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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병헌 예술감독 "발레에 한국 무용 결합, 희망 전합니다"

등록 2021.06.14 14:02:57수정 2021.06.14 15: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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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7년 만에 신작 '트리플 빌' 공연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무대

18~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

네오클래식 장르…한중러 음악과 동작 담아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파가니니 랩소디'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Kyoungjin Kim 제공)2021.06.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파가니니 랩소디'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Kyoungjin Kim 제공)2021.06.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유병헌 유니버설 예술감독이 7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다. 부임 이래 바쁜 공연 활동으로 창작 활동에 힘을 쏟지 못한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오랜만에 신작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허락되다 보니, 예전에 하던 작품들도 많이 보고 다른 안무가들의 작품들도 많이 보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시 안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게 안무가의 사명이지 않습니까."

유니버설발레단은 신작 '트리플 빌'을 18~20일 3일간 예술의전당에서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6월15~30일)의 일환으로 무대에 올린다.

신작을 축제 기간 중 올리는 데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이번 작품으로 대한민국 발레계에 일조할 수만 있다면 그저 영광일 따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발레 종주국 러시아 작품부터 중국 설화까지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버터플라이 러버즈'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Kyoungjin Kim 제공)2021.06.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버터플라이 러버즈'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Kyoungjin Kim 제공)2021.06.14 [email protected]

이번 공연 제목인 '트리플 빌'(Triple Bill)은 말 그대로 세 작품을 한 공연에서 보여주는 것을 뜻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트리플 빌'은 25~30분 분량의 세 작품을 담았다. ▲愤(분, 분노): 파가니니 랩소디(Paganini Rhapsody) ▲愛(애, 사랑): 버터플라이 러버즈(The Butterfly Lovers, 나비 연인) ▲情(정): 코리아 이모션(Korea Emotion, 한국의 얼) 등 세 편이 그 주인공이다.

국적만큼이나 각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먼저 유니버설발레단은 라흐마니노프 작품을 통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관객의 아품을 달래고, 중국의 고전 설화를 바탕으로 그린 절절한 사랑 이야기로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다. 이후 한국의 정(情)을 통해 인간이 지닌 모든 감정을 훑으며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대미는 한국의 '정'을 주제로…'아리랑'이 끝곡

첫 작품 '피가니니 랩소디'에서는 '분노'에 집중한다. 주제곡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작품 속에 투영해 쓴 라흐마이노프의 협주적 작품으로, 유 예술감독은 작곡가의 철학적 사색을 이번 작품에 깊이 있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18년 전인 그의 2003년 초연작을 새롭게 해 선보인다. 당시 젊은 유 예술감독이 이 작품을 나초 두아토, 하인츠 슈푀얼리 등 거장들 사이에서 테크닉에 집중해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집중했다.

"피가니니 랩소디는 고난도 테크닉을 요하기에 피아니스트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 하는 작품입니다. (그 정도로 안무하기에도 어려운 곡인데) 음악이 너무 좋아 겁 없이 도전했던 작품이죠. 당시 테크닉 위주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재안무를 하면서는 메시지에 신경을 더 썼습니다."

"현재 모두가 코로나 때문에 엄청 고생하고 있습니다. 분노하고 분통이 나고 절망스러운 상황이죠. 음악의 한 주제는 굉장히 명랑하고 서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마음을 얻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작품 '버터플라이 러버즈'는 그의 숙원작이다. 중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1998년 중국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안무가)로 있을 당시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중국 4대 민간설화 '양산백과 축영대'를 바탕으로 발레를 안무하라는 중국 당국의 명을 받는다. 도중에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그는 이 작품을 가슴 저 편에 묻어 두고 살았고, 지난해 우연히 이 작품을 듣게 되면서 다시 작품화해 봐야겠다는 생각한다.

유 예술감독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곡 때문이다. 이 곡 자체는 이미 1950년대에 오케스트레이션됐다. 굉장히 유명한 작품으로 세계적 명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가 막힌 사랑 얘기인데, 작년 12월 예술의전당 유인택 사장하고 얘기하다 불현듯 생각이 났다. 마침 내년이 한중수교 30주년이라 더욱 의미가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정: 코리아 이모션'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Kyoungjin Kim 제공)2021.06.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정: 코리아 이모션'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Kyoungjin Kim 제공)2021.06.14 [email protected]

마지막 작품 '정: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유의 정서인 '정을' 주제로 담았다.

한류 드라마 OST의 대가인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아름다운 국악 크로스오버인 '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 등 네 곡을 발췌해 사용했다. 국악을 오케스트레이션한 음악들이다.

