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숨 막히는 더위…축산 농가들 '폭염과의 힘겨운 사투'

등록 2021.07.28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충북서 21일째 폭염특보…가마솥 더위 '지속'

27일 기준 닭 1만8148마리, 돼지 42마리 폐사

축산농가 "안개분무·선풍기 역부족" 고충 토로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축사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아래에서 더위를 파히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축사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아래에서 더위를 파히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가축이라고 별 수 있나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소 230여 마리를 기르는 조항래(53)씨의 말이다. 무더위로부터 소들을 지켜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지역은 지난 8일부터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28일 기준 21일째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청주의 경우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도 자주 나타나 밤낮없이 축사 관리에 매달려야 한다.

축사 온도에 따라 선풍기 강·약을 조절하고, 더위에 지쳐 식욕을 잃는 일이 없도록 수시로 시원한 물을 공급하면서 소들의 상태를 확인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하루 절반이 지나간다.

밤이 오면 모기들을 유인해 박멸하는 등 벌레와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조씨는 사계절 중 여름이 유독 힘들다고 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축사에서 소들이 안개분무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한 축사에서 소들이 안개분무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하루 중 기온이 제일 높은 오후 2~4시 사이엔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낼 시간조차 없을 정도라고 한다.

조씨는 "축사 온도를 1도라도 낮추기 위해 안개분무와 선풍기를 쉴 새 없이 돌리고 있지만, 더위를 쫓는 덴 역부족"이라며 "혹여나 약한 소를 중심으로 가축이 열사병에 걸릴까 온종일 축사에 매달려 소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0평 가량 되는 3개동 축사 안에선 천장에 설치된 물 분사기가 수시로 뿌연 안개를 뿜어댔고, 46대의 대형 선풍기도 쉼 없이 돌아가며 열기를 식히고 있었지만,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의 수은주는 섭씨 37도를 웃돌았다.

소들 중 일부는 한 눈에 봐도 찜통더위에 지친 모습이 여력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 젖소 농가에서 지붕에 설치된 분수 호스가 물을 뿜어대는 가운데 젖소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 젖소 농가에서 지붕에 설치된 분수 호스가 물을 뿜어대는 가운데 젖소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흥덕구 오송읍에서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남귀동(61)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800평 규모의 남씨의 축사 지붕엔 약 70m 길이의 분수 호스가 설치돼 있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근 저수지에서 끌어온 물이 쉼 없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이 방법으로 내부 온도를 7도가량 낮추긴 했지만, 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남씨의 목장에도 폭염 경계령이 내려졌다.

일반적으로 젖소가 생활하기 좋은 온도는 5~24도 정도지만, 27도를 넘어가면 스트레스를 받아 생산성과 번식률이 저하된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 젖소 농가에서 젖소 한 마리가 물을 마시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경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한 젖소 농가에서 젖소 한 마리가 물을 마시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남씨가 기르는 90여 마리의 젖소는 하루 평균 1500㎏ 우유를 짜내는 데 이번 여름엔 전체 산유량의 10%가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남씨는 "물을 끌어 올리고, 선풍기를 돌리느라 이번 달 전기 요금만 100만원에 달하지만, 원유 생산량은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폭염도 폭염이지만 올해 사룟값 마저 5~10%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남씨의 막막한 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젖소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연신 물을 들이마시며 더위를 식히는 데 여념이 없었다.

충북 영동군 용화면에서 12만평 임야에 소 20여마리를 초지 방목한 A(52)씨도 폭염이 달갑지 않다.

안개분무와 대형 선풍기는 없지만, 물이 흐르는 V자형 산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위를 날려버리다 못해 서늘한 감이 돌 정도다.

[영동=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영동군 용화면 한 임야에서 방목된 소들이 풀 사료를 먹기 위해 달리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영동=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영동군 용화면 한 임야에서 방목된 소들이 풀 사료를 먹기 위해 달리고 있다. 2021.07.27. [email protected]


시원하고 울창한 나무 그늘도 많아 뜨거운 여름 햇볕을 피해 휴식을 취하기 안성맞춤이다.

다만, 이번 여름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대기 하층으로, 고온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상층으로 유입되면서 열기가 돔 안에 갇힌 것처럼 뜨거워지는 열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온으로 인한 북방형 목초의 생장이 심하게 쇠퇴하거나 정지, 고사하는 등의 하고현상이 우려된다.

소들이 먹는 사료작물은 서늘한 기후조건에서 잘 자라는 북방형 목초로, 생육 적온은 15~21도 정도다.

A씨는 "소 한 마리당 하루에 40~50㎏의 풀을 먹는데 폭염이 지속되면 하고현상으로 먹을 풀이 없어지게 된다"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더위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하니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동=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영동군 용화면 한 임야에서 방목된 소 한 마리가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07.27. jsh0128@newsis.com

[영동=뉴시스] 조성현 기자 =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7일 오후 충북 영동군 용화면 한 임야에서 방목된 소 한 마리가 나무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1.07.27. [email protected]


28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가축사육업 허가·등록된 축산농가는 소 6129곳, 돼지 332곳, 닭 519곳, 오리 134곳, 등 모두 7114곳이다.

등록된 가축 수는 한우는 24만256마리, 육우 1만729마리, 젖소 1만9729마리, 돼지 63만6162마리, 닭 1467만4759마리, 오리 60만5500마리에 달한다.

이번 폭염으로 전날 기준 도내 25개 농가에서 가축 1만819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밀집 사육 등으로 더위에 취약한 닭(10곳)이 1만8148마리, 나머지는 돼지(15곳) 42마리다.

도 관계자는 "폭염이 지속되면 가축의 성장률 또는 번식 장애가 나타나고, 심하면 폐사할 수도 있다"며 "고온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축사 내 환기장치와 냉방시설 등을 설치하고, 사료에 비타민과 전해질제제를 혼합해 면역력을 높여주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