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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스 콰르텟 "쇼스타코비치 15곡, 나흘간 릴레이 연주 도전"

등록 2021.06.14 13: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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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서울=뉴시스] '노부스 콰르텟' 김재영·김영욱·이원해·김규현. 2021.06.14. (사진 = 목프로덕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노부스 콰르텟' 김재영·김영욱·이원해·김규현. 2021.06.14. (사진 = 목프로덕션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쇼스타코비치(1906~1975) 현악사중주 열다섯 곡 전곡을 나흘 간 릴레이 연주한다.

오는 16~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각각 4곡, 4곡, 4곡, 3곡씩 들려준다. 국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도전이다. 세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총 연주 시간만 7시간에 달한다.

리더 김재영(바이올린)을 중심으로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현악 연주자들이 뭉친 노부스 콰르텟은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 위그모어홀 공연 등으로 국내 현악사중주단의 역사를 써왔다. 현재 멤버는 김재영 외에 김영욱(바이올린)·김규현(비올라)·이원해(첼리스트)다.

이들이 이번에 감당하는 쇼스타코비치는 시대의 억압을 음악으로 돌파했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 '시대의 소음'은 '스탈린 치하'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그의 내면을 읽었다. M T 앤더슨이 쓴 역사서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인간 본성이 시험받는 혹독함에서 쇼스타코비치 음악이 훌륭한 방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노부스콰르텟 리더 김재영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에 녹아 든 고통스러운 인생과 구소련 시대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을 파고 들고 있다.

김재영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그런 처연하면서도 치열한 휴머니즘이 아지랑이 같은 희망처럼 남아 있다"고 해석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고립과 무력감에 지쳐 있는 지금 시대에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적 정신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이유다.

-왜 지금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입니까?

"쇼스타코비치는 감히 상상을 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잖아요. 저희 역시 코로나19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를 살고 있죠. 몰입도가 높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은 피폐하고 황량한 분위기지만, 그 사이 한 줄기 빛 같은 음들이 존재하는 구간이 있어요. 그런 부분이 위로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이번 연주가 지향하는 목표점이 있나요?

"예술가의 삶과, 전쟁·정치와 관련된 갈등을 상상하면서 팀원들과 연습하고 있어요. 사실 영적인 것을 필요로 하는 연주라, 연습만으로 상당히 힘들어요. 소리의 아름다움 같은 기술적인 것보다, 환경에 맞는 소리인지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있죠."

[서울=뉴시스] 노부스 콰르텟. 2021.06.14. (사진 = 목프로덕션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노부스 콰르텟. 2021.06.14. (사진 = 목프로덕션 제공) [email protected]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15곡을 4일간 릴레이 연주하는 일은 체력적·정신적으로 상당히 고된 일입니다.

"쉬지 않고 연달아 연주하다보니, 다음에 연주해야 할 곡들에 대한 연습도 하지 못하죠. 시작부터 끝까지 어떤 감정을 어떻게 끌고 가야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쇼스타코비치 음반(아파르테 레이블)도 냅니다. 최근 독일에서 녹음을 하셨는데, 어떤 점에 유의해서 연주를 했나요?

"새 멤버들(김규현·이원해)이 합류한 뒤 녹음한 음반이라 기대가 커요. 다만 테크닉 같은 완성도보다 곡 자체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날 것'의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쇼스타코비치 같은 현대음악 작곡가의 소리는 정제되지 않은 효과를 내기도 하니까요."

-차세대 현악사중주단인 '아레테 콰르텟'이 지난달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 실내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일은 국내 실내악계에 큰 경사였습니다. 재영 씨의 첫 공식 제자분들이라,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뿌듯했어요. 2년 동안 고생을 많이 했죠. 유학을 보낼 때는 마치 '자식을 보내는 마음' 같았거든요. 하하. 콩쿠르 기간 화상을 통해 음향과 심리를 체크하면서 함께 했죠. 앞으로 더 좋은 음악가가 될 친구들입니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성실함을 갖고 있어요."

-혹시 쇼스타코비치를 실제 만난다면, 묻고 싶은 것이 있나요?

"예술가로서 당시 정치와 사회로부터 겪었던 갈등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그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던 성격도요. 그런 부분들이 맞물려 어떻게 음악으로 승화됐을지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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