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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사생결단 이재명·이낙연 '둘 다 패자될라'

등록 2021.07.27 11: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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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수세…호남 자극 우려에 '덕담' 거듭 해명

장기화 땐 네거티브 역풍 기대 "표리부동 드러나"

이낙연 공세…호남 다지고 '양강' 공고화 효과도

호남 정체성 강화될 수록 전국 확장성엔 물음표

전문가 "과거 지향 대결…누구도 좋은 인상 못 줘"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서울=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에서 이재명·이낙연 후보간 지역주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두 후보의 득실에도 관심이 쏠린다.

양 캠프도 손익계산 끝에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일장일단이 있는 형국이나 결국 모두가 패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내에서 나온다.

'백제 발언'을 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일단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더욱이 경북 안동 출신 영남주자로서 자칫 호남 홀대론을 자극할 경우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인터뷰 전문과 녹취파일을 공개하며 당시 발언 맥락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도 호남 지지층이 돌아서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캠프 상황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27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이낙연 대표가 잘 되는 것이 호남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하다는 진심으로 잘 되길 기원했던 말"이라고 거듭 '덕담'임을 부각시켰다.

앞서 영남 주자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당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도 호남 홀대론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다만 공방이 지속될 수록 오히려 공수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캠프의 시각이다. 발언 맥락을 고려하면 지역주의 공방에 불을 붙인 것은 이 전 대표 측이라는 책임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찬대 수석대변인이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네거티브 엄벌'을 요구한 것도 자신감의 발로인 셈이다.

캠프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당시는 오히려 이 전 대표 측이 이 지사의 덕담에 만족했었다. 그 때는 아무 문제를 삼지 않다가 이제와서 이러는 모습이 오히려 표리부동함과 이중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무리한 네거티브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도 손해보지만 이 전 대표 측의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혹을 제기한 이 전 대표 측은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은연중에 이재명 후보가 지역주의에 기초한 선거전략을 평소에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당내 경선에서 정부여당의 절대적 기반인 호남의 비중이 상당한 가운데 '홀대론'이 번질 경우 이 전 대표가 유리한 고지를 잡을 수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조사해 26일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34.4%를 얻으며 이재명 지사(30.8%)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시점상 '백제 발언' 여파가 온전히 반영됐다 보기는 어려우나, 호남에서 분위기를 상당히 끌어올린 셈이다.

여기에 이 지사와의 '일대 일 싸움'으로 전선을 고착시킨 것이 다른 주자의 추격세를 따돌리는 효과도 있다. 양측의 설전이 경선판을 좌지우지하면서 후발 주자들은 변죽을 울리는 정도로 전락하며 존재감을 잃은 형국이다.

그러나 호남주자로서 정체성이 강화될 수록 전국 확장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부산 친문 전현직 의원들이 이 전 대표 측이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에 대거 합류해 조직세가 있는 만큼 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측의 갈등이 2007년 18대 대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대결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다. 당시 친박과 친이계는 각각 BBK와 최태민 의혹 등 상호간의 과거 치부에 맹공을 퍼부으며 치킨 게임을 벌인 바 있다. 문제는 당시 진흙탕 경선에도 참여정부 지지율 폭락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한 대선을 치렀던 야권과 '심판 선거' 고비를 넘어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는 여권의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주의 공방이 자칫 양측에 치명상을 안기는 치킨게임이 돼선 안 된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각 캠프를 불러 "상호 공방 자체만으로도 매우 퇴행적이고 자해적"이라며 공방 자제를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문제는 여권 경선이 1980년대에 무슨 기사를 썼느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때 어디 쪽에 있었느냐에서 이젠 백제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거 지향성"이라며 "총선은 심판선거이지만 대선은 미래 지향성이 많은데 이런 싸움은 어느 쪽도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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