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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스타 보러 왔다가 PD한테 입덕...웹예능 이유있는 열풍

등록 2021.09.01 0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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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찐경규'·'자이언트 펭tv'·'공부왕 찐천재 홍진경'·'문명특급' 공식 포스터 (사진=카카오tv, EBS, 스브스뉴스 제공).2021.08.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튜브 채널 '찐경규'·'자이언트 펭tv'·'공부왕 찐천재 홍진경'·'문명특급' 공식 포스터 (사진=카카오tv, EBS, 스브스뉴스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소윤 인턴 기자 = "스타 보려고 유튜브 채널 구독했는데 PD한테 입덕했어요"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프로듀서, 웹 예능을 통해 처음 존재를 알린 프로듀서들이 연출 뿐 아니라 출연자로서 '1인 2역'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카카오TV '찐경규'의 권해봄 PD,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의 이석로 PD, EBS '자이언트 펭tv'의 이슬예나 PD, 스브스뉴스 '문명특급'의 이은재 PD가 주목받고 있다.

스타를 창조하는 PD들이 스타급 유명세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MZ 세대들의 감성을 잘 담아내 '찐팬'이라 할 수 있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며 프로그램을 키우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TV 프로그램보다 더 큰 인기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OTT 이끄는 PD, 지상파 프로그램 제작 경험 노련미 갖춰

[서울=뉴시스] 카카오tv 웹 예능 '찐경규' 권해봄PD(모르모트 PD). (사진=카카오 tv 제공).2021.08.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카카오tv 웹 예능 '찐경규' 권해봄PD(모르모트 PD). (사진=카카오 tv 제공)[email protected]

권해봄 PD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모르모트 PD'로 처음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프로듀서로서 지닌 열정은 마치 '모르모트(실험용 쥐)'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했다.

2020년 카카오 M으로 이적한 권해봄 PD는 '예능 대부' 이경규와 함께 디지털 시장 접수에 나섰다. 권 PD는 '찐경규' 기자 간담회 당시 "이경규 선배님과 막상 작업 해보니 독이 든 성배였다. 재밌는데 고역이다"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데뷔 40년 차, 이경규의 카리스마에 주눅들면서도 은근 할 말 다하는 모습은 MZ세대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권해봄 PD는 가장 만족하는 '찐경규' 콘텐츠로 '이경규의 대상 프로젝트' 편을 꼽았다. 지난해 권 PD는 연말 'KBS 연예대상'에 참석한 이경규를 위해 하루 동안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찐경규' 제작진들의 기대와 달리 이경규의 대상 수상은 불발되고 말았다.

권해봄 PD는 "이경규 선배님이 대상을 탈 거라고 예상해서 콘텐츠를 기획했다. 오히려 수상을 당연시 했던 행동들이 부정의 복선처럼 돌아왔다. 슬픔도 웃음으로 승화시킨 이경규 선배님은 예능계 대부로서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셨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자이언트 펭tv' 이슬예나 PD와 펭수. (사진=SBS PLUS '언니한텐 말해도 돼' 제공).2021.08.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자이언트 펭tv' 이슬예나 PD와 펭수. (사진=SBS PLUS '언니한텐 말해도 돼' 제공)[email protected]

교육방송 EBS가 웹 예능은 '맛집'으로 거듭났다. 이 가운데 '자이언트 펭tv' 연출 이슬예나 PD가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이슬예나 PD는 EBS의 메인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 '모여라 딩동댕',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경험했다. 그러나 교육방송의 주 시청층인 초등학생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빠져 EBS를 시청하지 않아 위기감을 느꼈다. 이 PD는 흔히 캐릭터의 밝은 모습만을 강조하고 도덕적인 교훈을 주입하려는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이언트 펭tv' 주인공 펭수의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은 이슬예나 PD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과거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슬예나 PD는 "직설적으로 할 말을 다 하는 성격이어서 펭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며 "회사 임직원분들이 펭수를 보면 제 생각이 많이 난다고 말씀하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펭수는 남극에서 온 10살 펭귄이자 EBS 연습생 출신으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캐릭터다. EBS 사장을 "김명중!!", 제작진을 "송준섭", "임문식" 등 반말로 불러 이목을 끌었다. 반면 이슬예나 PD에게는 꼬박꼬박 "대빵"혹은 "이슬예나 PD님"이라고 존칭해 폭소케 했다. 이에 구독자들은 '자이언트 펭tv'에서 이슬예나 PD의 존재감을 높이 사며 '펭수 한국엄마'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웹 예능 통해 이름 알린 프로듀서…신선한 매력

