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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통합이냐 독자생존이냐…안철수의 선택은?

등록 2021.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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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작업 지연, 갈등만 쌓여

安대표, 전격 합당해도 대선 조기 낙마 가능성 높아

당장 합당 대신 추이 지켜보며 합당 '적기' 판단할 듯

安, 거대양당 대결 접전시 캐스팅보트 행사할 수도

합당 대신 공개 지지선언으로 연정론 띄울 가능성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전격 입당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대선 판이 거대 양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안 대표의 제3지대론이 급속히 약화하면서다.

한때 안 대표와 윤 전 총장이 공개 회동을 통해 "선의의 경쟁자이자 협력자"로서 정치적 정책적 연대를 강화하기로 해 안 대표가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을 선택지로 놓고 합당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으로 이마저도 불가능한 카드가 됐다.

이제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의 합당과 제3지대 독자생존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그의 결단에 따라 야권이 통합되거나 분열될 수 있는 것이다.

야권통합의 마지막 퍼즐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은 내년 대선을 범보수 단일대오로 치를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양당의 합당 협상은 큰 진척 없이 갈등과 불신만 키워가는 형국이다. 지난달 27일 양당의 실무협상이 중단된 이후로는 양측이 신경전에만 몰두해 급기야 거대 정당의 '갑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다음주 휴가 일정 등을 고려해 협상 시한을 8일로 못 박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최후통첩에 국민의당이 "고압적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이 대표는 MBC라디오에 "제가 만약에 합당한다고 선언하면 휴가를 없애겠다. 그런데 그런다고 해서 합당한다고 할 것 같지 않다. 이번 주에 하기 싫은 합당이 다음 주에 하고 싶어지는 것도 웃기잖나"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의 공개 압박에 안 대표는 "양당의 통합이 지지자 저변을 넓히는 플러스 통합이 되어야 한다"며 "단순히 중도 정당 하나를 없애버리는 마이너스 통합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같이 합당을 둘러싼 지루한 샅바 싸움이 장기전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선 당분간 협상의 물꼬를 틀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합당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대선 출마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안 대표에게 현 시점은 정치적 실익이 떨어지는 만큼 합당에 적극 나설 타이밍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함으로써 당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고 있는 이 시점에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합당을 통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당내 대권주자 중 '원 오브 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안 대표가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 등과 같은 신진 세력과 유승민 전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 등과 같은 당내 '터줏대감'들의 견제를 동시에 받는 샌드위치 신세로 밀려나 당 경선에서 낙마할 수도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권은희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권은희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2. [email protected]

결국 양당 합당은 보수층 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야권 결집을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순 있지만, 대권을 향한 안 대표의 정치 목표가 상실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안 대표가 당분간 독자행보를 고수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당에 들어갈 경우 안 대표가 경선 전까지 짧은 기간 안에 당 장악력을 높이거나 입지를 키우기에는 어려운 여건인 만큼 추이를 지켜보면서 '몸값'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노려 단일화 등을 통해 국민의힘과 합칠 수도 있다.

내년 대선이 거대 양당의 대결로 치러지더라도 만약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안 대표가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30~31일 범보수권의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 참조), 안 대표는 4.7%로 대체로 여론조사에서 4%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후보가 치열한 접전 양상일 경우 안 대표의 지지 선언이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등 거물급 대선주자의 입당에 고무된 이 대표가 합당을 공개적으로 압박하자, 안 대표가 '야권 위기론'을 꺼낸 것도 상대적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각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02. [email protected]

안 대표는 "지금 현재 대선 주자들이 제1야당에 모이고 있고, 축제 분위기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지표를 살펴보면 그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야권 대선후보들 지지율의 총합이 예전에는 여권 주자들보다 높았으나 지금은 역전 당해서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이 야권보단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했던 것처럼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언급한 "최선의 방법"을 놓고 합당 대신 국민의힘 대권주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야권의 대선 승리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4·7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의 입당 요구에는 선을 긋고 양당 간 연립지방정부 구성을 합의한 것처럼 대선 국면에서도 '연정(聯政)론'을 띄워 군소정당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안 대표가 정치적 상황이나 조건 등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힘과 전격 합당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안 대표가 윤 전 총장과 서로 경쟁자이자 협력관계임을 선언한 만큼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안 대표가 윤 총장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맺을 것인가도 경선 과정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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