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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집값 급한 불 끄려면 양도세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등록 2021.08.25 15: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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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얼마 전 후배 기자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간만의 통화에서 후배는 "집값만은 잡겠다는 정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내 집 마련을 미뤘던 게 잘못"이라며 "중개업소 20여 곳에 매물을 구한다고 말했으나, 연락 한 통이 없다"며 하소연을 했다. 외벌이 가장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던 후배의 사정은 딱했으나, 걱정을 덜어줄 마땅한 대답이 없어 두루뭉술 넘어갔다.

전화를 끊고 내가 사는 아파트 시세를 검색했다. 불과 1년여 만에 2억원 넘게 올랐다. 그래서 평소 친분 있는 공인중개사에게 물었다. 집값이 왜 이렇게 치솟은 것이냐고. 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집을 판다는 사람이 없다"며 "사겠다는 사람은 넘치는데, 팔 집이 없다"고 답했다.

그의 말처럼 집값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다. 올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7개월째 1% 이상의 상승률을 이어가며 누적 상승률이 11% 넘어섰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지난달 수도권 집값이 13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1억원을 돌파했고, 중위가격도 9억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25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밀어붙이더니 되레 '집값 폭등'이라는 역효과만 낳은 것이다. 꼬일 대로 꼬인 규제들은 집값 안정은커녕 공급 부족에 허덕이는 주택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널뛰는 집값을 잡겠다고 기를 쓰다, 결국 문제만 키운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서 다주택자 양도세율을 최대 72%로 강화했다. 당시 집값 상승기에 양도세를 중과하면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증여로 선회해 매물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쏟아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1년(2020년 7월~2021년 6월)간 주택 증여 건수는 17만1964건으로, 전년 대비 45.4%나 증가했다. 징벌적 과세가 오히려 다주택자의 퇴로를 막아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정책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오죽하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겠는가.

정부가 치솟은 집값을 잡기 위해 예정된 공공주택 '사전청약' 확대 카드까지 꺼냈으나,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당장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언제 될지 모르는 공공분양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엔 한계가 있다.

당장 급한 건 지금이다. 이제라도 양도세를 유예하거나 한시적으로 감면해 매물을 늘려야 한다. 집값 상승의 최대 요인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적절한 시기마저 놓친다면 무슨 수를 써도 집값을 잡지 못할 수 있다.

빵을 찍어내듯 갑자기 신규 공급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하면 된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유예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혹자는 양도세 완화가 다주택자의 양도차익을 보장한다거나, 다주택자가 거둔 양도차익이 다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은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양도세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고점 경고도, 사전청약 확대도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서 3기 신도시 등 언제 될지 모르는 공공분양에만 기대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로소득 환수가 중요하나, 지금은 집값을 잡는 게 더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충분하다"며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양도세 완화 부작용이 없지는 않겠으나, 시장에 매물이 늘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감수해 볼만하다.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도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매물이 늘어나면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들이 남발된 탓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에게 읍소할 게 아니라, 매물이 사라진 현장에 가보기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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