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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2020]현대차그룹 37년 '양궁 사랑'…한국 양궁 신화 썼다

등록 2021.07.28 0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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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명예회장-정의선 회장, 대 이은 양궁사랑 눈길

자동차 R&D 활용해 장비 성능·품질, 훈련 업그레이드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26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전과 시상식을 관람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1.07.26. 20hwan@newsis.com

[도쿄(일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26일 오후(현지시간)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결승전과 시상식을 관람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1.07.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3개를 싹쓸이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의 대이은 양궁사랑이 관심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양궁 선수단은 올해 신설된 혼성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물론 여자 단체전 9연패, 남자 단체전 2연패 등의 위업을 달성했다. 세계 양궁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의 피나는 노력, 그리고 비인기종목 양궁을 1985년부터 37년간 500억원에 이르는 후원에 나선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빛나는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37년간 한국 양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우수 인재 발굴, 첨단 장비 개발,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이번 도쿄대회에서의 성과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 발전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정의선 회장이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와 도쿄대회만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대표선수단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회에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 AI(인공지능), 비전 인식,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적용했다.

현대차그룹은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 슈팅머신'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 ▲선수 훈련 영상 분석을 위한 자동편집 장비인 '딥러닝 비전 인공지능 코치'를 개발, 선수들의 훈련에 적용했다. 이와 함께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맞춤형 그립'을 대표선수단에 제공했다.

◇정의선 회장, 인프라부터 선수단 컨디션까지 세심히 지원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지난주 미국 출장을 마치자마자 양궁 응원을 위해 급하게 일본을 찾았다. 여자 단체전은 물론 남자 단체전까지 금메달 획득의 순간을 함께 하며 주요 경기마다 열띤 응원을 펼치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번 도쿄대회를 위해 양궁 훈련장 등 인프라부터 선수들 심리적 안정까지 세심하게 지원했다.

정 회장은 2019년 도쿄대회 양궁 테스트 이벤트 대회 때도 현장을 찾았다. 대표선수들 응원 목적도 있었지만,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과 선수촌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양궁협회 관계자들과 시설을 꼼꼼하게 살핀 정의선 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와 진천선수촌에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했다. 또 도쿄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한 모의 대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지난해 1월에는 대표선수들이 도쿄대회와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7월말의 도쿄와 유사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기후 적응을 위한 전지 훈련도 실시했다. 미세한 오차로 승부가 갈리는 양궁은 실전 적응력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대회 경험을 할 수 없고, 이전처럼 야구장에서의 소음 및 관중 적응 훈련도 불가능해지자, 정의선 회장은 양궁 대표단이 경기장 환경과 방송 중계 상황에 최대한 적응할 수 있도록 실제와 같은 경기를 하도록 했다.

지난 5월과 6월 네 차례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실제 경기처럼 미디어 실전 훈련을 했다. 이를 통해 도쿄 대회 무대에서 겪을 수 있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심리적 안정을 얻는 효과를 거뒀다는 후문이다.

또 선수들이 인터뷰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전문 강사를 초빙, 미디어 트레이닝도 실시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대기시간에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휴게 장소에 별도로 선수별 릴렉스 체어를 마련했다. 마스크·미니소독제·세척제 등으로 구성된 방역키트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초 미얀마 양곤 전지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들의 기후 적응훈련을 직접 살폈다. 지난 4월 부산에서 열린 국가대표 1차 평가전을 직접 관전하며 국가대표가 최종 선발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지난달 말에는 선수들에게 전동마사지건과 책 '두려움 속으로'를 선물하며 긴장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최선의 경기를 펼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 선수육성 시스템 체계화·양궁 대중화 등 추진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올해 1월 열린 양궁협회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13대 양궁협회장으로 재선출 됐다. 지속적인 지원으로 양궁협회 재정 안정화는 물론 양궁의 스포츠 과학화를 통한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양궁 저변 확대 등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양궁협회는 2008년 정의선 협회장의 지시로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을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3기 13년에 걸친 중장기적 양궁 발전 플랜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양궁 꿈나무의 체계적인 육성, 양궁 대중화 사업을 통한 저변 확대, 지도자·심판 자질 향상, 양궁 스포츠 외교력 강화 등의 성과를 얻으며 경기력뿐 아니라 행정·외교력 등 한국 양궁의 내실 있는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양궁협회를 투명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작스런 선수 발탁이 없으며, 국가대표는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만 선발된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실적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코칭스태프마저 공채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된다.

또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했다. 특별지원으로 일선 초등학교 양궁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중)-후보선수(고)-대표상비군-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춰지도록 한 것이다.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상비군, 지도자, 심판 대상으로 무료 영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양궁대회인 '현대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를 개최, 양궁 저변 확대와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생활체육대회, 동호인 대회를 창설하고 메달리스트와 함께 찾아가는 양궁교실을 여는 등 양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양궁대회 개최가 불가능해지자 양궁협회는 온라인·비대면으로 새로운 방식의 초등부 양궁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으로서 대한민국 대표 궁사들의 선전과 사기 진작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정의선 회장은 과거 종종 선수들을 찾아가 격의 없이 식사를 하며 격려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했다.

2012년 런던대회때는 경기장과 숙소가 1시간 이상 떨어져 이동이 불편하자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경기장 인근의 호텔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계양아시아드 양궁장을 미리 찾아 직접 경기장 시설과 관중석, 선수 대기 장소 등의 안전 상황을 체크했다. 리우대회 때도 정의선 회장은 대표단의 출국 전날 직접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의 대회 준비 상황을 체크하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격려했다.

◇정몽구 명예회장, 세계 최강 양궁 발전 기반 탄탄히 다져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명예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명예회장은 LA대회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했다.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창단하고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양궁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 정몽구 명예회장은 체육단체에서는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높이는 등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또 양궁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장비에 대한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개발하도록 독려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양궁인들이 한국산 장비를 가장 선호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선수들의 연습량, 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시로 개발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양궁의 필수 장비인 활의 국산화에도 앞장섰다.

1990년대 말 양궁 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외국 메이커가 신제품 활을 자국선수들에게만 제공하자 정몽구 명예회장은 이러한 피해를 막고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한국선수들의 체형에 맞는 경쟁력 있는 국산 활을 개발해야 한다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또 집무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시간이 날 때마다 양궁 관계자들과 해외 제품 및 국산 제품간 비교 품평회를 갖는 등 활 국산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초등학생부터 국산 장비를 쓰도록 장려하고, 양궁협회도 일선 학교에 국산 장비를 지원하는 등 국산 활의 저변을 확대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했다. 그 결과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타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국산 활을 사용하는 등 한국 활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해외 전지훈련 때에도 한식을 항상 준비할 것을 당부하고, 직접 맛있다고 생각한 음식은 따로 포장해 선수들에게 보내주는 등 애정을 쏟았다.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해 준 적도 있다.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 국민적 성원,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비인기 종목이던 한국양궁은 1984년 LA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 남자단체전까지 금메달 26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를 획득했다. 같은 기간 양궁 종목에 걸린 전체 금메달의 70%를 대한민국이 차지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지난 1978년 방콕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 대회까지 금메달 42개, 은메달 25개, 동메달 16개를 차지하는 등 전체 금메달의 69%를 획득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강 자리에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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