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영화·OTT·연극 등 '여성 예술의 장' 확장세...배경은?

등록 2021.06.17 13:55:39수정 2021.06.17 15:28:0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국내 유일 여성 영화 OTT 플랫폼 '퍼플레이'. 퍼플레이는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를 슬로건 아래, 기존 영화 유통시장에서 소외됐던 국내외 여성영화를 발굴하고 적극 알리는 데 주력한다. 퍼플레이가 말하는 '여성영화'란 여성감독이 만들었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하거나, 젠더 이분법에 도전하는 영화다.(사진=OTT 캡처)2021.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국내 유일 여성 영화 OTT 플랫폼 '퍼플레이'. 퍼플레이는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를 슬로건 아래, 기존 영화 유통시장에서 소외됐던 국내외 여성영화를 발굴하고 적극 알리는 데 주력한다. 퍼플레이가 말하는 '여성영화'란 여성감독이 만들었거나, 여성의 이야기를 하거나, 젠더 이분법에 도전하는 영화다.(사진=OTT 캡처)2021.06.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로 제23회를 맞는다. 오는 8월26일부터 9월1일까지 7일간 '돌보다,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 영화제는 1997년 첫 막을 올린 이래 수많은 여성 영화인을 발굴 및 지원하고 국내외 여성영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국내유일의 여성영화 채널 씨네프는 2010년 개국해 올해로 개국 11주년을 맞았다. 씨네프는 편성에 'F등급'을 도입하며, 'F등급 영화'를 국내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F등급 영화는 미국 유명 영화 리뷰 매체 IMDb가 채택한 분류 체계다. 여성 감독이 연출했거나 여성 작가가 각본을 썼거나 여성캐릭터가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영화를 뜻한다.

#OTT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 영화'를 앞세운 OTT '퍼플레이(Purplay)'는 2017년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2019년 정식 론칭했다. 현재 2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8년 첫 발을 내디딘 페미니즘 연극제는 올해로 4회를 맞는다. 제 1회 연극제는 대학로 한 가운데서 페미니즘을 외쳤다. 제2회는 서로를 위한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고, 제3회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프레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로 가능성을 확인한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 측은 제1회 축제를 9월1일부터 5일까지 5일간 부산에서 개최한다.

이처럼 여성이 주최가 된 '여성 예술'의 장이 확장세다. 일각에서는 이를 '페미니즘'과 연결해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배경은 무엇인지 실제 현상은 어떤지 살펴봤다.

여성 예술의 장 확대 왜?…수요 확대와 페미니즘 물결

[서울=뉴시스]지난해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회 모습(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2021.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지난해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회 모습(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공)2021.06.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여성 예술 공간 확대를 여성 예술인들의 증가와 예술에 대한 수요 증대, 페미니즘 운동 활성화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찾았다.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참여했는데 거기에서 봤던 좋은 영화를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홍보 규모에 비해 가입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퍼플레이의 성장세를 설명했다.  

페미니즘연극제의 장지영 드라마터그는 "페미니즘 연극이 (개별로) 대학로에 있었다. (하지만 그 존재가) 가시성이 뛰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한자리에 모아서,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2015~2016년에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흐름이 촉발됐다. (특히) 2016년에 강남역 사건이 지나며 페미니즘 물결이 생겼다. 그 목소리가 대중문화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2016년 5월17일 오전에 한 남성이 서울 강남역 인근 남녀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페미니즘 운동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관계자들, 반대 시선 인식하고 있어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을 세뇌한 교사비밀조직에 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18.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분수대 앞에서 페미니즘을 세뇌한 교사비밀조직에 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18. [email protected]

일각에서는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하는 행사나 축제에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사실이다. 행사 관계자들은 여러 번 "페미니즘이냐?", "페미니스트냐?"는 공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페미니즘에 이미 부정적인 시각이 담긴 태도로,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여성)인권운동가인 페미니스트들이, '남혐'과 '여혐'이 대치하는 현 대한민국 시국과 만나 '남혐 집단'으로 매도된 데 따른 것이다.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는 "왜 여성영화만 서비스 하느냐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라며 "단순히 페미니즘이 성별 분리의 매개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페미니스트라는 자체는 성별에 근거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오랫동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일했다. 남성 관객들이 전화를 해서 왜 여성영화제만 있냐고 따져 묻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칸영화제만 하더라도 몇 년 전에 여성영화인들이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 항의성 퍼포먼스를 할 정도로 남성 중심적이었다. 대부분의 영화제가 '남성 영화제'라고 걸고 있지 않지만 '남성 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연극제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등장했다"고 했다.

국립국어원은 '페미니즘'을 '사회, 정치, 법률 면에서 여성에 대한 권리의 확장을 주장하는 주의'라고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 사전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치·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라고 정리했다.

페미니즘의 사전적 의미에서는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여성우월주의', '남성혐오주의', '여성극우주의'라는 프레임은 찾아볼 수 없다.

'여성' 이름 걸었다고 여성만을 위한 공간 아냐

[서울=뉴시스]'겨털소녀 김붕어'(사진=왓챠 캡처)2021.06.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겨털소녀 김붕어'(사진=왓챠 캡처)2021.06.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축제·플랫폼 관계자들이 페미니스트가 주를 이뤘다고 해서 모두가 페미니스트인 것만은 아니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또 이들이 내놓는 콘텐츠가 페미니즘을 다루는 것만도 아니다. 여성만을 다루지도 않는다.

이들은 여성을 포함한 다른 존재에게도 곁을 내주고 있다.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를 주최하는 이지숙 극단 배우관객그리고공간 대표는 "왜 여성만을 위한 축제를 하냐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저는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모든 소수자를 위한 축제라고 답한다. 여성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꼭 여성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는 건 아니다. 모든 소수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축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남성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결코 남성에게 배타적인 곳들이 아니다.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는 "'겨털소녀 금붕어'라는 작품의 GV(관객과의 대화)에 남성 관객이 왔다. 한국사회가 여성의 털에 얼마나 관대하지 못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형성됐다. 그때 남성 관객이 면도에 대해 얘기하더라. 저는 여성이라 면도에 대해 그전까지 별생각이 없었는데, 그분의 얘기를 들으니 면도 역시 여성들의 겨털만큼 관리가 필요하더라. 관리를 안 하면, 지저분해 보이고 사회생활을 위한 준비를 안 한 사람처럼 보인하고 하더라. 서로 공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퍼플레이 대표 활동을 시작 후 유의미했던 시간에 대해 공유했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여성 축제·플랫폼이) 자리를 잡고 대상을 확대하는 걸 고민하게 된다. 서울국제영화제도 처음에는 여성감독이 만든 여성영화만 걸었다. 이후에는 소수자로 오픈하고 확대했다. 이후에는 남성 감독이 만든 작품을 상영하는 섹션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는 "저희 서비스 사용자의 10%는 남성 분들이시다. 남성 중 일부는 저희 서비스를 찾아오시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