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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집주인이 나가라네요"…치솟는 집값에 '전세난민' 속출

등록 2021.06.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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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집세 1.3% 상승…13개월 연속↑

전세 2018년 3월 이후 최대 폭 상승

서울아파트 전셋값 0.04→0.06% 확대

홍남기 "과거 고점 수준"…조정 시사

[세쓸통]"집주인이 나가라네요"…치솟는 집값에 '전세난민' 속출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 인천에 사는 임모(61)씨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전화를 받은 뒤 한숨이 늘었다. 2년 전 처음 이사 왔던 아파트 전셋값이 두 배 이상 올랐고 주변 모든 아파트도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계약 만료 7개월 전에 이미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나서자 계약갱신청구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 지방에서 근무 중인 박모(36)씨는 파견 기간 연장을 고민 중이다. 올해 서울로 복귀하기 위해 오피스텔을 알아봤지만, 만만치 않은 집값에 선뜻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불과 2년 전 살던 오피스텔마저 전셋값이 껑충 뛰었다. 내 집 마련은커녕 방 한 칸짜리 원룸 구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 좌절감마저 든다.

대한민국 민심(民心)이 부동산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 천지에 아파트가 넘치는데 비싼 가격 탓에 뒤늦게 집 장만에 나선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멈출 줄 모르고 치솟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로 내 집 마련에 나선 20~30대도 부쩍 늘었습니다.

반면 집 없는 사람들의 고충은 더 커져만 갑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등에는 "최근 집주인이 보증금을 3배 올려 달라고 했다", "이미 집값이 오를 만큼 올라 전세로 살다가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해도 전세 매물 자체가 없다", "전세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서울을 떠나야 하나요?" 등 하소연 섞인 글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집값 상승 추세는 통계에도 드러납니다. 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집세는 1년 전보다 1.3% 상승하며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집세는 지난해 4월 보합(0.0%)을 기록한 이후 1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좀처럼 집값은 잡히지 않는 모습입니다.

전셋값 상승세도 가팔라졌습니다. 지난달 전셋값은 2018년 3월(1.9%) 이후 최대 상승 폭인 1.8%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1.0%) 1%대 상승률을 보이더니 2월(1.2%), 3월(1.4%), 4월(1.6%)에 이어 지난달까지 매월 상승폭을 키웠습니다.

이마저도 매물이 급감하자 월세 상승세 또한 두드러집니다. 지난달 월세는 1년 전보다 0.8% 올랐는데 이는 2014년 8월(0.4%) 이후 최고 상승률입니다. 지난해 6월(0.1%)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월세 역시 올해 2월(0.5%), 3월(0.6%), 4월(0.7%)에 이어 넉 달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됐습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1.06.0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1.06.03. [email protected]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5월 다섯째 주(5월31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4%에서 0.06%로 상승 폭이 확대됐습니다. 서울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4월 마지막 주 0.02%, 5월 첫째 주~셋째 주 0.03%를 보이다가 넷째 주 0.04%, 다섯째 주 0.06%로 오름폭이 가팔라졌습니다. 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전셋값이 더욱 뛴 셈입니다.

특히 서초구는 반포 재건축 단지 이주 영향 등으로 0.26% 상승하며 서울에서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서초구 전셋값은 4월 마지막 주 보합을 보이다가 5월 첫째 주부터 5주 연속 가격 상승 폭을 확대했습니다. 인천 전셋값 역시 0.27%에서 0.29%로 오름세가 커졌습니다.

매매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0.11% 오르면서 지난해 7월 첫째 주(0.11%) 이후 47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4·7 보궐선거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 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서초구(0.18%), 강남구(0.16%) 등 강남 11개구는 0.12% 상승했으며 인천도 상승 폭이 0.43%→0.46%로 확대됐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상승률을 배제한 실질 가격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며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을 배제한 서울 아파트 실질 가격(2008년 5월=100)은 2013년 9월 79.6, 지난해 12월 98.8이었다가 올해 5월 기준으로 99.5까지 올랐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부동산 과열을 우려,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7월부터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 가계부채 유동성 관리가 강화된다는 점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변수"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주택자, 실수요자, 주거 취약계층 등 중심으로 일부 세제나 대출상의 부담 완화 등은 탄력성을 갖고 보완 중이나 주택공급 일관 추진+다주택자·단기거래자 투기 억제+맞춤형 실지원'이라는 정책골격은 결코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견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서울=뉴시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01주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진정양상을 보이며 지난 4월 말(26일 기준)에는 0.02%까지 상승폭이 줄었지만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다시 상승폭이 0.06%까지 커졌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01주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진정양상을 보이며 지난 4월 말(26일 기준)에는 0.02%까지 상승폭이 줄었지만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이라 할 수 있는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다시 상승폭이 0.06%까지 커졌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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