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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나리오]용광로 모두 전기로로 교체?...업계 "현실과 동떨어져"

등록 2021.08.07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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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탄소배출 95% 감축해야

전기로 고도화해야 車강판 등 고로 제품 생산가능

전기로, 고로 쇳물량과 큰 차이…쇳물량 맞춰야 하는 숙제도

수소환원제철 이제 첫 발, 상용화 시기 가늠키 어려워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정부가 고로(용광로)를 전부 전기로로 교체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해 철강업계 탄소배출을 95% 감축하겠다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며 현실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고로를 전부 전기로로 교체하면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생산하기 어렵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이제 막 첫 발을 뗀 상태라 적용시기가 언제가 될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2억6050만톤(t)에서 2050년 5310만t으로 79.6%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업계는 2018년 1억120만t에서 2050년 460만t으로 95%를 감축해야 한다.

정부는 철강산업 주요 감축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 100% 도입과 기존 고로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철강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시나리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선 고로의 전기로 전환부터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철강재의 기초 원료인 쇳물은 고로와 전기로를 통해 생산된다.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친환경적인 제철 방식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고로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고로는 철광석을 원료로,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원료료 쇳물을 생산한다. 문제는 원료가 다르다 보니 전기로 쇳물 제품으로 고로 제품을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은 순도(순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와 연신율(단방향으로 잡아당길 때 부러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이 높아 자동차강판, 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데 쓰인다. 전기로를 통해 생산된 쇳물은 철근, 형강과 주단강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물론 전기로에서 나온 쇳물로 차강판 등 원자재가 되는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순도와 연신율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열연강판을 모재로 자동차강판, 가전용 냉연도금강판 등을 만들 수 없다.

방법은 전기로를 고도화해 고로 쇳물 성분과 같게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고로를 전부 전기로로 전환해도 차강판 등 고로 쇳물에서 나온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 다만 전기로 고도화에 어느 정도 투자해야할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투자비용은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국내 철강재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 등 값싼 수입산과의 경쟁력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크다.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했을 때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쇳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도 살펴봐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큰 고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다. 연간 550만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전기로는 KG동부제철이 매각을 진행 중인 당진 전기로다. 연간 15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산술적으로 전기로 3기 이상을 지어야만 고로 쇳물량을 맞출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 등 총 12기의 고로가 가동 중이다. 현재 전기로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고로를 대체하려면 3배 이상의 전기로가 새로 건설돼야 한다. 막대한 투자금은 물론 향후 소요되는 전력 비용도 철강재 생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이 수소환원제철 도입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개발되면 소결(燒結), 코크스 공장 등이 필요없다. 사실상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포스코는 현재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판단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2040년 적용을 목표로 첫 발을 뗐지만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몰라 상용화 시기를 장담하기 어렵다. 포스코는 우선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을 위해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고로를 전부 전기로로 전환하는 등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방안이 포함돼 있다"며 "다만 아직 준비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러 의견을 거쳐 수정될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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