[서울=뉴시스]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이은재PD(재재). (사진=문명특급 방송 화면).2021.08.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이은재PD(재재). (사진=문명특급 방송 화면)[email protected]

예능 최초로 MC와 기획을 모두 담당하는 프로듀서가 나타났다. 바로 '문명특급'의 이은재 PD다. '연반인(연예인과 일반인의 합성어)'은 이은재 PD를 가장 잘 나타내는 수식어 중 하나다. '문명특급'에서 MC로 활약할 땐 연예인에 가깝고 촬영 없는 날 회사에서 일을 하는 모습은 어느 직장인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은재 PD는 '문명특급' 인터뷰를 진행하기 앞서 철저한 사전 준비로 유명하다. 그가 게스트를 배려하는 태도는 구독자들에게도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선 애교, 성대모사 등 개인기가 예능인들의 필수 준비물과도 같았다. 반면 재재는 MC로서 먼저 춤과 노래를 서슴없이 선보이며 출연진들의 압박감을 덜어냈다.

구독자 박모(25)씨는 "게스트의 사생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아 편안함을 제공한다. 이은재 PD는 굳이 콘텐츠를 자극적으로 만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프로듀서이자 MC"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이석로 PD와 홍진경 딸 라엘 양. (사진='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방송 화면).2021.08.31.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이석로 PD와 홍진경 딸 라엘 양. (사진='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방송 화면)[email protected]

"엄마 눈치를 보지 않고 유튜브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게 됐어요"

지난 2월 오픈된 웹 예능 프로그램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시청 소감 중 일부이다. 이 채널은 방송인 홍진경을 필두로 개그맨 남창희와 황제성, 가수 그리가 중학교 교과과정을 배워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석로 PD는 함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가고 싶은 스타로 단연 홍진경을 꼽았다. "원래는 홍진경의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홍진경 선배가 진짜 하고 싶은 콘텐츠는 '공부'라고 말씀하시더라.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채널이 바로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이다. 홍진경 선배가 웹 예능에서 통할 거라는 강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다. 오로지 '홍진경' 자체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석로 PD가 홍진경 모녀에 다정한 듯 팩폭(팩트폭행)을 날리는 장면이 여러 포착됐다. 서울대학교에 방문해 직접 재학생 인터뷰를 한 홍진경은 "부모님께서 공부하란 말씀을 안하셨다"는 한 학생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 계기로 홍진경은 딸 라엘에게 자유롭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엄마로부터 해방되자 라엘 양은 1시간 30분 째 문구점 쇼핑만 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를 본 이 PD는 "공부는 20분하고 쇼핑을 거의 두 시간 하네"라고 직언해 구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내 "라엘아 오늘 엄마한테 공부 얼마나 했다고 말해줄까?"라며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삼촌과 조카의 케미를 뽐내기도 했다.

해당 채널을 구독 중인 김모(29)씨는 "PD가 출연진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으면 자칫 흐름이 방해될 수도 있는데 이석로 PD는 구독자들이 원하는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준다"고 이야기 했다.

최종 결과물만큼 노력한 과정도 중요...PD들의 역할 재조명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이 잘 됐을 경우에는 스타들이 주목 받는 게 당연시 됐다. 제작진들도 함께 호평을 받았으나 표면적인 성과로만 평가받기 일쑤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타와 PD의 친밀한 모습이 구독자들에게 어필이 된 것 같다. 제작진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예능에서는 PD가 스타들의 장점을 끄집어내 프로그램으로 확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서로를 잘 알고 호흡을 선보이는 스타·PD 콤비들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PD들이 프로그램에 전면 등장하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이자 리얼리티 효과가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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