유 예술감독은 "이 작품은 한국인의 DNA에 있는 '정'에 착안했다. '정'은 미운정, 고운정, 기쁜정, 슬픈정 등 다면성을 갖고 있다. 이번에 시간적 여유로 오래전에 사 뒀던 '다울' 앨범을 들었는데 마음에 진하게 와 닿더라"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우리가 국악을 들을 때는 너무 좋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하지만 감상할 때는 좋지만, 발레로 옮길 때는 한계가 있다. 민속음악으로 발레를 만들기는 힘들다. 이 곡을 왜 선택했냐면 동서양의 음악이 잘 결합돼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마지막 곡 '강원, 정선아리랑 2014' 국악, 성악, 클래식과 발레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특별히 신경썼다. 이날치 밴드 멤버 국악인 권송희와 소프라노 신델라, 소리꾼 정주희가 피처링을 맡았다.

한·중·러 음악과 무용 모두 즐길 수 있는 시도 돋보여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파가니니 랩소디'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2021.06.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트리플 빌' 중 '파가니니 랩소디' 연습 사진(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2021.06.14 [email protected]

약 2시간의 공연 시간 동안 관객은 러시아, 중국, 한국을 오가며 정통 발레 음악과 동작을 비롯해 중국·한국의 음악, 이에 어울리게 변주된 발레 동작을 경험할 수 있다. 음악이 크로스오버적인 시도가 돋보인다면 무용 동작 역시 타 무용 장르의 요소를 차용했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네오 클래식 작품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네오 클래식'은 클래식 발레와 모던 발레의 성격을 모두 포함한 발레 장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클래식의 정반대 성격을 띄는 형식이 모던 발레다. 모던 발레의 대표적인 인물이 이사도라 던컨과 세르게이 디아길레프다. 디아길레프가 이끌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발레 뤼스'는 그의 사망 후 해체되고, 발레 뤼스 소속 무용수였던 조지 발란식이 미국으로 넘어가 뉴욕시티발레단을 설립한다.

이후 발란신을 주축으로 다시 클래식을 찾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는 발레 동작을 사용해서 네오 클래식 발레를 만들었다. 네오 클래식은 클래식 발레 동작을 사용하지만, 별도의 스토리나 심리묘사 없는 순수한 움직임에 중점을 둔 장르다.

'버터플라이 러버즈'에서는 중국적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유 예술감독은 "중국 경극의 손동작이나 눈 시선 같은 걸 차용했다. 부채를 사용하는 방식 등도 중국식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이 부채를 안에서 밖으로 쓴다면, 중국 무용은 부채를 허리 목 이런 식으로 라인을 타며 부채를 쓴다"고 했다. 

또 '버터플라이 러버즈'에서는 '2인1역'이라는 새로운 선보인다. 짧은 시간 안에 한 작품을 선보여야 하는 '트리플 빌'의 특성상 한 작품 내에서 인터미션(쉬는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설정이다.

유 예술감독은 "'버터플라이' 협주곡이 30분 내외다. 인간이 죽어 나비가 되는데, 음악적으로 몇 초밖에 안 된다. 남자 주인공 역을 두 명이 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을 존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설정"이라고 관객에게 양해를 구했다.

'정: 코리아 이모션'에서는 발레에 한국 무용 색채를 아름답게 녹여냈다. 유 예술감독은 "한국무용의 기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한국 무용의 포인트들을 발레에 결합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2021.06.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사진=유니버설발레단 제공)2021.06.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유 예술감독은 각 작품별로 가장 주목할 신도 직접 꼽았다. 첫 작품 '파가니니 랩소디'에서는 두 번의 이인무를 강조했다. 그는 "첫 번째 이인무는 '환상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 위에서 구름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느낌이다. 두 번째 이인무는 제일 중점이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버터플라이 러버즈'에서는 마지막 이인무에 집중해 달라고 청했다. 그는 "마지막에 주인공들이 나비로 환생한다. 꽃밭에서 자유롭게 노닐다 극이 끝난다"고 했다.

마지막 작품인 '정'에서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안무가 아름답다. 안 중요한 게 없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유니버설발레단 관계자는 "'트리플 빌'이라 세 작품이 담긴다. (짧은) 한 스토리 안에서도 장면 전환이 있다 보니, 빠르고 역동적인 무대전환을 구현하기 위해 3개의 빔프로젝트를 활용한다. 스토리 티켓 하나로 세 작품을 보는 느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리플 빌'은 18~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에 만나 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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