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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빚투 무감각증' 언제까지

등록 2021.06.28 15: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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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빚투 무감각증' 언제까지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요즘 1억원은 2030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제 부동산 시장에서 1억원은 더 이상 큰 돈은 아닌 거 같다. 1억원짜리 전세도 찾기가 어렵다.  

증시 상황은 어떨까. 지난해 3월을 기점으로 국내 증시는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역대 최고 코스피를 계속 돌파했다. 마침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이 오르자 내 집 마련을 포기한 청년들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갖고 있던 돈은 물론 대출까지 받으며 투자에 올인 했다. 청년들은 물론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조차 역대 최저금리 시대가 되자 빚 내는 두려움을 내던지고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은 코인 열풍과 함께 더욱 심화됐다. 최근 비트코인이 개당 8000만원 대까지 치솟았을 때부터 `2030'의 암호화폐 투자는 더 심해졌다. 그런데 주변에서 수천 만원 빚을 내 코인 투자로 몇 억 벌었다는 성공담이 들렸을 때가 '고점' 이었던 거 같다.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고 많은 젊은 '영끌' 투자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최근 2~3년 청년 투자자들은 역대 최저금리에 집값 상승세와 국내 증시 활황세, 코인 열풍을 연달아 경험했다. 물론 이 시기에 모두가 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시기를 잘 만나 투자에 성공했다면 월급을 몇 년 아끼고 모아야만 만질 수 있는 큰 돈을 단기간에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두가 거둬들인 순수익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상당 비율이 여전히 대출금에 기반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방안'에 따르면 가계대출 규모에서 30대 이하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 42.4%에서 55.3%로 늘었다. 게다가 대출의 질도 문제다. 최근 다중채무자 대출 중 청년층 비중이 크게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16.1% 늘어난 130조원에 이른다. 부실위험 등 악성대출 가능성이 높은 20대 카드론 대출잔액은 8조원 수준으로 전년 말 대비 증가했다.

게다가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과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을 시사했다. 예견됐던 것이고 연착륙을 시사했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영끌'해 '빚투(빚내서 투자)'한 청년들에게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 시기에 주가는 오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추락이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오고 자산 가격이 뛰면서 버블이 한번에 꺼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금리 인상 시기에는 자산시장에 '퍼펙트 스톰'이 몰려올 수 있다. 그런데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경고하고 있지 않은가. 하반기 주식시장 강세가 예상되고 집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지만 이쯤해서 '빚투 무감각증'을 점검해봐야 하진 않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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