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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범 내려온다'·콜드플레이와 협업 김보람 예술감독

등록 2021.06.22 16: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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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

엄정화·이정현·조성모 백업댄서→현대 무용가로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가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가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김보람(38)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은 이미 현대무용계에서 스타였다.

가장 전위적인 춤을 안무하고 선보인다는 평을 들은 그는 2000년대 초중반 가수 엄정화·이정현·조성모 등의 백업 댄서로 일하다 현대 무용가로 변신했다.

작년과 올해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와 협업한 '범이 내려온다', 세계적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에도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또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가 국내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Gucci Gaok)'을 오픈하면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이날치가 협업한 곡 '헬로 구찌(Hello Gucci)'를 선보이기도 했다.

무용단 이름의 뜻은 '애매모호한'(ambiguous)이지만, 이 작업들을 통해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개성을 각인시켰다. 김보람을 비롯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신출귀몰하고 그로테스크해서, 때론 오묘한 의식 같다. 뒤로 넘겨 묶은 머리와 검은 수염,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김보람은 현대판 무당처럼 보이기도 한다. 색동옷과 각종 색동 소품은 이들의 상징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2. [email protected]

22일 오후 방배동 연습실에서 만난 김보람은 차세대 안무가로 주목 받던 시기나, 지금이나 달라진 태도가 없었다. 활동 무대는 세계가 됐지만, 요즘도 팀원들과 연습실에서 하루 종일 산다고 했다. 이날만큼은 선글라스를 벗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요.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선글라스를 끼면 마음이 편해요. 어떻게 하다 보니 저의 컴퍼니의 메인 시그니처가 됐습니다. 얼마 전에 해체한 밴드 '다프트펑크'는 시상식에서 엄청난 상을 받은 뒤, 집에 지하철을 타고 간다고 하더라고요. 작업과 일상이 분리된 건데, 저희는 선글라스를 통해 작업과 삶이 분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수염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보기는 하지만, 무용수들은 잘 몰라보더라고요."

-지난달 7일 공개된 콜드플레이의 '하이어 파워' 뮤직비디오 협업은 대중음악신과 무용계를 동시에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언제 협업을 논의하게 된 건가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가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가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2. [email protected]

"콜드플레이가 작년 12월쯤 여기저기를 통해 저희를 찾았던 거 같아요. (앰비언트 뮤직의 창시자로 통하는) 브라이언 이노가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협업한) 네이버 온스테이지 '범이 내려온다' 영상을 보고,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에게 추천을 했더라고요. 이후 (이날치의) 장영규 감독님에게도 콜드플레이가 저희를 찾는다는 연락이 왔어요. 콜드플레이 측이 인스타그램 메시지도 보냈다고 했는데, 저희가 확인을 못 했어요. 올해 1월 초 쯤에 줌으로 미팅을 했어요. 마틴과 매니저 필 하비가 함께 온라인 미팅을 했는데, 연락이 되니까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역시 신기했죠. 하하."

-마틴은 '범 내려온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나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표정이나 느낌으로 이해했을 때는 '되게 매력적으로 영상을 봤다'였어요. 마틴이 저희에게 '너희가 우리 음악에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너의 영상에 우리가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해줄 정도로 우리 춤에 대한 신뢰가 있었어요. 뮤직비디오를 먼저 제안했고, 올해 3월에 예정됐던 프랑스 투어가 코로나19로 취소돼 미국에서 뮤비를 찍었어요. 어제(21일) 공개된 '하이어 파워' 댄스비디오는 한국에서 찍었고요. 종로에서 횡단보도 장면을 촬영했는데 코로나가 여전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파란불에 딱 10초만 찍고 빠지자고 감독님과 스태프들하고 이야기했고, 총 3번 10분만에 찍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어요."

-지난달 영국 최고 권위 대중 음악상 '2021 브릿 어워즈(BRIT Awards)'에서는 콜드플레이가 '하이어 파워'를 연주하는 오프닝 공연에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홀로그램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의 맨발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중 책상 다리 사이로 보이고 있다. 2021.06.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의 맨발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중 책상 다리 사이로 보이고 있다. 2021.06.22. [email protected]

"미국으로 뮤직비디오 촬영을 다녀 온 뒤 자가격리를 했는데 또 못하겠더라고요. 브릿어워즈에 초대하겠다고 했는데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어요. 현재 '콜드플레이'와 추가 작업은 없어요. 코로나19가 풀리고 제안이 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죠."

-이날치와는 처음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된 건가요?

"장영규 음악감독님과 작업이 시작이었죠. 지난 2019년 6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2019'의 개막공연 '군가(軍歌), 빅밴드 그리고 춤-우정의 무대' 음악을 장 감독님이 맡았고 저희가 협업했어요. 재미있게 잘 됐고 이후 감독님이 이날치로 또 제안을 해주셨죠."

