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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파업 갈림길에 선 HMM…산은, 그냥 지켜볼 것인가

등록 2021.08.18 10:15:03수정 2021.08.18 10: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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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파업 갈림길에 선 HMM…산은, 그냥 지켜볼 것인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멈춰 설 위기에 놓였다. 올해 임단협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폭이다. '노조 25% 인상 vs 사측 5.5% 인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부에선 "노조의 25% 인상안은 과하다"고 말한다. 특히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와중에 이 같은 인상폭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HMM 노조도 할 말은 있다.

HMM은 해상 노조와 육상 노조로 나뉜다. 이들은 따로따로 임단협을 진행한다. 최근 해운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들의 임금은 수년간 동결됐다. 실제 육상직원은 2012년 이후 8년간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 해상직원 임금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 6년간 동결됐다.

HMM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30일까지 HMM 직원들이 받은 평균 급여는 3435만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연간 6870만원인 셈이다. 해상직 남자 직원의 6개월간 급여가 3960만원으로 가장 높다. 육상직 여직원은 2343만원에 불과하다. 동종업계의 중소 선사와 비교해도 2000만원 이상 적다.

이들에게도 고액 연봉을 받을 기회는 있다. 스위스 해운사인 MSC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한국 내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HMM이 유일하다. HMM 해상직원을 정확히 조준한 채용 공고다. 이들이 제시하는 연봉은 현 급여의 2.5배 수준이다. 노조는 "2배 이상의 급여뿐만 아니라, 4개월 계약이라는 훨씬 나은 근로조건으로 HMM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경력 직원들이 퇴사하면 HMM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측 역시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가능하다면 이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고 싶다고 귀띔한다. HMM의 인건비 비중은 매출의 2%에 불과하다. 노조 요구안을 수용해도 1200억원 수준이다. 크게 무리되지 않는다. HMM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 2조4082억원을 달성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에 견줘도 5% 정도다.

다만 현실이 여의치 못하다. HMM은 현재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정작 결정권자인 산업은행은 지켜보고만 있다.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무작정 기다리는 모양새다. 지난 연말과 같이 극적인 타결을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2020년 12월31일 HMM 노사는 중노위 중재 하에 임단협 2차 조정 회의를 열었고, 9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올해는 다르다고 목소리에 힘을 준다. 기필코 임금을 정상화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처럼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겠단 의지다. 노조는 지난 17일 자료를 냈다. '기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노동 3권을 보장해 줄 것을 호소했다. 노조는 "조정 중지 이후 선원들의 이탈이 본격화 되면 아무래도 파업을 떠나 선원이 없어서 배가 서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굳이 파업하지 않더라도 떠나는 직원들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HMM이 멈춘다면 수출대란은 불 보듯 뻔하다. 노조 역시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 "파업을 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외면 속에 HMM의 파업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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