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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서부의 아가씨' 주역 3인방 "푸치니는 진리…한국 초연 책임감"

등록 2021.06.26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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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

이탈리아 제작진 내한…연출은 니콜라 베를로파

국립오페라단, 7월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부터),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를 만났다. 2021.06.25 nam_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부터),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를 만났다. 2021.06.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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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가 드디어 국내 오페라 무대에 상륙한다.

국립오페라단이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를 국내 초연한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가 작곡한 이 작품은 미국 '골드 러시' 시대의 캘리포니아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다. 19세기 미국으로 간 유럽 이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담았다. 술집을 운영하는 당차고 영리한 여성 '미니'와 어느 날 마을에 숨어든 무법자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로맨틱 오페라'다.

강인하며 주도적인 술집 여주인 '미니' 역은 세계 오페라 무대의 주역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과 이탈리아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윤정이 맡는다. 금을 약탈하려다 미니에게 반하게 되는 무법자 '딕 존슨/라메레즈' 역은 테너 마르코 베르티와 국윤종이 맡는다. 또한 미니를 연모하며 강도를 쫓는 마을 보안관 '잭 랜스' 역은 바리톤 양준모와 최기돈이 분한다.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이번 공연의 주역인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를 만났다.

바바잔얀은 이 작품에 대해 "푸치니가 워낙 완벽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음악과 스토리에 모든 게 담겼다"고 극찬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지휘자와 연출가를 포함한 이탈리아의 제작진이 코로나19를 뚫고 내한했다. 지휘는 2013년 국립오페라단 '돈 카를로'를 연주한 이탈리아 지휘자 피에트로 리초가 다시 방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을 이끈다.

푸치니 작품의 탁월한  해석으로 정평난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왕립극장, 핀란드 헬싱키국립극장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연출은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에서 신선한 해석을 선보였던 니콜라 베를로파가 맡았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바리톤 양준모(왼쪽부터),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 테너 마르코 베르티를 만났다. 2021.06.25 nam_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바리톤 양준모(왼쪽부터),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 테너 마르코 베르티를 만났다. 2021.06.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오페라는 작품의 특성상 연출에 따라 캐릭터의 특성이 조금씩 변주되기 마련이다. 베를로파가 그려내고자 했던 '미니', '딕 존슨/라메레즈', '잭 랜스'는 각각 어떤 모습일까?

"그의 '미니'는 굉장히 우아해요. 프랑스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시키죠. 겉으로는 우아하지만, 내면은 매우 강인하죠."(바바잔얀)

"니콜라가 저한테 요구한 건 사실 다른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푸치니가 악보에 정확히 써 놓았거든요. '잭 랜스'를 제치고 사랑을 쟁취하는 역할입니다."(베르티)

"연출이 원하는 랜스는 거칠고 폭력적인 성향도 가지지만, 자존심 세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미니'에게 버림받았을 때 무대 밖으로 나가 버리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이에요."(양준모)

양준모는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특히 남달랐다. 국내 초연인 만큼 차후 '서부의 아가씨'들을 연기할 다른 성악가들이 자신을 참고할 것을 알기에 그가 느끼는 부담감은 남달랐다.

양준모는 "그동안은 '내가 즐기지 못하면 관객도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임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음악적으로 집중하려고 한다. 이번엔 연기의 폭을 줄이고, 음악적으로 집중하려 한다"며 "한국 초연이라 제가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이 선례가 되어 기록될 테니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살짝 언급했지만 이 작품의 정수는 음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부의 아가씨'는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훌륭한 한 편의 교향적 시(Great symphonic poem)'라고 극찬했다.

푸치니는 이 작품을 작곡할 때 자신의 대표작인 '라 보엠'이나 '나비부인'에서 강조해 왔던 감상적인 선율을 배제했다. 대신에 과감한 불협화음을 사용하며 당시 유행했던 멕시칸, 아메리카 인디언 노래 등의 통속민요와 미국 전통음악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곡을 시도했다.

그만큼 새 성악가는 입을 모아 "음악이 어려운 작품"이라고 했다.

베르티는 "음악적으로 어려운 작품이라 자주 공연되지 않는다. 그만큼 준비기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양준모는 "후기 낭만이지만 현대에 가깝다. (그래서 박자가 어렵다.) 내가 틀리면 상대 배역이 받아 줄 수 없다. 모든 사람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베르티는 "음악이 굉장히 자연스럽다. 음악을 듣자마자 풍경이 그려질 것이다. '아 여기가 살롱이구나. 여기는 자연이구나'라는 게 느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양준모는 "이 부분은 정말 슬픈 부분이란 게 음악만 들어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191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 당시 매우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오페라로 인식됐다. 바바잔얀은 "(여전히) '토스카'나 '라 보엠'처럼 쉽지는 않다.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면서도 "그런데 이 음악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푸치니의 가장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푸치니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부터),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를 만났다. 2021.06.25 nam_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주역인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왼쪽부터),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를 만났다. 2021.06.2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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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장면을 꼽아 달라는 요청에 양준모는 '포커 신'이 단연 가장 긴장감 넘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장면이지만 관객들도 숨죽이고 장면에 몰입하게 될 것이다. 딕 존슨의 목숨을 걸고 그가 사랑하는 미니와 그를 체포하려는 보안관 잭 랜스가 포커 게임을 하는데, 엄청난 몰입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바잔얀과 베르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들은 "여기 있는 자체가 행복할 따름이다. 굉장히 그리웠다"며 "유럽에서 활동할 때 한국 성악가들과 항상 같이 일했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가 낯설지 않다. 한국 관객을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은 아르메니아 출생으로, 예레반 콘서바토리 성악과를 수석 졸업했다. 2003년에 예레반 국립극장에서 데뷔 후, 2011년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서 솔리스트 활동했다. 이후 빈국립극장, 베를린 국립극장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 무대에 섰다.

테너 마르코 베르티는 이탈리아 밀라노 주세페 베르디 콘서바토리오 콘서바토리오에서 수학했다. 자코만토니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90년 이탈리아 코센차에서 '나비부인' 핑커톤 역으로 데뷔했다. 런던 로열오페라 하우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등에서 활동했다.

양준모는 연세대 성악과 졸업하고, 도독해 독일 뮌헨 국립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독일 ARD 성악 국제 콩쿠르에서 1위했다.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주역 가수로 활동했고, 현재 연세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서부의 아가씨'는 7월 1~2일 오후 7시30분, 3~4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3일 오후 3시에는 '크노마이오페라(www.knomyopera.org)'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로도 만나볼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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