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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전기차 한미동맹 강화…중국 판매 영향은?

등록 2021.05.25 0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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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5.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 야외테라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5.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존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의 '전기차 동맹'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사드사태 이후 바닥을 치고 있는 중국 시장 회복에는 이번 회담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 정상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바이오의약품, 차세대이동통신(6G) 등과 함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기업들 역시 적극 나섰다. 현대차는 전기차 현지생산을 위해 74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 및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도 합작 또는 단독투자를 통해 약 14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전기차, 수소협력,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되는 전기차 모델을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은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을 통해 아이오닉5 또는 아이오닉6를 현지 생산한 후 기아 EV, 제네시스 JW 등 다른 전기차 모델들도 차례로 생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의 자동차회자 제네럴모터스(GM)와 미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선다. 양사는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제2 합작공장에 2조7000억원을 투자,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독자 배터리 공장 2곳을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셀 생산을 위해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 SK이노베이션은 합작사 투자금액 절반인 3조원와 현재 건설중인 조지아 1, 2 공장 3조원 등 미국 시장에 6조원을 투자한다. 이 외에도 3조원 규모의 3, 4공장 추가 건설 등을 검토하고 있는 등 향후 시장 확대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LG엔솔, SK이노베이션의 이번 투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바이 아메리카' 정책과도 연관돼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 공급 활성화 정책과 더불어 현지 생산 차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데 이어 전기차 분야를 그린뉴딜 핵심사업으로 지정하고, 1000억원 달러 규모 전기차 구매 보조금, 관용차·상용차 전동화 전환, 대규모 충전소 설치 등 전기차 대규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도시에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키로 하는 등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보조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일본·대만 등 동맹국들과 연대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재편, 중국과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으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간 공급망 협력이 본격 추진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특히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판매하는 전용 전기차를 현지 생산하게 되면 인센티브 확보 등을 위해 전기차 부품업계의 미국 진출도 큰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난양=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현지시간) 중국 허난성 난양시 시촨현의 저우좡 마을을 돌아보며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1.05.14.

[난양=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현지시간) 중국 허난성 난양시 시촨현의 저우좡 마을을 돌아보며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1.05.14.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번 회담이 외교문제로 번져 중국시장 판매가 더욱 위축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4일 서울 중구 소월로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100년과 중국의 발전 세미나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아쉽게 봤다"며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중국을 겨냥해서 하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싱 대사는 "지금 미국은 모든 힘을 동원해서 중국을 억압·탄압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한국의 자주적인 일이고 알아서 할 일이지만 중국의 이익이나 세계 평화, 지역 평화를 훼손하지 말고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국익이 상하면 이에 대해 우리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기아에게 중국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현대차·기아는 2016년 중국시장에 합산 179만대를 판매하며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2017년 사드사태 이후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기아는 현지시장 경쟁력을 높이지 위한 재정비에 나섰지만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1~4월 중국 시장점유율은 2.6%로, 전년 동기(4.2%)에 비해 무려 1.6%p 줄었다. 현대차·기아의 1~4월 판매는 679만1000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53.1% 늘었지만 중국 자동차시장이 올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뼈아픈 수준이다. 4월 판매 역시 현대차 3만700대, 기아 1만1810대로, 지난해 4월에 비해 각각 9.9%, 49.1%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배터리 동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공급망 구축과 연계돼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일방향 외교가 아니라 다양한 외교기법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산업이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많은 투자를 했고, 중국에서도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다"며 "한중관계가 악화돼 업계가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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