-이날치, 콜드플레이 협업 이후 다른 팀들의 협업 제안도 많았을 거 같습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은 김보람 예술감독의 상징인 색동 의상. 2021.06.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은 김보람 예술감독의 상징인 색동 의상. 2021.06.22. [email protected]

"여러 시상식, 다른 가수분들의 협업 제안이 많았는데 다 거절했어요. 사실 콜드플레이 협업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잘못 노출이 되면 저희가 댄서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콜드플레이도 댄서가 아닌 컬래버레이션 개념으로 제안해서 선택을 한 거죠. 앞으로도 (대중매체) 노출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요. 저희의 전업은 현대무용, 순수 예술이다보니까 그게 확실히 우선이죠. 이날치, 콜드플레이 작업은 멋있기보다는 신나니까 한 거예요. 새롭게 저희끼리 놀 수 있는 기회죠. '콜드플레이니까 안무를 제대로 짜 봐야지', 그런 생각은 안했어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힙합(HIP 合)'(8월 20~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걸로 압니다.

"네 '춤이나 춤이나'라는 제목의 작업이에요. 힙합 장르를 다루는 작품은 아니에요. 원시적인 몸짓 언어를 다룹니다. 음악적인 소스는 (우리 향토민요를 담은)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요. 이 곳에 나오는 특별한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원시적인 느낌이 강하죠. 이 작업을 발전시켜 11월에 '얼이 섞다'(고양문화재단 등 지역 4개 문화재단이 힘을 합쳐 선보이는 공연 중 하나)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국형 또는 앰비규어스 클럽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사운드를 모티브로 한 테크노 사운드에 춤을 맞춰볼 예정이에요. 저희가 상주단체로 있는 광명시민회관 기획 레퍼토리 공연 ‘언더 더 쇼'(7월 9~10일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해져서 혹시 무용수분들이 들 뜨거나 그러지는 않나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2. [email protected]

"작년부터 저희끼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다'라는 점이에요. 이럴수록 기본적인 작업에 충실하자는 생각이죠. 유명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연습실을 사랑하는 단체라 계속 연습실에 있어요. 이곳 연습실을 얻은 지 1년2개월가량이 됐는데, 제가 서울로 올라와(김보람은 전남 완도 출신) 처음으로 얻은 연습실이에요. 상주단체 연습실에서 연습하거나 떠돌이였죠. 코로나19가 터지고 제일 경기가 안 좋을 때, 이 연습실을 찾았고 이후 좋은 일들이 생겼죠. 터가 좋은가라는 생각을 해요. 하하. 저 역시 오랫동안 무용계 생활을 해와 쉽게 들뜨지 않아요. 감정이 쉽게 올라가거나 내려가지 않죠. 콜드플레이 작업을 대하는 마음도 마찬가지였어요."

-출연료가 달라졌을 거 같아요. CF도 촬영하고요. 안무가, 무용수들이 마땅한 대접을 받는 건 좋은 현상 같아요.

"적지 않게 받았죠. 그런데 오랫동안 작업을 해오면서 춤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어요. 백업 댄서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기본 개런티를 알고 있잖아요. 돈 때문에 작업을 선택하지 않아요. 적게 받아도 선택할 수 있고, 많이 받아도 선택을 안 할 수 있죠. 그래도 저희 배가 따듯해진 건 사실입니다. 많지는 않은데, 대신 예산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이죠. 팀원은 저희가 프로젝트성이라 10명에서 12명을 왔다갔다 합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찾는 젊은 무용수들도 늘어났을 거 같아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김보람 예술감독이 22일 서울 서초구 연습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2. [email protected]

"저희가 기존 것을 답습하지 않다보니, 바깥에서 교육을 받은 친구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춤으로 먹고 살아야 하니까, 전문적인 부분도 연습을 많이 해요. 독특한 움직임 때문에 근본 없는 춤 같지만 매일 같이 발레를 비롯해 기본기를 닦죠. 자유롭지만 그 만큼 자유롭기 위해 지키는 것들도 많거든요. 저희는 생각보다 진지한 작업을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있어야죠. 이상한 동작이더라도, 자기 확신을 통해 피나는 연습으로 그 동작이 만들어지거든요. '범 내려온다' 스텝은 수천번 연습한 거예요."

-이미 현대무용계 스타였는데 이날치, 콜드플레이 작업 이후 더 주목 받고 무용 자체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을 거 같습니다.

"사실 무용 장르가 비주류죠. 기초 예술이고요. 하지만 이날치, 콜드플레이와 협업 같은 작업은 잠깐 관심을 갖는 것일 뿐이지 저희 본 작업은 아니에요. 저는 '무용이 재미없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무용은 재미로 봐서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새로운 언어의 형태'라 보죠. 그러니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감각적으로 집중해서 봐야지, 말로 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재미를 떠나 무용을 보러 오셨으면 해요. 많은 분들이 같이 춤 출 수 있는 작업을 해보려 해요. 작품을 보기보다는 움직임을 쉽게 따라 하면서, 춤에 대한 편견을 깨려고 합니다."

-콜드플레이 무대에 홀로그램으로 출연하기도 하셨고, 매체를 통한 무용 작업에 대한 고민도 있을 거 같습니다.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가 춤추는 로봇을 공개하기도 했잖아요. 속된 말로 가수들 뒤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춤이 소비되고 있는지 봐왔어요. 지금은 춤이 리드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저희 무용단은 순수성을 해치지 않는 가능성을 보고 있죠. 누군가는 저희가 쉽게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어요.하지만 그 안에서 계속 다양성을 고민 중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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