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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20년전 '이도공간'에 갇힌 장국영...디지털로 복원 극장 개봉

등록 2021.07.17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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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모인그룹 제공) 2021.07.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모인그룹 제공) 2021.07.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홍콩 영화배우 장궈룽(장국영)의 마지막 유작인 '이도공간'(2002)이 디지털 복원을 거쳐 20여년 만에 극장 관객과 다시 만난다.

'이도공간'은 죽은자의 혼령을 보는 여자 얀과 그녀를 치료하며 점점 알 수 없는 일들을 겪게 되는 정신과 의사 짐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호러물이다. 짐은 장국영이, 얀은 린자신(임가흔)이 연기했다.

얀은 새로 이사 간 낡은 아파트에서 죽은 원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주위의 권유로 정신과 의사 짐을 찾아간다.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짐(장국영)에게 치료를 받게 된 얀은 그의 조언대로 과거의 일들을 되짚어보던 중 자신을 버렸던 부모로 인해 끔찍한 트라우마에 갇혀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얀은 짐의 보살핌으로 혼령의 공포를 벗어나고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얀의 눈에 보이지 않게 된 귀신은 이제 짐에게 나타난다. 짐은 죽은 첫사랑의 영혼을 보기 시작하고 점점 자신만의 공포에 빠져들게 된다. 귀신은 점점 가까이서 그의 곁을 맴돌고 그럴수록 짐의 아픈 과거가 서서히 수면위로 드러난다.
[서울=뉴시스]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모인그룹 제공) 2021.07.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영화 '이도공간' 스틸. (사진=모인그룹 제공) 2021.07.16 [email protected]


기존 홍콩 호러 영화의 클래식한 분위기에 로맨스 심리극을 곁들인 독특한 변주로 흘러간다.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을 던져주며 시작하더니 동시에 심리 스릴러와 멜로적 정서를 오간다. 귀신보다 귀신을 마주치는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한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잘 만든 호러물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호러답지 않은 장면에 웃음이 터질 수 있다. 음산한 아파트 거울에 비치는 귀신이나 복도를 가득 메운 귀신이 짐에게 다가오는 장면 등은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중반 이후 조악한 분장을 한 귀신이 등장하면서 김이 빠진다. 공포영화가 관심 갖는 '원혼'의 심리적 깊이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는 상투적이고 신파적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장국영의 연기가 울림을 준다. '해피투게더', '아비정전'에서 처연하고 쓸쓸한 얼굴을 드러냈던 장국영은 영화 속 연인인 얀의 도움에도 점점 자신만의 공포에 빠져드는 짐으로 분해 히스테릭한 연기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그의 팬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국내에서 2003년 6월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전인 그해 4월 장국영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장국영의 마지막 유작으로도 잘 알려졌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인 건물 옥상에 서 있는 장국영의 모습이 그의 실제 죽음을 연상하게 하고, '짐'에 몰입하기 힘들어 우울해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며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죽음이 이 영화 때문이라는 원망이 나오기도 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몰린 영화 제작사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미 해외로 판매된 필름을 제외한 보유하고 있던 마스터 필름을 모두 불태워버렸고, 이후 영화는 복원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 재개봉하는 영상은 디지털 버전으로 극장에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의 홍콩영화 전문 수입배급사이자 홍콩 영화의 거장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등 다수의 홍콩영화의 제작에 관여했던 모인그룹은 재개봉을 위해 왕가위 감독 등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필름 조각들을 모아 원작을 완성하고 디지털 복원을 마쳤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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