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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택시에 둔 휴대폰, 사례금 달라는 기사…죄일까?

등록 2021.05.2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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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휴대전화 두고내려 뒤늦게 연락

기사 "빈손으로 오지 않겠죠" 사례 요구

"신고하겠다"→ 점유이탈물횡령죄 기소

법원 "불법영득의사 단정 안 된다" 무죄

[죄와벌]택시에 둔 휴대폰, 사례금 달라는 기사…죄일까?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려 뒤늦게 연락하니 기사는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며 사례금을 요구했다. 결국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기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사례금 요구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26)씨는 지난해 9월27일 오전 3시10분께 기사 김모(66)씨가 운행하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휴대전화를 택시에 두고 내렸다. 뒤늦게 이를 인지한 A씨는 1시간 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락했고 기사 김씨가 받아 자신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A씨에게 택시비를 달라는 취지로 말하며 미터기를 찍고 가서 휴대전화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A씨가 친구를 보내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휴대전화는 즉시 반환되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다시 A씨와 통화하며 "못 오게 한 건 아니지 않나", "설마 빈손으로 오지는 않겠죠"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에 김씨와 A씨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결국 A씨는 "그럼 갖고 계세요. 제가 경찰에 얘기할게요"라며 말했고 김씨는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답하며 두 사람 사이에 통화는 종료됐다. 실제로 A씨는 김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김씨는 경찰 연락을 받고 휴대전화를 반환했다.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A씨가 먼저 다시는 전화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해 틀림없이 후회하고 경찰과 같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의 택시에 두고 내린 A씨의 휴대전화를 반환하는 등 절차를 밟지 않고 자신이 가질 생각으로 갖고가 A씨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혐의를 적용해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당초 법원도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2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남 판사는 유실물법에서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 가액의 100분의 5이상 100분의 20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을 제시했다.

또 "김씨의 '빈손으로 오진 않겠죠'라는 발언을 금액을 정하지 않은 사례금을 요구하는 취지로 해석한다고 해도 이런 점만으로는 김씨에게 휴대전화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기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A씨에게 자신이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음을 밝히고 A씨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도 처분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경찰서에 방문해 휴대전화를 반환하지 않은 채 반환이 지체되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김씨가 불법영득의사로써 휴대전화를 반환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남 판사는 "비록 김씨가 분실물 습득의 사후처리 절차를 소홀히 하고 사례금을 거절하는 듯한 A씨의 태도에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김씨에게 불법영득의사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 판례는 반환의 거부가 횡령죄를 구성하려면 단순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반환 거부의 이유와 주관적인 의사들을 종합해 반환거부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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