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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실적 호조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등록 2021.07.3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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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실적 호조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주요 카드사들이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3분기 실적에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반영되는데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을 앞두고 있어 하반기 전망이 어둡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31일 여신전문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6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4%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1년 전보다 54.3% 증가한 25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삼성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82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7% 증가했다. 하나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117.8% 증가한 1422억원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우리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1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1.3%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이같은 호실적 원인으로 할부금융·리스 등 사업다각화와 비용절감 노력,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펜트업(pent-up·보복)' 소비가 본격화된 것 등을 꼽았다.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가 지난 29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카드승인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24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카드 승인 건수는 59억400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 전반적으로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가 개선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며 "카드사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지출을 줄이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 성격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케팅비를 덜 쓴 것과 지난해에 비해 대손충당금을 덜 쌓은 것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순이익 증가는 카드업계 뿐만 아니라 전금융권에 공통된 상황"이라며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이 지속되면서 카드론 등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좋은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실적에도 카드사들은 웃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 성장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연 24%→연 20%) 조처가 시행됐는데, 시행(7월7일) 전 차주에게도 소급 적용하기로 하면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한 만큼 카드업계에는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려도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 수준"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통화정책 정상화를 공식화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시장금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카드사의 조달비용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반기에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카드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왔는데, 계속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 수익성이 악화돼 더 이상의 수수료율 인하는 어렵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입장이다.

적격비용은 카드 결제시 발생하는 비용으로, 최근 3년간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위험관리비용·일반관리비용·벤수수료·마케팅비용·조정비용 등을 토대로 정해진다. 올해 산정한 적격비용으로 내년부터 2024년까지 적용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정해진다. 내년부터 적용 예정인 새로운 수수료율 체계가 올해 11월경 정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이 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추가 인하 여력이 더이상 없는 상황"이라며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가 적용되는데, 이는 전체 가맹점의 96%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매번 적자인 상황이다. 결국 카드론이나 사업다각화,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상반기 실적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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