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제2 '팀킴' 떴다①]월급없는 남자컬링 국대, 세계 2위 캐나다 격파

등록 2021.06.22 06:00:00수정 2021.06.22 09:50:2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경기도컬링연맹', 비실업팀으로 태극마크 차지

2021 세계남자선수권대회서 캐나다 상대 재역전승

국제컬링네트워크, 올해의 최고 반전 경기로 선정

[의정부=뉴시스]김도희 기자 =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컬링팀 '팀 킴'이 아시아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며 전 국민을 '컬링 열풍'에 몰아넣은 후 어느 덧 3년. 남자컬링팀 경기도컬링연맹(스킵 정영석, 리드 이준형, 세컨드 박세원, 서드 김정민, 선수 겸 코치 서민국)이 점차 사그라지는 컬링 열기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비실업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불가능하다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청년 5명은 당당히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컬링에 대한 뜨거운 의지와 열정으로 세계컬링선수권대회라는 미지의 영역에서 세계랭킹 2위인 캐나다를 격파하는 파란도 일으켰다.

뉴시스는 의정부고등학교 선후배 5명이 오직 제 몸만으로 일궈낸 도전의 역사를 전한다.

이들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집중 조명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을 위해 스포츠계가 고민할 부분을 함께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21일 오전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남자컬링 국가대표 경기도컬링연맹이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2021-202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민국, 이준형, 정영석, 박세원, 김정민 선수. 2021.06.21

21일 오전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남자컬링 국가대표 경기도컬링연맹이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2021-202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민국, 이준형, 정영석, 박세원, 김정민 선수. 2021.06.21

"국가대표 선발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안 되면 이제는 컬링을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었죠."

비실업팀으로 태극마크를 단 남자컬링팀 경기도컬링연맹.

이들에게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은 마지막 도전과도 같았다.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해보자'는 말을 수 백, 수천 번 외치며 컬링에 인생을 걸었지만 이제는 그만둬야겠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일반적으로 실업팀 선수들은 지자체 등에 소속돼 정기 급여도 받고 훈련환경과 숙소 등을 지원받으며 운동에 매진한다.

하지만 경기도컬링연맹은 비실업팀으로 자체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운동을 병행해왔다. 훈련 환경이나 각종 지원도 열악할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경기도컬링연맹 선수들은 벼랑 끝에 서있는 심정이었다.

모든 걸 쏟아 붓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국대 선발전. 기적이 일어났다.

쟁쟁한 실업팀을 제치고 당시 국가대표였던 경북체육회를 상대로 12-10 역전승을 거두며 태극마크를 차지한 것이다.

꿈만 같았다. 얼음판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자,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국제경기인 2021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에도 출전권을 얻었다.

정영석(스킵)은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기뻤고, 컬링에 대한 마음을 다시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국가대표가 된 후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예상은 비껴갔다. 함께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던 선수 2명이 실업팀으로 떠났다.

국가대표가 됐지만 경기도컬링연맹은 여전히 비 실업팀으로 별도의 연봉이 없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미래를 보장할 수 없어서였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버리면서까지 떠나야하는 선수도, 그들을 잡을 수 없는 남은 선수들에게도 현실은 가혹했다.

남은 선수들은 당장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릴 2021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를 준비해야했다.

선수 영입이 시급했다. 정영석과 박세원, 이준형은 주변에 선수를 찾아 나섰고, 당시 실업팀 계약이 만료됐던 서민국, 김정민을 영입했다.

이렇게 지금의 경기도컬링연맹이 탄생했다. 이들은 모두 경기 의정부 중·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컬링을 시작했을 때부터 알고 지냈을 정도로 서로 친한 사이였지만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두 달 남짓.

전략을 상의하고 호흡을 맞추기엔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이들은 매일 구슬땀을 흘렸다. 하루도 쉬지 않고 스톤을 굴리고 빙판을 닦으며 호흡을 맞춰나갔다.
지난 4월 캐나다에서 열린 2021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경기도컬링연맹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 4월 캐나다에서 열린 2021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경기도컬링연맹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이들은 또 한 번의 역사를 썼다.

2021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 예선 라운드로빈 7차전에서 캐나다를 10-9로 꺾은 것이다.

당시 경기 초반 캐나다 대표팀을 6-1로 앞서며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도컬링연맹은 이후 8-9까지 역전 당하다 마지막 경기에서 2득점에 성공,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두는 드라마를 썼다.

캐나다는 세계랭킹 2위의 컬링 강국으로 경기도컬링연맹과 맞붙은 캐나다 대표 브렌던 보처 팀은 세계랭킹 4위였다.

경기도컬링연맹은 국제대회 첫 출전에서 컬링 강호를 격파하는 저력을 입증한 셈이다.

해당 경기는 국제컬링네트워크인 '에브리띵 컬링(Everything Curling)'으로부터 올해 최고 반전 경기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세원(세컨드)은 "한국을 대표해서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는 게 영광스러웠고 뿌듯했다"며 "그동안의 힘든 시간이 잊힐 정도로 감격스러운 경기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