내에 머무는 시간)을 1.65초까지 확보했다.

별도의 확성장치 없이 자연 음 그대로의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극장 공간을 조성했다. 객석 내벽에는 48개의 가변식 음향제어 장치인 '어쿠스틱 배너'를 설치했다. 공연 장르에 따라 음향 잔향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

전기음향에서는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을 국내 공연장 최초로 도입했다. 총 132대 스피커(메인 59대, 프런트 16대, 서라운드 48대, 효과 9대)로 완성했다.

국립극장은 "이번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입체적인 음향 디자인과 혼합을 통해 객석 어느 위치에서나 선명하고 생생한 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공연장 음향 시스템은 객석 좌·우측과 중앙에 스피커가 설치된 형태다. 객석 중앙의 정삼각형 구역이 최적의 감상 위치로 나타나며, 이 위치를 벗어날수록 균질한 음향이나 풍부한 음상 이미지를 감상하기 어려워진다.

국립극장은 "관객의 위치에 따라 소리의 선명도가 달라지는 전통적인 스테레오 시스템에서 벗어나 음향 사각 지역을 없애며, 객석 어느 위치나 균형 있는 음향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외관.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해오름극장 외관. 2021.05.18. (사진 =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조명설비는 일반 조명기기 사용과 무빙 라이트, 포그 머신(연기 발생기) 등의 시스템을 갖췄다. 객석 조명 또한 무대 실연자의 눈부심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했다. 각각의 램프를 분리 운영 할 수 있다.

무대 뒤 변화도 있다. 기존에는 분장실이 총 9개였으나, 새로운 극장에서는 두 배로 늘렸다. 1층에 출연자 휴게실을 비롯해 개인 분장실 3개와 단체 분장실 7개, 2층에는 리딩룸 1개와 단체 분장실 2개, 지층에는 달오름극장 공연 시에도 활용 가능한 6개의 예비 분장실을 설치했다.

김 극장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제작극장으로서 국립극장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리모델링으로 극장 무대막의 효시로 통한 이세득 화백(1921〜2000)의 원화 무대막도 해오름극장에 더 이상 걸리지 않게 됐다.

지난 2014년 일부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을 당시에도, 해당 무대막은 복원돼 계속 사용됐다. 하지만 극장 사이즈가 바뀌고, 현재 대부분의 공연장이 면막을 사용하지 않게됨에 따라 이 원화 무대막은 국립극장이 따로 보관하게 됐다.

이제 해오름극장 막은 투명막에 영상 등을 쏴서 변화를 주게 된다.

국립극장은 오는 6월부터 8월까지 공연장을 시범 운영한다. 개선 사항을 보완해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 시작되는 9월 공식 재개관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국립창극단 '귀토'(6월 2~6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6월11일), 국립무용단 '산조'(6월 24~26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