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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속았다"…태양광 미끼로 682억 '먹튀' 회장, 무죄 주장

등록 2021.05.25 16: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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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회장 "고객 기망하려거나 편취 의도 없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태양광 발전사업과 관련, 부지 분양을 미끼로 수백억 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챈 업체 회장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25일 오후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호) 심리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태양광발전소 분양업체 회장 A(52)씨와 부회장 B(46)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A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다"라고 밝혔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기망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태양광 발전시설사업 전문가라고 자칭한 사람들에 속았다"라며 "피고인은 태양광 발전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사업 지연으로 인해 고객 386명에게 137억원을 환불해주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대금을 변제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이익을 편취하려는 기망 행위를 하려 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만약 기망 행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상습성에 대해서는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공사가 지체돼 많은 분께 진심으로 미안하다"면서도 "회사 발전을 독려하며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 고객을 기망하려거나 편취할 의도가 없었다"고 피력했다.

B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사죄하는 차원에서 공소사실은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초범인 피고인은 직원에 불과한데 공소장 기재 사실대로 과연 피고인에 상습성이 인정되는지 의문이고, 형식상 직책만 부회장이었을 뿐이고 실질적인 역할은 수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수십여 명의 배상신청인 중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한 피해자는 "재판장님이 보시기에도 저는 팔과 다리가 마비된 중증장애인"이라며 "먹고살기 힘들어서 전부터 알고 있던 태양광 관련 현수막을 보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약속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록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부분 피해자들이 부자도 아니고 선량한 서민들인데 (이 사건으로 인해) 모든 분이 다 가슴을 저미고 있고, 잠도 못 자고 우울증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면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재산을 압류해서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29일 오후 3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측 의견을 반영해 증거인부 절차로 진행될 예정이다.

A씨 등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양도해 주겠다"고 피해자 768명을 속여 682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업체는 전주에 본사를 두고, 서울과 경기도, 경상권 등 지점을 운영하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노후 대비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투자하거나 많게는 10억여원을 투자한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전남, 전북 등 전국 29개 개발지 중 일부에 발전소를 분양하면서 피해자들에게는 전체 필지에 허가를 받은 것처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까다로운 개발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다고 거짓말하거나 태양광 발전소 설치 실적이 없으면서도 다수의 발전소를 준공한 경험이 있다고 속였다.

당시 A씨는 투자금을 받고서도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며 수익금 지급과 시설 분양을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분양업체의 법인 자금 198억원을 빼돌리고, 대금 지급 능력이 없는데도 외부 업체로부터 10억원 상당의 태양광 부품을 공급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피해자들의 고소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127건을 접수하고 전국적으로 분포한 태양광 부지를 현장 탐문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는 등 피의자 검거에 주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지난 3월 10일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한 A씨를 추적, 10일 만에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A씨 등이 태양광 발전소 분양사업 과정에서 취득한 부동산 73필지와 예금 등을 몰수·추징보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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