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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도망친 여자'와 비슷·불친절은 여전…홍상수 '인트로덕션'

등록 2021.05.26 06:00:00수정 2021.05.28 15: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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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인트로덕션' 스틸. (사진=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제공) 2021.05.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인트로덕션' 스틸. (사진=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제공) 2021.05.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흑백의 영화 화면에서는 작품의 구성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3가지 포옹 장면이 이어진다. 눈이 내리는 병원 건물 앞에 선 남녀는 갑자기 추억에 젖어 포옹하고, 유학길에 쫓아온 연인은 헤어지기 싫다며 안고, 해변에서는 몸을 녹여주기 위해 친구들끼리 껴안는다.

인물들은 수시로 담배를 피우고 일상 속 대화를 주고받는다. 앵글은 한사람을 다른 이에게 소개하는 행위, 한사람이 뭔가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 등 행위와 행위 사이 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

영화 '인트로덕션'은 옴니버스식 구성을 지닌 흑백영화다. 홍상수 감독의 25번째 장편으로 세 개의 단락을 통해서 청년 영호(신석호 분)가 각각 아버지, 연인, 어머니를 찾아가는 여정들을 따라간다.

영호는 아버지가 불러 한의원을 찾는다.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환자들 때문에 바빴고, 영호는 온종일 기다린다. 영호는 간호사 여인(예지원)과 건물 앞에서 눈구경을 하다 어릴 적 한 말을 회상한다.

2부는 영호의 여자친구 주원(박미소 분)이 독일로 패션디자인을 공부하러 가며 시작된다. 어머니는 독일에 사는 옛 친구의 집에 딸이 묵게 하려고 같이 동행했고, 영호는 주원을 만나려 충동적으로 독일에 갔다.

세 번째는 영호가 어머니의 호출을 받고 친구와 동해안의 횟집을 찾는 장면이다. 어머니는 나이 든 남자배우와 함께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배우는 오랜 전에 아버지의 한의원을 찾아갔을 때 만난 적 있는 연극배우다.

일상 속 순간을 포착하는 홍상수식 연출 스타일은 여전하다.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서사를 전개하는 일반적인 극영화와는 거리를 둔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의 힘과 대사에만 의존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끌어간다. 전조 혹은 서문으로만 한 편의 영화를 만든 느낌마저 든다.

전작 '도망친 여자'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구조는 닮아있다. '도망친 여자'의 감희(김민희)가 친구 세 사람을 만난 것처럼 '인트로덕션'의 영호는 아버지와 어머니, 여자 친구를 찾아간다.

반면 감희를 온전히 따라간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주인공 영호를 비추다가도 다른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세 개의 단락으로 구성됐지만 이야기가 촘촘히 이어지는 건 아니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시원하지는 않다. 장면 사이에서 힌트를 찾고, 재미와 의미를 나름대로 부여하는 건 영화의 묘미다. 관객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이번 영화의 각본과 감독은 물론 촬영과 음악, 편집도 직접 맡았다. 김민희가 짧게 등장한다. 8번째 협업한 김민희는 2부에서 짧게 등장하며 이번 영화에 프로덕션 매니저로도 이름을 올렸다.

홍 감독의 은곰상 수상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20)에 이어 세 번째다.

'인트로덕션'은 지난 3월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은곰상 각본상을 안았다. 홍 감독의 은곰상 수상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20)에 이어 세 번째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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