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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페인트 작업 다투던중 마구 덧칠…죄명 무엇?

등록 2021.07.04 12:00:00수정 2021.07.04 12: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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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받아 벽면 페인트칠하다 분쟁

고의로 무분별 덧칠한채 작업 중단

法 "미필적 재물손괴 인정" 벌금형

[죄와벌]페인트 작업 다투던중 마구 덧칠…죄명 무엇?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도급받아 벽면 페인트칠을 하던 중 입금 문제로 말싸움을 벌이다 화가나 무분별하게 덧칠한 채 작업을 중단하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법원은 무분별한 덧칠로 벽면을 훼손한 것이 맞다며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유죄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8월22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미용실에서 B씨로부터 도급을 받아 벽면 페인트 작업을 했다. 작업 과정을 지켜본 B씨는 A씨가 기초작업을 생략하고 페인트 분사기를 엉뚱하게 뿌리는 등 작업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시간 내 작업을 끝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B씨는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마치지 못하면 일당을 줄 수 없다'고 A씨를 다소 무리하게 닦달하며 엄포를 놓았다.

이 과정에서 입금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가 화가 난 A씨는 이미 페인트칠을 마친 4개의 벽면에 무분별하게 퍼티(페인트 작업 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용제)를 덧칠한 채 작업을 중단했다.

다음날 B씨가 현장에 나가봤지만 퍼티가 여기저기 덧칠된 상태였고 A씨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무분별하게 퍼티를 덧칠하는 방법으로 시가 불상의 수리비가 들도록 미용실 4개 벽면을 훼손했다며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장원정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A씨 또한 자신이 페인트 작업이 능숙하지 못한 바람에 당시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추가 작업을 하게 됐다"며 "피해자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은 점을 시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퍼티는 틈새를 따라 어느 정도 규칙적인 배열로 칠해야 할 것인데 A씨는 벽면 여기저기 불규칙적으로 퍼티를 칠하거나 덧칠해 놓은 채 작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해 적어도 미필적인 재물손괴 범의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가 다소 무리하게 닦달한 정황은 인정되나 A씨는 일당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 같자 벽면을 훼손한 채 작업을 중단한 범행 정황, 그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정도가 가볍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고 유죄 판결했다.

A씨는 벌금형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노수)도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는 재시공에 따른 수리비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됐다"며 "A씨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고의로 벽면을 손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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